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A골퍼 우승 기자회견서 실망스러운 태도
프로 중 프로로 기억되는 신지애
품격 높은 말과 태도도 프로의 덕목
프로골퍼 신지애. /박종민 기자
프로골퍼 신지애. /박종민 기자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말에는 많은 게 담겨 있다. 단어 선택과 내용에서 그 사람의 생각을 알 수 있고, 말의 속도와 어투, 목소리에서 그 사람의 성격과 태도를 알 수 있다.

국내 A골퍼는 투어 대회 우승 후 ‘프로’와 ‘챔피언’ 타이틀에 어울리지 않는 기자회견 태도를 보여줬다. 아버지뻘은 족히 되는 다수의 취재진을 상대로 투정과 말장난에 가까운 기자회견을 이어가 보는 이들을 불편하게 했다. MZ세대 딸 같은 선수의 애교라고 하기엔 다소 지나쳤다.

외향적인 선수들도 보통 공식 석상에선 취재진의 질문에 성실히 답하며 가끔 라포르를 위해 농을 던지는데 A선수의 경우 주객이 전도됐다. 투정 어린 말투와 급작스럽고 까칠한 반문, 신중하지 못한 톤이 취재진을 당황하게 했다. 기자회견 직후 일각에선 선수의 말과 태도를 두고 뒷말이 오가기도 했다.

우승 기자회견은 공식적이고 엄숙한 자리다. 어느 정도의 품위는 지켜야 하는 곳이다. 대부분의 선수가 그토록 노력해도 일생에 한 번 앉기 어려운 자리가 우승 기자회견 자리다. 이미 몇 차례 우승을 한 데다, 어느 정도 역경을 딛고 일어났던 선수라 그날 기자회견의 태도는 상당히 실망스러웠다.

다른 종목 얘기지만, 한국배구연맹(KOVO)은 이러한 일을 방지하기 위해 특히 힘쓰고 있다. KOVO는 2019-2020시즌부터 선수들을 대상으로 인터뷰 스킬 등 미디어 대응법 및 팬과 올바른 소통법, 위기관리법 등을 교육해 프로로서 갖춰야 할 전문성을 향상하게 했다. 올해 2월엔 V리그 출입 기자들을 대상으로 선수들의 인터뷰 및 커뮤니케이션 스킬에 관한 설문조사 협조를 요청하는 신선한 시도를 했다.

2022-2023시즌 미디어코칭 교육 모습. /KOVO 제공
2022-2023시즌 미디어코칭 교육 모습. /KOVO 제공

설문조사엔 인터뷰 시 말의 속도, 중요 단어에 대한 강조, 명확한 발음, 적절한 발성과 호흡, 주제에 맞는 응답, 습관어 사용, 예시 및 단문형 문장 활용, 긍정 단어 사용, 아이컨택, 표정과 태도의 적절성 등에 관한 질문들이 포함돼 있었다.

그간 인터뷰를 했던 정상급 선수들 중엔 ‘예의 바른 선수’나 ‘좋은 인성을 갖춘 선수’가 되고 싶다는 이들도 많았다. 프로 중의 프로라 기억된 선수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11승을 비롯해 각국 프로 대회에서 통산 64승을 올린 ‘골프지존’ 신지애(35)다. 남을 대하는 태도부터 말과 글, 삶에 대한 철학까지 흠잡을 때 없는 선수이자 사람이었다.

그는 “말의 의미를 잘 알고 사용할 수 있는 사람, 말의 힘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좋다. 그래서 제가 책을 좋아한다. 책은 글과 글 사이에 생각을 넣을 수 있다”며 “책을 읽으면서 작가들의 생각을 단어 하나하나를 통해 새롭게 느낀다. 작가들이 수없이 고민해 선택한 단어들이다. 글이 소중하고 그러다 보니 책도 소중하다. 그 안에 제 생각을 넣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만났을 당시 그가 추천했던 책 ‘침묵의 기술’에는 침묵은 표현하고 싶은 말에 대해 준비하는 과정이며 말이 많았을 때 조율할 수 있는 도구란 내용이 나온다. 신지애는 골프만큼이나 언행도 철저히 관리했다.

그리 짧지도, 그렇다고 아주 길지도 않은 기자 생활 동안 흥하고 쇠퇴하는 선수들을 보면서 나름 느낀 바가 있다. 말과 태도가 곧 그 사람을 나타낸다는 점이다. 대체로 오래 성공을 이어갈 선수들은 말과 태도에서부터 품격이 느껴진다. A골퍼의 실망스런 우승 기자회견을 직접 보면서 프로와 챔피언의 자격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 보게 됐다.

박종민 스포츠부 팀장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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