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규정 마련 추진할 정책입안자의 숙고 필요
/ESG행복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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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박종훈 기자] 전 세계적으로 ESG 경영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지속되고 있다. 더욱이 앞으로 ESG 경영 정보의 공시 의무화가 단계적으로 강제될 것으로 보여 그동안 다소 모호했던 ESG 경영 전략이 기업마다 구체화돼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이에 최근엔 미국 등지를 중심으로 안티 ESG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규범적’ ESG 활동이 기업의 가치제고에 부정적이라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는 미국 일각에서의 움직임이지만 이러한 논란은 향후 우리나라 기업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향후 우리 기업들의 ESG 전략이 더욱 구체화될수록 국내에서도 이해관계자 사이의 의견불일치로 사회적 논란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자본시장연구원의 이상호 연구위원은 “장기적으로 재무성과를 견인하지 못하는 ESG 활동은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을 지향해 온 현행의 법체계 하에서 제도적으로 억제됨은 물론, 핵심 이해관계자의 일관된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기업들은 재무적으로 중요한 ESG 활동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하는 것이다.

최근 10여년 사이 ESG 경영이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잡았지만, ESG 성과가 기업의 재무성과나 기업가치 제고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지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연구 내용이 엇갈리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 2022년 12월 이인형 선임연구위원·이상호 연구위원, 이우종 서울대 교수, 선우희연 세종대 교수와 함께 정리한 ‘ESG 활동의 가치관련성 제고를 위한 개선과제’ 보고서에서는 이러한 까닭에 대해 “총체적인 ESG 성과의 개선 활동이 기업의 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경로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기업들의 지속가능보고서, ESG 활동에 대한 보고 및 홍보 자료 등이 여전히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에 비중을 두고 소개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사회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기업이 환경이나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활동을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 있는 것이나, 기업가치 제고와 어떤 실증적 연관이 있는지는 불투명하다.

이상호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ESG 성과가 높은 기업은 그 자체로 좋은 회사(good company)일 가능성이 크나, ESG 성과를 개선한다고 해서 기업가치가 향상될지(company to be good)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확인해보더라도 불확실하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결국 기업들이 재무적으로 ‘중요한’ ESG 활동을 영위해야 한다는 말인데, 이게 구체적으로 무엇을 가리키는 걸까. 앞서 언급처럼 차후 의무화되는 공시를 우선 꼽을 수 있다. 공시를 통해 ESG 활동의 재무적 중요성을 명확히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반복해 언급하는 것처럼 장기적으로 재무성과와 관련성이 떨어지는 ESG 활동은 이해관계자의 지지를 얻기 어려우며, 자본시장 역시 등을 돌릴 공산이 크다. 

이우종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재무보고의 품질이란 결국 회계투명성을 가리키는 것이고, 회계투명성은 기업에 있어서 금융 차원에선 자금조달비용을 낮추며, 실물 차원에선 투자의 효율성을 제고해 미래 현금흐름을 개선한다”고 말한다.

즉 재무성과를 함께 끌어올릴 수 있는 ESG 활동은 개별 기업 차원의 득실을 넘어, 효율적인 자본시장 구조를 안착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런 이야기다. 국내 정책 당국도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만성적인 이슈인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해소를 위해 주력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개별 기업의 입장에선 ‘재무적 성과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ESG 활동’이 도대체 무엇일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따라서 규정을 준비하는 정책입안자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것이다. 기업이나 산업 특성별로 이를 식별하고, 정보이용자들에게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숙고와 소통이 필요하다.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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