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윤석열 대통령, 유엔총회서 무탄소에너지 확산 강조
RE100, 국내 기업 여건상 어렵다는 판단
주요 기업들도 다음달 출범 앞둔 CF연합 참여
전문가들, CFE 실현은 RE100 이행이 우선 강조
“국제 기준인 RE100 대신 CFE? 득보다 실도”
미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8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
미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8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

[한스경제=조나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무탄소에너지(CFE: Carbon Free Energy)의 국제 확산을 위한 국제 플랫폼으로 ‘CF 연합’을 제안하면서 CF 연합의 영향력 및 실효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이 같은 제안은 RE100 이행 여건이 불리한 국내 기업들의 부담 완화가 목적이지만, 일각에서는 이미 RE100이 국제 기준으로 자리 잡은 현 시점에서 CFE에 선뜻 동참할 국가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앞당기기 위한 현실적 대안으로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원전, 수소와 같은 고효율 무탄소 에너지를 폭넓게 활용할 것”이라며 “이를 기후위기 취약국들과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RE100은 이행 수단을 재생에너지로만 한정하는 데다 지역별로 다른 여건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문제가 지적돼 왔다. 때문에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생산이 어려운 국가들에게 사실상 또다른 무역장벽으로 작용해 온 것도 사실이다. 국내에서도 주요 대기업들이 RE100 참여 의사를 밝혔지만, 현 시점에서만 본다면 높은 점수를 받긴 어려운 실정이다.

반면 CFE는 특정 에너지원을 지정하지 않고 탄소 배출이 없는 다양한 에너지를 탄소중립 이행 수단에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반영하고 있다. 때문에 RE100을 대체하는 개념은 아니다. 구글도 이 같은 기조에서 2017년 CFE를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구글의 CFE 선언은 국내 상황과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태양광산업협회 정우식 부회장은 “구글은 RE100 이행을 어느 정도 실현하고 있는 기업 중 하나”라며 “국내에서는 이제 막 걸음마 단계인데 갑자기 CFE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실현 가능성도, 국제적으로 기후위기를 타개한다는 진정성도 인정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RE100에 많은 기업들이 가입을 했고, 엄청난 투자를 했다”라며 “하나의 국가에서, 더구나 아직 RE100 실현 모범국도 아닌 곳에서 새로운 연합체를 구성한다고 한다면, 국제사회가 얼마나 호응할지 모르겠다. RE100도, CFE도 결국 경제적 이익이 뒷밤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 관점에서도 CFE가 RE100보다 반드시 이익이 크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플랜 1.5 권경락 활동가는 “RE100이나 CFE나 결국 기업에 이익이 되느냐를 보면 향후 흥행 여부도 전망이 가능하다고 본다”면서 “현재 구글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파트너사들에게 RE100 가입을 요구하고 있는데, 우리 기업만 ‘RE100 말고 CFE 할게요’라고 한다면 받아들여 질 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어 “글로벌 기업들은 방침을 바꾼게 없고, 이 방침을 우리 정부가 바꿀 수도 없는 것 아닌가”라며 “국제적으로 정책변화가 있다면 깊은 논의가 가능하겠지만 현재로서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5월 산업통상자원부가 대한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CFE 포럼’을 구성, 포럼에 참여한 기업과 협회들을 중심으로 한 ‘CF연합’을 다음달 출범할 계획이다. 현재 참여 기업으로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SK하이닉스, 포스코, GS에너지, 두산에너빌리티 등 50여 개 기업과 단체가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CF연합과 관련해 업계에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일부 기후위기 관련 기관도 공식적인 입장을 꺼리고 있는데다 기업들은 CF연합이 정부 주도로 추진된 탓에 더욱 말을 아끼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주요 기업들이 RE100 이행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CF연합에 참여한다고 해도 RE100을 배척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RE100은 긴 호흡을 갖고 추진하는 사업인만큼 CF연합 참여와 별개로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현재 공식적으로 CFE를 선언한 상태는 아니다”라며 “정부 주도 사업에 대해 뭐라 입장을 밝히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태양광산업협회 정우식 부회장은 “구글이 CFE를 선언했다고 해서 국제적인 기준이 된 것은 아니다”라며 “CFE는 RE100을 어느 정도 달성한 후에 이행할 수 있는 정책이다. 적어도 RE100을 성실하게 이행하는 과정에서 CFE를 추진한다면 국제적인 관심을 받을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제2의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에 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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