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실 돔구장 건설안 실내 조감도. /서울시 제공
서울 잠실 돔구장 건설안 실내 조감도. /서울시 제공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올 시즌 프로야구는 유독 많은 우천순연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기상 이변으로 국지성 폭우, 집중 호우 등이 잦아지면서 우천 취소 경기가 속출했다. 페넌트레이스 일정이 늘어지면서 10월 중순에야 가을야구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 현재 한국야구위원회(KBO)의 계획대로라면, 한국시리즈는 11월 초중순에 열린다. 가을야구가 아닌 ‘겨울야구’를 할 판이다. 지난달 만난 한 팀 감독은 “돔구장이 많아지면 올해 같은 상황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시도별로 돔구장이 있다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18일 야구계에 ‘단비’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서울시는 이날 잠실에 돔구장을 포함해 세계적 수준의 '스포츠·마이스(MICE) 복합단지'와 한강과 연계한 수변생태문화공간을 조성한다고 18일 밝혔다. 서울시에 따르면 잠실돔구장은 국제경기 유치가 가능한 3만 석 이상의 국내 최대 규모로 지어진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홈구장 로저스센터를 벤치마킹해 내·외야를 순환하는 360도 개방형 콘코스(관중석과 연결된 복도 공간)와 스카이박스·필드박스·패밀리존 등 각종 프리미엄석이 도입될 예정이다. 또 야구장이 보이는 객실 120개를 포함해 총 300개의 객실을 가진 호텔과 연계해 지어진다.

야구계로선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다. 비, 바람, 추위가 몰아쳐도 날씨에 상관없이 경기 개최가 가능한 서울의 대형 돔구장은 프로야구계의 숙원이었다. 기존 고척스카이돔에 인천 청라돔(2027~2028년 완공 예정)과 잠실돔까지 계획대로 지어진다면, 날씨 변수를 줄일 수 있다. 또 잠실을 홈으로 쓰는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 구단도 팬들에게 더욱 쾌적한 관람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돔구장 건립은 구단 수익 사업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LG와 두산은 새집을 얻기 위해 적지 않은 고통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잠실 돔 예상 공사 기간은 2026년 1월부터 2031년 말까지다. 두 팀은 2016시즌부터 2031시즌까지 총 6시즌 동안 잠실 야구장이 아닌 곳에서 경기 일정을 치러야 할 상황에 놓였다. 

KBO는 돔구장 공사 기간 두산과 LG가 사용할 대체 홈구장을 확보해달라고 요청했다. LG와 두산은 야구장 옆 잠실주경기장을 리모델링해 6년간 활용하겠다고 건의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대규모 공사 현장의 혼잡과 안전 문제를 고려해 난색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팀은 키움 히어로즈와 고척돔을 공유하고, 다른 한 팀은 목동구장을 쓰는 방안이 거론된다. 하지만 목동구장의 시설은 프로 경기를 치르기에는 상당히 열악하고, 소음 및 조명에 따른 주민들의 민원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고척돔 셋방살이도 키움 구단과 공조해야 할 사안이라 간단치 않은 문제다.

1~2년이라면 모를까 6년은 너무 긴 시간이다. 서울시와 KBO, LG, 두산이 서로 머리를 맞대 두 구단과 야구팬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최적의 대안을 도출해야 한다. 서울시는 프로야구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프로야구를 단순히 스포츠라고 치부하지 말고 ‘공공재’로 생각하고 접근해야 한다. 지자체의 일방 행정과 불통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서울 시민과 야구팬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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