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왕처럼 대하라’ 편지 보낸 사무관, 돌연 사과했지만 논란 여전
교육부, 자체조사 후 ‘구두경고’ 마무리…6→5급 승진발령까지
강득구 “교권보호 대책 마련에 힘쓰는데 교육부가 찬물 끼얹어”
공교육정상화교육주체연대 관계자들이 지난 8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앞에서 공교육 정상화 촉구 집회를 열고 있다. / 연합뉴스
공교육정상화교육주체연대 관계자들이 지난 8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앞에서 공교육 정상화 촉구 집회를 열고 있다. / 연합뉴스

[한스경제=박수연 기자] 최근 초등학생 자녀의 담임교사에게 무리한 요구를 담은 편지를 보내 갑질 논란이 일었던 교육부 사무관 A씨가 공직자통합메일을 이용해 담임교사에게 메일을 보내는 등 고의성을 보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A씨는 지난해 10월 교장실에서 교장‧교감에게 담임교사가 자신의 자녀를 아동학대했다고 주장하며 직위해제 조치를 요구한 바 있다. 또 자신의 뜻이 관철되지 않으면 언론에 유포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외에도 A씨는 ‘구체적인 교육활동 내용을 매일 보내달라’, ‘(학급)학생들의 행동변화를 기록해서 매일 보내달라’는 등 무리한 요구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A씨는 11월 초 담임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했으며 후임 교사에게는 ‘왕의 DNA를 가진 아이이기 때문에 왕자에게 말하듯이 듣기 좋게 돌려서 말하라’, ‘하지마, 안돼, 그만 등 제지하는 말은 절대 하지 말라’, ‘또래의 갈등이 생겼을 때 철저히 편들어 달라’는 등 6가지 내용을 담은 편지를 보냈다.

A씨가 지난 해 자녀의 담임교사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진 편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A씨가 지난 해 자녀의 담임교사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진 편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A씨는 갑질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 13일 언론을 통해 사과문을 공개했다. A씨는 “발달이 느리고 학교 적응이 어려운 아이가 학교 교실에 홀로 있었던 사실 등을 안 순간 부모로서 볼 수 없었기에 학교 측에 이의를 제기한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저의 직장과 제가 공무원이었다는 사실을 단 한 번도 말씀드린 적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의원에 따르면 A씨가 후임교사에게 보낸 편지는 공직자통합메일로 전달했으며 해당 메일에는 교육부 마크와 해당부서까지 모두 기재돼 있었다.

강 의원은 “지시 편지에서 ‘왕의 DNA’ 표현은 아동치료기관 자료의 일부이며 자녀의 담임교사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직장과 직급을 내세워 압박한 사실은 없다고 해명했지만 이는 명백한 가해자 갑질 입장에서의 논리”라고 지적했다.

이어 “‘선생님께’로 시작되는 편지는 누가 봐도 부모가 직접 보낸 것으로 인정되고, 공직자통합메일에 교육부 마크와 해당부서까지 나오는 상황에서의 사과는 진정한 사과로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강 의원에 따르면 A씨는 담임교사를 대상으로 △교육청 신고 △국민신문고 신고 △세종시청 아동청소년과 ‘아동학대’ 신고 △교육청 학교폭력심의위원회 ‘학교폭력’ 신고 △수사기관 ‘아동학대’ 고소 등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신고를 이어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지속적인 민원 등에 따라 사무관 A씨는 지난 6월 22일 학교교권보호위원회로부터 ‘서면사과’와 ‘재발방지서약’ 작성 등의 처분을 받기도 했다.

강 의원은 이와 관련 “두 달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행을 안 한 상태이고, 언론에 나온 후에서야 이행하겠다고 한 점은 더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 교육부 자체조사에도 ‘갑질논란’ 사무관 승진까지

강 의원은 교육부의 미흡한 조치도 지적했다. 교육부가 관련 신고가 들어왔을 때도 제대로 된 조사 없이 구두경고만 한 채 자체조사 마지막 날에는 A사무관을 승진 발령까지 했다는 것이다.

13일자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교육부는 2022년 12월 31일과 21일 해당 교육부 직원의 갑질 관련 내용을 국민신문고를 통해 제보 받았고, 같은 해 12월 27일부터 29일까지 3일간 자체조사를 실시했다. 하지만 조사는 별다른 징계 없이 ‘구두경고’에 그친 채 마무리됐다.

심지어 조사 마지막 날인 2022년 12월 29일, 교육부는 A씨를 6급 주무관에서 5급 지방교육행정사무관으로 승진 발령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 의원은 이를 두고 “교육부가 나서서 갑질행동에 대해 조사 중임에도 불구하고 승진까지 시켜준 셈”이라고 비난했다.

교육부는 ‘당시 갑질로 판단하기 어려웠고 인사부서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강 의원은 “오히려 교육부 내부 소통과 의사결정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을 자인한 셈”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서이초, 호원초 사건으로 인해 전 교사와 전 국민이 애도하고 교권보호를 위한 대책마련에 목소리를 내고 있는 엄중한 상황”이라며 “49만 교원과 5만 교사집회, 6개 교원단체 공동안, 여야정 협의 등 모두 함께 절박한 마음으로 임하는데 교육부가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꾸짖었다.

박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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