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기뻐하기엔 부족한 결과
정확한 평가는 유보
위르겐 클린스만 A대표팀 감독. /KFA 제공
위르겐 클린스만 A대표팀 감독. /KFA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한국 축구의 ‘형(A대표팀)’과 ‘아우(U-22 올림픽 대표팀)’가 나란히 승리를 거뒀지만, 뒷맛은 찜찜하다. 이웃 나라 일본이 ‘강호’ 독일을 4-1로 대파하고 A대표팀 전임 사령탑이었던 파울루 벤투(54·포르투갈) 감독의 아랍에미리트(UAE)마저 코스타리카를 4-2로 제압하면서 한국 축구만 여전히 뒷걸음질 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위르겐 클린스만(59·독일)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은 13일(이하 한국 시각) 영국 뉴캐슬의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 평가전에서 전반 32분 터진 조규성(25)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했다. 이전까지 3무 2패를 기록했던 클린스만 감독은 6경기 만에 데뷔 승을 올렸다.

황선홍(55) 감독이 지휘하는 올림픽 대표팀은 전날 경남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아시안컵 조별예선 B조 3차전에서 미얀마를 3-0으로 격파하고 대회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이번 예선은 2024 파리 올림픽 아시아 최종 예선인 내년 AFC U-23 아시안컵 본선 진출팀을 가리는 대회로, 파리 올림픽을 향한 첫 관문이었다.

◆기뻐하기엔 부족한 결과

승리는 챙겼지만, 두 대표팀 모두 ‘골 결정력 부재’와 ‘감독 리스크’를 해결하지 못했다. 클린스만호는 유효 슈팅 9개를 기록했지만, 1골을 넣는 데 그쳤다. 그가 취임 당시 언급했던 “4-3으로 이기는 공격 축구”와는 거리가 멀었다.

황선홍호도 마찬가지다. ‘약체’ 미얀마를 상대로 겨우 1-0으로 리드하다가 후반 40분 이후 2골을 추가하고 3골 차로 이긴 건 그리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다. 황선홍 감독은 경기 후 "제일 어려운 건 골 결정력을 향상하는 것이다. 기회나 공격 빈도 대비 결정력이 떨어졌던 대회였다. 본선에선 좀 더 강한 상대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골 결정력 부분을 개선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감독 리스크도 여전하다. 클린스만 감독은 전술적인 디테일이 부족하다. 김대길(57) KBS N 스포츠 축구 해설위원은 13일 본지와 통화에서 “클린스만 감독 입장에서 첫 승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팀을 지휘하는 데 조금 힘이 생겼다”라면서도 “다만 우려한 점은 해소되지 않았다. 어떠한 전술을 추구하는지 의문이다. 조직적으로 대응한다거나, 팀 스피드 끌어올린다거나, 측면에서 어떤 전술을 가동한다거나, 하프스페이스 공략을 어떻게 한다거나 등 변화가 잘 없다. 지금은 선수들이 거의 알아서 하는 수준이다”라고 냉정한 평가를 했다.

김대길 위원은 이어 “사실 평가전은 대표팀 입장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먼저 시뮬레이션한 상황에서 A매치를 벌여 잘못된 부분을 교정하는 데 의미가 있다. 물론 웨일스전(0-0 무)에서 어울리지 않는 포지셔닝을 선수들에게 함으로써 다소 엉켰는데 그걸 교정했더니 사우디전에선 전반전에 공격이 매끄러웠고 슈팅도 많이 나왔다. 그런데도 클린스만 감독의 지도 스타일이 정말로 이러한 건지 의문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황선홍 올림픽 대표팀 감독. /KFA 제공
황선홍 올림픽 대표팀 감독. /KFA 제공

◆정확한 평가는 유보

김대길 위원은 “감독이 직접 지휘하고, 선수들과 접촉하며, 돌아다니면서 선수를 발굴하는 등 그런 부분이 필요하다. 그런 부분이 아직도 의문으로 남아 있다. 사실 이런 문제가 생길 것이라곤 예상하지 못했다”며 “이런 식이면 결국 과정이 나빠진다. 감독은 선수를 분석하고 포지션 등 틀을 짜야 하는데 아직 그러지 못하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과정이 좋아야 쉽게 무너지지 않고 팀에 힘이 생겨서 끌고 갈 수 있는데 클린스만호는 과정이 완벽하지 않은 채 경기만 하는 상황이다. 과정을 단단하게 다져갈 수 있도록 클린스만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클린스만 감독처럼 잦은 외근과 휴가 등 외유 논란은 없지만, 황선홍 감독 역시 전술적 완성도 측면에선 비판받고 있다. 황선홍호는 중원에서의 미흡한 패스 플레이, 약한 수비 등 불안한 전력을 드러내고 있다. 일각에선 K리그 FC서울 감독 시절부터 제기돼 왔던 부족한 선수단 관리 능력 등 황선홍 감독의 리더십까지 문제 삼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과 황선홍 감독에게 이번 승리는 그동안 제기돼 왔던 경질론과 팬심 악화를 완전히 잠재우기엔 턱없이 부족한 결과다. 일단 이번 승리로 두 대표팀에 대한 평가는 다시 유보됐다.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두 팀의 향후 행보에 더욱 관심이 쏠리게 됐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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