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형사·민사·행정 분야 각각 쟁점 달라...명확한 규제 체계 마련해야
전동킥보드 무선충전주차시설 이미지 /LG전자
전동킥보드 무선충전주차시설 이미지 /LG전자

[한스경제=박종훈 기자] 전동킥보드를 포함, 개인형 이동장치(PM)를 이용하다 발생하는 교통사고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에 이와 관련된 사법 판례도 분야별로 누적되고 있지만, 아직 일관되고 명확한 규제 체계가 마련된 것은 아니다.

개인형 이동장치 관련 사고는 도로교통공단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7년 117건에서 2022년에는 2386건으로 늘었다. 이는 연평균 96.2%가 증가한 수준이다. 누적 사망자 수도 45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의 유형은 다양하다. 보행자나 다른 차량과의 충돌사고뿐 아니라 배터리 화재 사고 등도 직접적인 인적·물적 피해를 유발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음주운전, 무면허운전 등의 각종 도로교통법 위반 사례도 빈발하고 있다.

보험연구원의 황현아 연구위원은 이 같은 개인형 이동장치와 관련된 최근의 판례, 특히 ‘전동킥보드’ 부문만 추려서 형사·행정·민사 분야로 나눠 주요 쟁점을 살핀 동향 자료를 발표했다.

형사 판례 중 주목할 지점은 전동킥보드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사망하게 한 경우에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가중처벌 대상인지가 이슈가 된다.

특가법 제5조에선 ‘음주 또는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자동차 등을 운전하여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하거나 사망하게 한 경우 형법에서 정한 형보다 가중하여 처벌하다’고 정해져 있다. 이때 ‘자동차 등’에는 도로교통법 제2조의 자동차와 원동기장치자전거가 포함되는데, 전동킥보드는 원동기장치자전거의 일종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런데 도로교통법은 전동킥보드를 자전거와 함께 묶어 ‘자전거 등’으로 분류하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자동차에 적용되는 규정 중 상당 부분을 전동킥보드에 대해선 적용하지 않는다. 사실상 자전거 취급 규제를 받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작 음주운전 사고가 발생하면 특가법 가중처벌 규정을 적용해야하는지 말아야는지가 쟁점이 되는 것이다.

지난 6월 말에는 이와 관련해 유의미한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전동킥보드 음주운전으로 발생한 사상 사고가 특가법상 가중처벌 대상이라고 판시한 것이다. 특가법은 음주나 약물 운전 외에도 뺑소니에 대해서도 가중처벌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대법 판결로 인해 향후 전동킥보드 운전자가 사고 후 피해자 구호조치를 하지 않으면 뺑소니로 가중처벌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행정 판례 부문을 살펴보면, 전동킥보드 음주운전시 면허취소 여부가 쟁점이다.

반복해서 언급되지만 현행 도로교통법에선 전동킥보드 음주운전에 대해 운전면허 취소나 정지에 대해 별도의 규정이 없다. 따라서 주로 자동차 음주운전과 동일한 기준에 따라 제재가 가해져야 할 텐데 실상은 좀 다르다.

즉, 자동차나 오토바이 등의 음주운전에 대해선 혈중 알코올 농도에 따라 매우 높은 수준의 징역이나 벌금을 가하고 있지만, 자전거 등의 음주운전은 상대적으로 가볍게 처벌하고 있다. 전동킥보드는 그렇다면 어느 쪽에 놓아야 할까.

그에 반해 면허취소와 관련해선, 마찬가지로 자전거나 개인형 이동장치에 대한 별도 규정이 마련되지 않았기에 자동차 음주운전과 동일한 기준에 따라 면허취소가 이뤄진다. 법 규정이 도통 명확하지 않기에 쟁점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전동킥보드 음주운전으로 자동차 운전면허를 취소당한 운전자들이 이에 대한 부당함을 호소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웃기는 것은 이에 대한 하급심 판례도 엇갈린다는 점이다. 당연한 결론이지만, 벌칙 규정과 면허취소 규정의 일관성을 모색해야 할 때다.

전동킥보드 운전자가 교통법규를 위반해 운전하던 중 사고가 발생해 부상을 입은 경우, 국민건강보험이나 산재보험의 요양급여 대상이 되는지도 쟁점이다. 실제로 양쪽 공적보험 모두 중대한 과실이나 범죄행위로 인한 상해는 보험급여를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무면허, 음주, 기타 교통법규 위반 상황에서 발생한 사고니 동일하게 취급해야 할지도 논란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전동킥보드 사고 역시 무면허나 음주 등에 의한 사고는 보험급여가 제한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공단의 입장이 옳다고 지난 5월 광주지법의 판결이 나온 바 있다. 하급심 판결이기 때문에 향후 추이를 더 지켜봐야겠지만, 상식적인 판단으로는 이와 같은 방향이 옳다.

그에 반해 산재보험법 관련 판결은 정 반대의 상황이다. 근로복지공단이 전동킥보드 무면허운전 및 신호위반으로 인한 사고에 대해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이므로 요양급여 신청을 불승인했지만, 지난 2021년 서울행정법원은 이를 취소했던 것이다.

민사 판례에서 가장 ‘핫’한 이슈는 배터리 문제다. 소방청에 따르면 전동킥보드 배터리 화재 사고는 지난 2018년 5건에 불과했는데, 2022년엔 115건으로 증가했다. 심지어 2022년엔 사망사고도 발생했다. 재산 피해 발생 규모는 5억 9994만원에 달한다.

최근 사법 당국은 ‘통상적인 용법’에 따라 정상적으로 사용하던 중 발생한 화재 등에 대해선 제조물책임이 인정된다고 보고 있다. 즉, 개조하지 않고 순정 이용을 한다면 제조물책임으로 본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걸 정상적으로 사용했는지 여부를 법적으로 다툴 거리가 너무 많다는 거다. 개별적으로, 또한 구체적으로 상황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책임 분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도로관리상 하자나 안전시설 미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전동킥보드 사고에 대해선 관리자인 지방자치단체가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는 판결도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은 자동차와는 사뭇 다르다. 즉, 자동차라면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될 도로의 작은 하자에도 전동킥보드의 경우 운전자 사상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따라서 향후 정부나 지자체의 도로관리 수준이 훨씬 강화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아울러 현행 상법 제652조에 따르면 보험계약자의 위험이 변경·증가한 경우 이를 통지하도록 하고 있다. 쉽게 말하자면 오토바이 등을 타기로 했다면, 이는 대표적인 위험 변경·증가 사례이며, 따라서 대부분의 보험약관에선 이런 사정이 발생하면 보험회사에 통지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런데 전동킥보드는 어디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까. 오토바이와 같은 원동기장치자전거를 이용하는 경우에 준하여 보험회사에 통지할 의무를 부담해야 할까. 아니면 그냥 자전거를 타는 것처럼 통지할 필요가 없을까.

최근의 보험약관은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전동킥보드나 전동휠 등 개인형 이동장치에 대해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에 작성된 보험약관은 대부분 이를 명시하고 있지 않기에 해석에 대한 쟁점이 발생한다. 참고로 2019년 대법원 판결은 원동기장치자전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전동킥보드 사고 등과 관련한 판례 사안의 주요 쟁점은 가장 먼저 이걸 ‘무엇’으로 취급할지다. 자동차로 볼 건지, 자전거로 볼 건지에 따라 다르다. 황현아 연구위원은 “분쟁의 예방을 위해 전동킥보드의 법적 성격에 대한 일관되고 명확한 규제 체계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한다. 특히 주요 쟁송 거리들이 건강·생계적 안정 등과 밀접한 연관이 있을 수 있기에 보다 명확한 판단 기준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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