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전주 연고였던 KCC의 부산 이전 사태
신뢰 무너진 결과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지난해 1월 2021-2022시즌 프로농구 올스타전 취재 차 대구체육관을 방문했을 때 얘기다. 대구체육관 내 3300석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경기 약 2시간 전부터 대구체육관 주위에 길게 줄을 선 팬들의 모습을 보니 문득 정확히 20년 전 대구 동양 오리온스 시절이 떠올랐다. 대구체육관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던 당시 대구 동양은 김승현(45), 김병철(50), 전희철(50), 고(故) 마르커스 힉스, 라이언 페리맨(47)의 선수 구성으로 2001-2002시즌 프로농구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고등학생이던 기자가 자주 찾았던 그 시절 대구체육관엔 연일 관중이 꽉 들어찼다. 김승현의 마술 같은 드리블과 패스, 김병철의 화끈한 3점슛, 전희철의 돌파와 점퍼, 힉스의 덩크슛, 페리맨의 리바운드가 대구를 ‘농구도시’로 이끌었다. 그러나 2011년 오리온스는 대구를 떠나 고양으로 연고지를 옮겼고 대구 농구팬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최근 KCC 농구단의 연고지 부산 이전으로 전주 팬들 역시 분노와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비단 팬들뿐만 아니다. 과거 KCC에서 뛰었던 선수들까지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하승진(38)의 유튜브 채널에 등장한 전태풍(43)은 “10년 뒤 사람들은 전주 KCC 시절의 나와 하승진, 강병현(38) 등을 잘 기억하지 못할 수 있다. 우리의 스토리를 다 잃을 수 있다”고 걱정했다. 하승진 역시 “(프로농구 초창기) 부산 기아엔터프라이즈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이 없는 것처럼 ‘전주 KCC’도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나아가 하승진은 “전 세계 스포츠는 연고지를 활성화하려 한다. 미국프로농구(NBA)도 팀이 지역마다 골고루 분포돼 있다. 호남권에 있던 전주 KCC가 없어지니 이 지역 사람들은 직관을 가기 너무 힘들어졌다.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맞는 말이다. 최근 만난 한국농구연맹(KBL) 관계자는 “호남권 팀이 사라지게 되면서 리그 입장에선 균형 발전이란 과제가 생긴 게 맞다”고 인정했다.

프로스포츠와 연고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구단들은 흔히 지역 밀착 마케팅으로 팬들을 끌어 모은다. 끈끈하게 다져진 지역 팬층은 리그 인기 향상에도 기여한다. 팬들과 선수들이 함께 써 내려간 구단 역사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 경제로도 자리매김한다. 구단과 연고지의 이미지가 동일시되기도 한다. 뉴욕이라고 하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뉴욕 양키스가 떠오르고, 시카고라고 하면 마이클 조던(60)이 뛰었던 NBA 시카고 불스를 떠올리는 이들이 꽤 많다.

결국 신뢰의 문제다. 감독과 선수, 선수와 팬들간에 신뢰가 필요하듯, 구단과 연고지 사이에서도 신뢰가 중요하다. KCC가 부산 이전을 전격 발표한 건 새 체육관 건립 약속과 관련해 구단과 전주시의 관계가 이미 틀어졌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신뢰를 잃은 것이다. 프로스포츠를 단순히 돈으로만 해석하는 시각도 있지만, 프로스포츠 또한 엄연히 사람이 하는 일이다. 감정이 담긴 일종의 생명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프로스포츠의 연고지 결정에도 ‘신뢰’가 우선이다.

박종민 스포츠부 팀장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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