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유아정 기자] ‘금치’란다. 금이란 구리 다음으로 인간이 가장 먼저 사용한 금속이자 예부터 모든 이들이 갖고 싶어하는 보물이었다. 금도끼가 네 것이냐며 인간의 욕망을 떠보는 전래동화는 물론 손 닿는 것마다 황금으로 변하게 해달라는 미다스의 신화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금이 얼마나 인간에게 특별하고 귀한 물건이었는지 짐작케 한다.

이러한 ‘금’이 ‘김’치를 대신해 앞자리에 붙었다. 김치의 주재료인 배추값이 폭염에 이어 태풍 때문에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심리적으로 금에 버금가게 비싸지니 생긴 자조적인 단어다. 덕분에 작년의 김치 대란이 또 한번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재연되고 있다. 지난해 명품 오픈런이 아니라 김치런(김치+오픈런)을 하던 때가 떠오른다. 배추값 폭등으로 김장을 포기하고 포장 김치를 찾는 소비자가 급격히 늘자 '종가집 김치'를 판매하는 대상과 '비비고 김치'를 만드는 CJ제일제당은 자사 홈페이지에서 김치 판매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었다. 각종 맘카페에서는 김치에 목마른 엄마들이 오늘 A마트에 B김치가 풀렸다는 글을 공유하며 각자네 밥상의 김치를 독려했다.

13일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배추 소매 가격은 포기 당 6,073원으로 지난달 4,077원보다 거의 50% 가까이 올랐다. 평년 5,058원보다도 20.1% 인상된 가격이다. 김치에 들어가는 대파 소매 가격도 1kg당 3,606원으로 전달보다 15.8% 올랐고, 이밖에 고춧가루, 생강 등 부재료 가격도 평년보다 높게 형성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배추 가격 상승세에 대해 "강원도 고랭지 노지에서 재배되는 여름배추에서 무름병 등이 발생해 공급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라며 "배추값 상승은 일시적 현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유통가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7월 집중호우로 농경지 일부가 침수된 데다 이번 태풍 피해까지 겹치면서 채소류 가격이 추석까지는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배추 뿐 아니라 다른 농산물의 가격 오름세도 예사롭지 않다. 깻잎(100g)은 2,725원으로 평년 2,019원보다 35% 올랐고, 상추(적, 100g)는 2,069원으로 평년 1,634원보다 26.6% 인상됐다. 복숭아(10개)는 14,200원으로 평년 1만원보다 거의 50%가까이 올랐다. 포도(거봉, 2kg)값은 더 무섭다. 27,703원으로 평년 11,900원보다 65.3% 인상됐다. 사과 10kg 도매가격은 8만 6,225원으로 한 달 전 7만 4,872원보다 15.2% 올랐다. 봄철 이상 기온 영향으로 전년대비 사과나 배의 공급량이 20% 정도 줄어든다는 전망이 이미 나왔는데, 침수나 낙과 사례를 반영하면 공급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농축산물 생산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9월 말 추석 물가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농작물을 중심으로 먹거리 가격이 뛰어 장바구니 물가 불안이 지속되는데다 다른 품목의 가격까지 밀어 올리면 ‘2차 파급’ 효과를 갖는 유가와 대중교통 등 공공요금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고금리 기조에 가계 소비 여력이 위축된 지금, 물가마저 들썩이면 우리 경제의 내수 회복세 전망이 어두울 수 밖에 없다.

금은 홀로 있어도 빛나지만 다른 보석들을 빛내주는 가장 기본이 되는 보물이자 선망의 대상이기도 하다. 밥상 위를 빛내줄 금같은 김치가 하루빨리 제자리를 찾아 가길 바란다.

 

 

유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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