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양적 성장에 비해 질적 성장은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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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박종훈 기자] 지난 2013년 5월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제도가 도입된지 10년이 지났다. 도입 이유는 혁신 중소기업의 창업과 성장을 지원하고 기업의 해외 프로젝트 수행 시 종합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대형 증권사를 투자은행(IB)으로 육성하기 위한 것이었다.

지난 10년 동안 종투사의 양적 성과는 일정 수준에 다다랐다. 하지만 IB 경쟁력은 아직 답보상태다.

종투사 제도 도입의 목적은 대형화, 수익성 및 사업차별화, 기업금융 서비스 확대, 모험자본 공급 등을 꼽을 수 있다.

지난 10년 사이 국내 종투사의 자기자본은 148%가 증가했다. 순영업수익은 650%가 늘었다. 대형화나 수익성 측면에서는 성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수익의 70~80%는 위탁·자기매매로 구성되는 등, 사업 차별화가 드러나지 않는다. 

2023년 6월 기준, 9개 대형 증권사가 금융 당국으로부터 종투사로 지정받아 기업 신용공여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 가운데 4개사는 초대형 IB 인가를 받아 발행어음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지난 2013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현대증권·우리투자증권·대우증권과 함께 삼성증권·한국투자증권 등, 5개사가 종투사로 지정됐다. 앞의 3개 증권사는 각각 현 KB증권·NH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이다, 이후 (구)미래에셋증권·신한증권·메리츠증권·하나증권·키움증권이 추가로 종투사로 지정됐다.

또한 2017년 11월에는 KB증권·NH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한국투자증권이 초대형 IB로 지정됐다. 이 중 삼성증권을 제외하고 4개사가 발행어음 인가를 받아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의 이효섭 선임연구위원은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대형 증권회사를 중심으로 자기자본과 영업이익이 비교적 큰 폭으로 성장하는 등의 양적 성과를 보여주었으나, 모험자본과 종합 기업금융 서비스보다는 부동산 PF, 주가연계증권이나 파생결합증권(ELS·DLS) 등의 당기 성과를 추구하는 사업 중심으로 확장해 온 점에서 질적 성과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고 밝혔다. 아울러 “해외진출 측면에서 종투사들이 글로벌 IB들과 견줄만한 경쟁력을 갖추었다고 평가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도 덧붙였다.

금융 당국은 초대형 투자은행을 육성하기 위한 방안으로 종투사 자기자본 규모를 구분해 일정 수준 이상이면 사업을 벌일 수 있도록 했다. 가령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이면 발행어음 사업이 가능하고, 8조원 이상이면 종합금융투자계좌(IMA) 업무를 허용하는 식이다.

이러한 당국의 정책 유도 아래 9개 종투사는 2012년 말 기준으로 22조 1000억원 규모의 자기자본이, 2022년 말에는 54조 8000억원으로 148%나 늘었다. 같은 기간 총자산은 141조원 규모에서 455조원 규모로 222%나 증가했다.

이는 중소형 증권사의 자기자본 규모가 12조 9000억원에서 22조 5000억원으로 73%가 증가하고, 총자산이 76조 3000억원에서 128조 7000억원으로 69% 증가에 그쳤던 것과 대조적이다.

JP모간·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노무라그룹 등, 글로벌 유수의 IB들이 최근 10년 사이 자기자본 증가율이 많아야 50%를 넘지 못했던 것과 비교하면, 증가율 자체만 놓고 봤을 때 폭발적이다.

물론 절대적인 액수를 비교할 바는 아니다. 국내 증권사 중 자기자본이 가장 큰 곳이라고 해야 전 세계 순위를 비교했을 때 32위에 불과하다. 2012년 말에도 32위 수준이었다.

종투사의 대형화는 단순히 M&A나 유상증자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수익성 개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게 이효섭 연구위원의 주장이다. 금융 당국은 앞서 정책 방안에서 위탁매매 수익 의존도를 낮추고 사업 다변화를 통해 종투사의 수익성 개선을 도모하려 했다.

이런 정책 지원 아래 지난 10년 동안 종투사 순영업수익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6000억원 규모에서 4조 5000억원으로 약 650%가 늘어난 것이다. 10년 동안 누적 순영업수익은 38조 5000억원인데, 이는 증권업 전체 순영업이익 48조 5000억원의 80%를 차지한다.

종투사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012년 5% 초반대였는데, 2021년 12.7%로 증가했다. 그러나 익히 알려져 있는 것처럼 2022년에는 투자시장 전반의 업황 악화로 7.4%로 주저앉았다. 그래도 이 정도 수준은 JP모간(12.9%), 모건스탠리(10.9%), 골드만삭스(9.6%), 바클레이스(8.8%)보다는 소폭 낮지만, 노무라그룹(2.8%)에 비해서는 꽤 높은 수준이다. 10년 동안 수익성 측면도 견조한 성과를 보였다 말할 수 있는 지점이다.

그러나 숫자만 말할 게 아니라, 수익구조 측면에서는 특정 사업부문의 의존도가 높다는 건 문제다. 또한 종투사 사이에 사업 차별화도 부족하다.

위탁매매 수익 비중이 전체 영업수익의 41%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자기매매 수익 비중도 32%에 달한다. 이는 제도 도입 취지에 비춰보면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부분이다.

투자은행으로서 역할이 커진 것은 일면 긍정적으로 볼 수 있으나, 이 수익도 상당 부분이 부동산 PF 채무보증 수수료와 관련돼 있다는 점 역시 문제다.

글로벌 IB의 지난 10년을 살펴 보면 수익구조가 다변화된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예컨대 골드만삭스는 M&A 주관·자문 업무에 강점을 갖고 투자은행 부문에서 높은 수익성을 거두고 있으며, 모건스탠리는 이 트레이드와 이튼-밴스를 인수하고 생애주기 맞춤형 포트폴리오 서비스를 제공하며 WM 부문의 수익을 실현하고 있다.

바클레이스는 투자은행과 소매금융 시너지로 여신에서 강점을 보이며, UBS는 고액 자산관리와 투자은행 부문 경쟁력으로 해외진출을 적극 추진해, 이들 해외점포에서 높은 이익을 거두고 있다.

우리나라 금융 당국이 종투사 및 초대형 IB 육성 정책을 펼쳤던 것은 기업에 모험자본 공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의도도 컸다. 특히 재무구조가 우수해 자금조달이 용이한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에 기업금융 제공이 목표였다.

그러나 이 역시 아직까지 국내 종투사들은 미흡한 수준인데, 가령 모험자본 공급과 관련이 있는 주식 보유 규모는 9조 8000억원으로 전체 종투사 자산에서 2.1%에 불과하다.

이와 같은 10년의 종투사 제도를 평가할 때 이효섭 연구위원은 “금융 당국이 종투사에 기대했던 사업 차별화 및 모험자본 공급 확대의 목표는 달성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오히려 금융 당국이 건전성 제도에 혜택을 준 것을 활용해 국내 종투사들은 단기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ELS·DLS 발행과 부동산 PF 사업에 집중한 것은 가장 큰 한계점으로 꼽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종투사들이 갖고 있는 강점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위탁매매와 자기매매 역량과 ICT 인력이다. 이런 자원을 활용해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신남방국가 자본시장에 적극 진출하는 모색이 필요하다는 제안이다.

또한 저성장·고령화 추세가 지속될 것을 감안해 자산관리 부문 비즈니스 역시 성장세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므로 이에 대한 대응도 필요하다.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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