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A대표팀 선발 후 아시안게임 합류하라는 입장
조직력-적응-훈련 등 요소들 고려하지 않은 발언도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국가대표팀 감독. /KFA 제공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국가대표팀 감독. /KFA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이강인(22·파리 생제르맹)의 A대표팀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중복 차출 문제에 대해 위르겐 클린스만(59·독일) A대표팀 감독의 입장은 꽤나 단호했다. A대표팀 소속으로 A매치를 소화한 후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합류하라는 게 클린스만 감독의 생각이다.

흔히 아시안게임 등 주요 국제 대회를 앞두고는 연령별 대표팀 간 보이지 않는 줄다리기가 일어나곤 한다. 최근 축구계 관심사 중 하나는 이강인이 A대표팀과 아시안게임 대표팀 중 어디로 차출될지였다.

2무 2패로 아직 데뷔 승을 올리지 못한 클린스만 감독은 9월 A매치(4∼13일) 기간에 핵심 자원인 이강인을 호출하고 싶어 했고, 황선홍(55)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은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아시안컵 예선 때 이강인을 활용하며 아시안게임(9월 28일~10월 8일) 최종 점검을 하려 했다.

상급 대표팀인 A대표팀의 수장이 양보할 수도 있는 문제이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최근 미디어 간담회에서 A매치 기간에 이강인을 소집하겠다고 밝혔다. 황선홍 감독은 결국 22일 이강인을 제외한 올림픽 1차 예선 겸 AFC U-23 아시안컵 예선 명단(26명)을 발표했다.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은 소속팀이 의무적으로 선수를 내줘야 하는 대회가 아니기 때문에 A대표팀 감독이 양보하는 게 아니라면 황선홍 감독으로서도 방법이 없었다.

이강인. /KFA 제공
이강인. /KFA 제공

문제는 클린스만 감독이 이강인 차출을 원하면서 내놓은 답변에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A대표팀에 와서 최상의 경기를 치르며 경기력을 끌어올린 뒤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A대표팀 선수로써 수준 높은 경기를 소화하고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가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연령별 대표팀 간 경기력 수준을 비교한 것일 뿐 지도자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조직력’은 물론 ‘적응과 훈련’ 부분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위험한 발언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또 “이강인 선수에게 중국에 가서 큰 사고(금메달 획득)를 치고 오라 했다”고 웃으며 “능력이 있기 때문에 A매치를 치른 후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합류해도 빠르게 적응할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선수에 대한 신뢰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론 아시안게임 축구에 대한 무책임하고 가벼운 인식일 수 있다. 이강인이 향후 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 다소 부진할 경우 책임 문제를 두고 뒷말이 나올 수 있다.

물론 클린스만 감독은 병역 문제가 걸려 있는 아시안게임 축구에 대한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하다가 많은 이들이 지속적으로 설명해 줘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유럽권인 독일 출신이라 한국 선수의 아시안게임 출전 의미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을 순 있다.

그런데도 이강인 차출 관련 일부 발언들은 한국 축구 대표팀을 이끄는 수장이 한 말이라기엔 상당히 실망스러웠다. 원팀이 되기 위해선 완벽한 적응과 부단한 훈련, 선수들 간 케미스트리가 필요하다. 그걸 간과한 듯한 클린스만 감독의 현실 인식에 다소 씁쓸한 뒷맛이 남는다.

박종민 스포츠부 팀장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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