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연합뉴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아시안게임 야구 최강자인 한국에 대만은 늘 껄끄러운 상대였다. 역대 아시안게임 야구에서 4개의 금메달을 딴 한국은 결승에서 대만과 가장 많이 만났다. 2002년 부산 대회와 2010년 광저우 대회, 2014년 인천 대회 결승에서 대만과 맞붙었다. 2002년에는 4-3으로 신승했고, 인천 대회에서도 힘겹게 6-3 역전승을 거뒀다. 자카르타ㆍ팔렘방 대회에선 조별리그에서 만나 1-2로 석패한 바 있다.

4회 연속 금메달에 도전하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아구 대표팀에도 대만은 경계 대상 1호다. 한국은 대만, 홍콩, 예선 통과국과 B조에 편성됐다. 다음 달 1일 홍콩과 첫 경기를 치르고 2일 대만, 3일 예선 통과국과 맞붙는다. 조 1위로 슈퍼라운드에 진출하기 위해선 난적인 대만을 반드시 꺾어야 한다. 류중일(60) 야구 대표팀 감독은 "예선 2차전인 대만전에서 총력전을 펼쳐 조 1위로 올라가겠다. 결승은 나중에 생각하겠다"고 강조했다.

대만은 5년 전 자카르타ㆍ팔렘방 대회 당시 엔트리 24명 중 17명을 실업야구 선수들로 채웠다. 프로 선수는 7명에 불과했다. 이번에는 다르다. 역대 최강 전력을 구성했다. 최종 엔트리 24명 중 17명이 프로 선수다. 대만 언론에 따르면 최근 3개 아시안게임을 통틀어 프로 선수가 가장 많다. 특히 미국프로야구 마이너리그에서 뛰는 유망주 7명이 합류했다. 이 중 대부분은 지난 2019년 부산 기장에서 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18세 이하(U-18) 야구 월드컵에서 미국을 2-1로 제압하고 우승을 차지한 대만 야구의 '황금 세대'다.

류중일호의 과제는 대만 좌타 라인 봉쇄가 될 전망이다. 대만은 정쭝저(22ㆍ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마이너), 린안커(26ㆍ퉁이 라이온즈), 린쯔웨이(29ㆍ라쿠텐 몽키스) 등 왼손 타자들이 타선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피츠버그 산하 싱글A 소속의 유격수 정쭝저는 지난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해 15타수 5안타 맹타를 휘두른 강타자다. 린안커는 2020년 대만프로야구(CPBL) 홈런왕과 타점왕을 차지했고, 올해도 대만리그 홈런 3위(14개)를 달리는 거포다. 린쯔웨이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102경기에 출전한 빅리거 출신이고, 2023 WBC에도 출전했다.

과거 대표팀에는 봉중근(43ㆍ은퇴), 김광현(SSG 랜더스), 양현종(이상 35ㆍKIA 타이거즈) 등 좌타자 잡는 왼손 선발 투수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대표팀에는 선발 전문 왼손 투수가 없다. 선발진의 한 축을 맡을 것으로 기대했던 구창모(26ㆍNC 다이노스), 이의리(21ㆍKIA)는 부상으로 낙마했다.

류중일호는 오른손 투수들에게 기대를 건다. 좌타자만이 좌투수 상대에 강점이 있다는 건 사실 편견에 가깝다. 좌타자에게 강한 오른손 투수들도 많다. 이번 대회에서 선발을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 오른손 투수 가운데 올 시즌 좌타자 피안타율이 가장 낮은 선수는 곽빈(24ㆍ두산 베어스)이다. KBO리그에서 좌타 피안타율이 0.223(우타 0.210)에 불과했다. 박세웅(좌타 0.245-우타 0.252)과 원태인(좌타 0.256-우타 0.276)은 오히려 오른손 타자보다 왼손 타자에게 강했다. 류 감독은 "구창모와 이의리가 빠져 선발진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KBO리그에는 좌타자가 많다. 곽빈, 박세웅이 리그에서 좌타자를 많이 상대해 봤기에 잘할 거라 믿는다"며 신뢰를 보냈다. 또 류 감독은 "단기전에선 점수를 많이 뽑기 쉽지 않다. 투수 운영은 1+1을 생각하고 있다. 중간 투수들이 좋다. 2~3점 이내로 막으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만 왼손 투수 린유민. /연합뉴스
대만 왼손 투수 린유민. /연합뉴스

대만 마운드에도 경계해야 할 ‘왼손’이 있다. 왼손 파이어볼러 린유민(20ㆍ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마이너)이다. 린유민은 올해 애리조나 산하 트리플A와 더블A에서 뛰고 있다. 시속 140km 후반대의 속구에 평균 이상의 체인지업과 슬라이더, 커브를 갖췄다. 그는 16세이던 지난 2019년 부산 기장 WBSC U-18 야구 월드컵에 출전해 대만 우승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당시 린유민은 호주와 스페인전에서 승리투수가 됐고, 미국과 결승전에는 불펜으로 등판하는 등 14이닝 동안 삼진 15개를 뽑으며 단 2자책점만 기록했다.

이후 린유민은 대만야구를 대표하는 유망주로 성장했다. 현재 애리조나 팜 전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유망주다. 린유민은 더블A에서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류즈롱(24ㆍ보스턴 레드삭스 마이너)과 함께 유력한 한국전 선발 후보로 꼽힌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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