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김연경-골프 전인비-태권도 이대훈-사격 진종오-양궁 오진혁-배드민턴 김소영(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연합뉴스
배구 김연경-골프 전인비-태권도 이대훈-사격 진종오-양궁 오진혁-배드민턴 김소영(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스포츠 외교관’을 향한 별들의 도전이 본격적인 막을 올렸다.

대한체육회는 지난달 21일 각 종목 경기 단체에 2024 파리 올림픽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후보자 추천 안내 공문을 보냈다. 지난 4일 후보자 추천을 마감한 결과 사격 진종오(44) 현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 조직위원장, 배구 김연경, 골프 박인비(이상 35), 태권도 이대훈, 배드민턴 김소영(이상 31), 양궁 오진혁(42)이 도전장을 냈다.

IOC와 선수들 사이 가교 구실을 하는 선수위원은 동·하계올림픽 개최지 투표를 비롯해 IOC 위원과 똑같은 권리·의무를 지니며 스포츠 외교에 기여할 수 있는 직책이다. 
지금까지 한국에선 IOC 선수위원이 2명 나왔다. 2004 아테네 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문대성(47)이 2008년 처음으로 선출됐다. 아테네 올림픽 탁구 남자 단식 금메달리스트인 유승민(41) 현 대한탁구협회장은 2016년에 선출돼 8년 임기를 소화하고 있다.

파리 올림픽 기간엔 총 4명의 선수위원이 뽑힐 예정이다. 각국 국가올림픽위원회(NOC)가 추천한 후보를 대상으로 선수 투표가 진행된다. 각 NOC는 9월 1일까지 IOC에 후보자 1명을 추천해야 한다.

이번 IOC 선수위원 선거에 한국 대표로 도전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6명은 10일 오후 1시 서울 올림픽파크텔 체육회 회의실에서 열린 평가위원회에 참석해 ‘비공개 면접’을 봤다. 각 후보는 평가위원들 앞에서 자신의 소견을 밝히고, 질문에 답했다. 대한체육회는 면접 평가와 원로 회의를 거쳐 최종 후보자를 결정한 뒤 IOC에 추천할 계획이다.

체육계에선 진 위원장, 김연경, 박인비의 3파전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진 위원장은 IOC 선수위원에 재도전한다. 지난 2015년 유 회장, 장미란(40) 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선수위원 한국 후보를 놓고 경합한 바 있다. 당시 유 회장에게 밀려 아쉽게 탈락했던 진 위원장은 절치부심하며 다시 선수위원 후보에 출마했다.

진 위원장은 후보자 중 가장 화려한 올림픽 성적을 자랑한다. 금메달 4개와 은메달 2개 등 6개의 메달을 목에 건 사격계의 레전드다. 양궁의 김수녕(금4·은1·동1)과 역대 한국인 올림픽 최다 메달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스포츠 행정 경험도 풍부한 편이다. 대한체육회 이사와 국제사격연맹(ISSF) 선수위원을 맡은 그는 올해 2024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 공동 조직위원장도 맡았다. 그는 지난 2월 대회 조직위원회 출범식에서 "IOC 선수위원은 선수들의 마지막 꿈이다. 경기력이 아닌 모든 대한민국 선수를 대표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IOC 선수위원에 도전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연경. /한국배구연맹
김연경. /한국배구연맹

‘배구여제’로 불리는 김연경은 여자배구의 월드 스타다. 2012 런던올림픽과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여자배구의 ‘4강 신화’를 이끌었다. 올림픽 메달이 없는 게 약점이지만, 일본, 터키, 중국 등 해외 무대에서 세계 최고 선수 날개 공격수로 이름을 떨쳤다.

인지도 면에서 다른 후보들을 압도한다. 국제적 인지도는 김연경이 내세울 수 있는 가장 큰 강점이다. 그는 2023 구미 도드람 프로배구대회 컵대회 도중 취재진과 만나 “이번에 좋은 후보들이 많이 나왔다. 쉽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한국의 최종 1인으로 뽑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내년 파리 올림픽에서 최종 선정되는 게 중요한 것 아닌가. 저는 단체종목에서 활약했다. 투표할 때 분명 유리할 거라 보고 있다. 여러 나라의 리그를 거치면서 뛰었다. 해외리그를 경험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알고 있다는 것도 유리한 점이라 본다”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서로 포옹하고 있는 대니엘 강(왼쪽)과 박인비. /연합뉴스
서로 포옹하고 있는 대니엘 강(왼쪽)과 박인비. /연합뉴스

박인비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메이저대회 7승을 포함해 통산 21승을 거둬 '골프 여제'로 불리는 전설이다. 4대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물론,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금메달까지 목에 걸어 최초의 '골든 슬램'을 달성했다.

지난 4월 딸을 출산해 잠시 골프를 떠나 있는 그는 오래전부터 꿈꿔온 선수위원에 도전했다. 박인비의 매니지먼트사인 '와우매니지먼트'는 지난 3일 보도자료를 통해 “박인비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금메달 획득 이후 IOC 선수위원의 뜻을 품고 그동안 진지한 자세로 준비해 왔다”고 밝혔다. 박인비는 "리우 올림픽과 도쿄 올림픽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현재 그리고 미래의 선수들에게 도움이 되는 다양한 활동과 더불어 올림픽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IOC 선수위원 후보 선발 결과를 떠나 향후 올림피언으로서 한국 스포츠계와 올림픽 발전을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박인비의 강점은 영어 구사 능력이다. 박인비는 오랜 국외 생활을 해온 터라 유창한 영어 실력을 갖췄다. 영어 구사력은 심사에서 중요한 요소로 평가된다. 7년 전 유 회장이 한국을 대표하는 IOC 선수위원 후보가 된 것도 영어 구사 능력에서 경쟁자들보다 훨씬 높은 점수를 받아서였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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