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변호사·행정사 등, 수임 제한 규정 참조해야
정부세종청사 국세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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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박종훈 기자] 공직을 지낸 세무사에 대한 전관예우나 전현직 유착 등의 비위문제가 불거지며 이를 근절하기 위한 법개정이 이뤄졌으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8년 12월 31일 개정된 세무사법에서는 이 같은 전관예우 문제 근절을 위해 △업무실적 내역서 작성·제출 규정 등 신설 △공직퇴임세무사 수임제한 규정 신설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우선 변호사와 마찬가지로 세무사 역시 업무실적 내역서를 한국세무사회에 작성해 제출하도록 했다. 세무사가 세무대리를 시작하기 위해 등록하는 세무사등록부 및 업무실적 내역서에 공직퇴임세무사 여부를 기재하도록 하며, 세무사가 세무대리 수임을 위해 세무공무원과의 연고관계 등을 선전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규정 등이 신설됐다. 이는 보다 투명하게 세무대리 업무가 운용될 수 있도록 하자 것이다.

수임제한 규정 역시 마찬가지 맥락이다. 공직 퇴직 전 근무한 세무관세 등과 관련된 세무대리 수임을 제한하기 위한 규제다.

구체적으로는 수임제한 대상자는 '5급 이상 직급의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퇴직한 후 세무사 개업을 한 세무사'이다. 수임제한 업무는 원칙적으로 '퇴직 1년 전부터 퇴직한 날까지 근무한 기획재정부·국세청·조세심판원 등의 국가기관이 처리하는 사무와 관련된 세무대리'다. 이를 위반하면 1년 이한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여된다.

변호사법이나 관세사법 등에도 이와 같은 수임제한의 내용이 있는데, 대상자나 제한 업무 범위 등에 대한 세부적인 부분은 차이가 있다. 변리사나 법무사, 공인노무사 등은 공직에서 퇴임한 이들에 대한 수임제한 규정이 없다.

그러나 이런 법개정에도 불구 그 실효성 논란은 지속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대표적으로 수임제한 업무의 범위가 매우 협소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세무사의 가장 기본적인 업무는 ‘조세에 관한 신고’인데, 이와 관련한 내용이 수임 제한 세무대리 업무에서 빠졌다. 즉, 공직퇴임세무사는 아무 제한 없이 법인세·소득세· 부가가치세 신고 등, 신고업무를 할 수 있다.

수임이 제한되는 세무대리 업무 범위는 과세표준·세액의 결정·경정, 조세불복청구(이의신청, 심사·심판청구 등), 조세법령에 대한 유권해석, 개발부담금에 관한 행정심판 관련 사무, 공동주택가격 공시 이의신청 관련 사무, 세무조사 대리다.

변호사나 관세사 등의 경우엔 퇴직한 공무원이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업무의 수임이 제한된다. 관세사의 경우가 세무사와 좋은 비교 대상이 되는데, 수출·수입신고 및 관세에 관한 상담 또는 자문에 대한 조언 등 역시 수임제한 업무범위에 들어간다. 결국 세무사 역시 전관예우 문제 근절을 위해선 실효적으로 수임제한 업무에 조세에 관한 신고 등을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수임제한 규정은 현재 5급 이상 직급의 공무원으로 근무하다가 퇴직한 후 세무사 개업을 한 이로 규정하고 있다. 5급이란 직급을 기준으로 삼은 것은, 일선 세무서에서 의사결정권이 있는 세무서장(3급, 4급)이나 세무서 과장(5급)에 해당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데 전관예우 문제가 단지 의사결정권을 가진 직급 이상인 경우만이 아니더라도, 연고관계 등의 전현직 유착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으므로 보다 제한 대상을 넓히는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

가령 공직자윤리법에서는 재산등록제도 운영을 일반직 공무원은 4급 이상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세무 공무원은 5급 이하 7급 이상도 포함하고 있는 점을 참작해야 한다.

아울러 업무실적 내역서의 작성과 제출, 또한 내역서에 공직퇴임세무사 여부를 기재하도록 규정한 부분 역시 딱히 전관예우 근절에 효과가 없다. 왜냐하면 한국세무사회가 제출 받은 업무실적 내역서를 검토해 조사하고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등의 근거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령 공직퇴임변호사는 2년 동안 수임자료 등에 대한 제출의무를 부과한다. 소속 지방변호사회를 거쳐 법조윤리협의회의 조사 등을 받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법조윤리협의회는 징계사유나 위법 혐의가 있는 것에 대해선 대한변호사협회나 관할 수사기관에 징계개시를 신청하거나 수사를 의뢰할 수 있다.

이러한 전관예우 문제는 결국 조세행정의 신뢰도를 저하시키고 세무대리 업무의 공정성을 저해한다. 국회입법조사처 황성필 조사관은 “전관예우를 근절하기 위해 ‘세무사법’에 공직퇴임세무사 수임제한 등 여러 규정이 도입되었으나, 실효적이지 못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라며 “실효성 제고를 위해 공직퇴임세무사 수임제한 규정 적용범위를 확대하고, 한국세무사회 등의 공직퇴임세무사 위법행위 감독을 명문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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