[한스경제=이성노 기자] 지난해 대규모 횡령을 비롯해 이상 해외송금, 펀드 불완전판매 등으로 구설이 끊이지 않았던 우리금융이 수장교체를 통해 승부수를 던졌다. 

우리금융은 올해 초, 손태승 전 회장과 이별했다. 손 전 회장은 우리은행에서 최연소 전략기획부장을 거쳐 우리은행장으로 선임된 이후, 최고경영자(CEO)로서 타고난 소통 능력과 경영 능력을 뽐내며 우리금융의 재출범을 이끄는 동시에, 완전 민영화라는 최대 실적을 이룩했다. 

하지만 그의 연임 행보는 지난해 연거푸 터진 금융사건과 사고, 금융권 관치에 발목이 잡히고 말았다. 

금융 당국의 수장이 "최고경영자(CEO) 선임은 합리적인 경영승계 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면서, 손 회장에 대해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의 연임 행보에 직접적인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이에 손 회장은 스스로 용퇴를 결정하며 우리금융의 새로운 출범에 힘을 실어주었다. 이후 우리금융은 금융위원장과 NH농협금융회장 등, 민관을 두루 거친 임종룡 후보를 차기 회장으로 낙점했다. 

임 회장은 외부인사가 지닌 객관적인 시각을 바탕으로, 우리금융의 오랜 계파 갈등(상업·한일은행)을 해소함은 물론, 조직쇄신과 각종 금융 사건·사고에 대한 내부통제 개선, 그리고 우리금융의 숙원사업인 비은행 부문 확대를 통한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라는 과제를 안고 우리금융의 수장자리에 앉았다. 

그는 취임과 동시에 조직혁신과 신(新)기업문화 정립에 총력을 기울였다. 

지주·은행·계열 금융사의 대대적인 조직·인사 혁신을 단행했다. 그는 그룹 차원의 대대적인 조직문화혁신을 추진키 위해 ‘기업문화혁신TF(회장 및 자회사CEO 협의체)’를 회장 직속으로 신설했다. 

아울러 은행장 선정 과정에서 투명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은행장 선정프로그램'을 도입했으며, '신뢰받는 1등 금융그룹'을 목표로 '내부통제 혁신방안'을 도입하기도 했다. 

임종룡 회장이 취임한 후 5개월, 우리금융 내부에선 임종룡호(號)에 대한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민관을 두루 경험한 수장답게 임직원과 적그적인 소통을 이어가는 것은 물론, 외풍에 흔들이지 않도록 동기부여를 주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부진한 실적에 대해선 경영진에게 책임을 돌리며 직원을 감쌌다. 임 회장은 "그룹 상반기 실적은 당초 목표에 미달했다"며 "경제 상황이 불안정해 수익 여건이 나빠진 측면이 있고 미래의 손실 요인을 충분히 반영해 건전성을 높이려 했지만 실적 부진의 1차 책임은 저를 포함한 경영진에게 있는 것이 사실이다"고 밝혔다. 

이어서 신입행원을 대상으로는 '우리금융이 여러 사건·사고가 이어지고 있고, 실적 또한 부진한 상황이지만, 우리은행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곳으로 자부심을 가지고 업무에 매진하길 바란다'는 격려의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우리금융 한 관계자는 "임 회장 취임 이후 회사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며 "임직원들과 직접적인 소통을 즐기시는데, 메시지 또한 본인이 직접 한 자, 한 자 심사숙고해 작성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내부적으로도 긍정적인 에너지가 많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임종룡 효과는 아직 내부에만 국한된 모양새다. 최고경영자의 대표적 평가 지표인 '경영실적'에선 낙제점에 가깝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2.7%가 감소한 1조 5386억원에 머물렀다. 4대 금융지주사(KB·신한·하나·우리) 가운데 유일하게 1조원대 당기순이익이며, 감소폭 역시 가장 크다. 심지어 NH농협금융(1조 7058억원)에도 밀리며 자존심을 구겼다. 

이 같은 실적 부진의  배경엔 비교적 단순한 수익 포트폴리오가 자리잡고 있다. 우리금융은 주요 금융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증권과 보험사가 없다. 

손태승 전 회장 시절부터 증권·보험사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섰으며 임종룡 현 회장도 취임 당시 "증권·보험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조속히 확대하겠다"고 밝혔으나 여전히 의미 있는 성과물이 없는 상태다.

우리금융은 엄연히 상장사이다. 임 회장은 일반주주를 비롯한 투자자들과 원활하게 소통하고 실적 개선을 이끌어내 기업가치를 향상시키는 것이 당연한 '의무'라 할 수 있다. 임종룡 효과가 회사 내부에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올 상반기가 내부결속에 투자한 시간이었다면, 하반기에는 당장 수치상 실적은 물론, 수익성 향상을 위한 M&A와 같은 성과물을 보이고 이젠 이를 증명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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