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진들이 연구하는 모습.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연구진들이 연구하는 모습.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스경제=김근현 기자] 국내 연구진이 복사효율 측정절차를 국가표준에 기반으로 정립해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에 제안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은 온실가스의 기후변화 기여도를 나타내는 지구온난화지수(Global Warming Potential·GWP)를 정확히 산출할 수 있는 정밀측정기술을 개발했다고 10일 밝혔다. GWP는 이산화탄소를 기준으로 다른 온실가스가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을 환산한 지수다.

산업계에서는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달성과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저탄소배출 대체가스와 관련 공정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대체가스가 기후기술로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검증할 측정기술이 요구돼왔다.

이 기술은 GWP 산출에 필요한 복사효율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고분해능 분자분광학 측정기술'로 반도체 업계 등에서 활발히 연구 중인 친환경 대체가스의 지구온난화 영향에 대한 검증기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온실가스가 지구 온도를 얼마나 올리는지는 크게 두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하나는 태양복사 적외선의 흡수척도인 복사효율이고 다른 하나는 복사열을 흡수한 온실가스가 분해되지 않고 대기 중에 머무르는 시간인 대기수명이다. 복사효율이 높고 대기수명이 길수록 GWP 값이 크다.

그동안 GWP 산출에는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측정절차가 미비했다. 현재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서 평가 보고서를 통해 온실가스별 GWP 값을 제시하고 있지만 회차별로 측정값이 상이하고 학계의 연구결과도 서로 달라 신뢰성이 부족하다. 따라서 산업계는 공통되는 측정절차를 통한 기준값을 요구해왔다. 매번 달라지는 측정값에 공정을 개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KRISS 기후표준전략기술연구단이 이번에 개발한 고분해능 분자분광학 측정기술을 활용하면 최고 수준의 복사효율 측정신뢰성을 기대할 수 있다. 이번 성과로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복사효율 측정절차를 제안했을 뿐 아니라 국가표준에 기반해 복사효율 측정절차를 마련한 유일한 국가가 됐다.

연구단은 복사효율의 정밀측정을 위해 기존 가스분석기 대비 500배 수준의 분해능을 갖춘 고분해능 분광기와 측정품질 유지기술을 적용해 육불화황(SF6), 삼불화질소(NF3), 메탄(CF4) 등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주요 온실가스들과 대체가스 후보물질들의 복사효율을 분석하고 IPCC가 제시한 GWP 값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저탄소배출 대체가스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검증하는 데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확한 GWP 평가를 기반으로 GWP가 낮은 대체가스를 개발해 현장에 적용하면 산업부문의 탄소배출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임정식 기후표준전략기술연구단장은 "전 세계적으로 환경규제가 심화되는 가운데 이 기술은 친환경 대체가스 개발에서 국내 산업계가 주도권을 확보할 초석이 될 것"이라며 "향후 복사효율 측정표준을 더욱 강화하고 대기수명 측정표준을 추가로 확립해 GWP 측정의 신뢰도를 한층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KRISS는 미국, 영국, 중국 등 선진 표준연구기관은 물론 국제적 연구그룹과 협력해 대체가스 GWP 측정절차를 확립할 계획이다.

김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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