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전초전인가 제2전선인가...예상 밖 이슈몰이도
12일 열린 국회 기재위 국정감사에서 증인 선서와 인사말을 하고 있는 이형일 통계청장 /국회방송 갈무리
12일 열린 국회 기재위 국정감사에서 증인 선서와 인사말을 하고 있는 이형일 통계청장 /국회방송 갈무리

[한스경제=박종훈 기자] 올해 국정감사 일정이 중반을 넘어서고 있는 가운데, 일부 피감기관과 관련한 이슈에 세간이 주목하고 있다. 당초 여야 위원들의 격돌이 예상됐던 사안도 있으나, 의외성도 부각됐다.

올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감에서 통계청은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전 정부의 통계조작 의혹에 대해 여당이 포문을 열었으며, 이미 국감 일정 시작되기 전 감사원의 중간결과 발표도 있었다.

기획재정부 산하 3개 청 중 통계청은 고유의 업무 속성 탓에 국감에서 딱히 두드러질 이유가 없는 기관이었다. 통상 통계청의 통계 업무 대부분이 연 단위로 조밀하게 계획돼 있는 터라 딱히 문제를 삼을 이슈가 자주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공무원 조직 안에서도 ‘워라밸이 가장 우수한 기관'으로 꼽히기도 했던 통계청은 올해 기재위 국감에서  난타를 당했다. 전초전부터 뜨겁게 달아오른 것이다. 

통계청이 전 정부의 경제정책 성과를 부풀리기 위해, 또한 부동산정책 실패를 축소하기 위해 통계를 조작했다는 것이 감사원의 중간발표 내용의 핵심이며, 여당이 날을 세우고 있는 부분이다. 이에 반해 야당은 현실을 100% 그대로 반영할 수 있는 통계는 없다는 입장이며, 이는 현 정부와 여당의 정치적 압박으로 감사원이 표적 감사를 추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12일 정부대전청사에서 열린 관세청·조달청·통계청 대상 기재위 국감장에선 지난 7월 임명된 이형일 통계청장에게 여야 기재위원들의 질문이 일정 내내 쏟아졌다. 그러나 이슈 자체가 갖고 있는 파급력과 중차대함을 감안하면 이 청장이 답변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었다. 결국 감사원의 최종 결과발표와 검찰 수사결과 등을 지켜보겠다는 말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향후 결말과 무관하게 이번 이슈는 정치권에도 큰 화두를 던지고 있다. 나라의 정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서 기초 자료로 활용되고 있는 국가통계가 과연 정치권력의 도구로 ‘조작'될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표는, 향후 이 국가통계에 대한 신뢰는 물론이고, 정부의 정책과 이를 견제하는 입법 권력의 역할에 대해 근간을 뒤흔드는 내용이 아닐 수 없다.

그런 가운데 기재위 국감 일정의 하이라이트라고도 말할 수 있는 기획재정부 대상 일정은 올해의 경우 산하 기관 뒤로 밀려 있다. 세수 추계 실패 등의 책임을 두고 부처 수장이자 경제부총리에게 야당이 날을 벼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후 일정과 마무리 종합감사 등에서 통계조작 이슈가 다시 거론될 것인지 여부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무위원회 국감 일정에선 공정거래위원회가 다종・다양한 이슈와 관련해 구설에 올랐다. 특히 여야 위원들은 비단 온라인 부문만이 아니라 우리 일상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플랫폼’ 기업들의 비즈니스 행태나 갑질 이슈 등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

이를 규율해야 하는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는 공정위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성토도 이어졌다. 서슬퍼런 제재로 ‘기업 저승사자'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는 공정위인데, 최근엔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정무위원인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부산 남구을)이 공정위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2023년 8월까지 공정위의 퇴직자 취업심사 대상자는 총 57명이었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이들 취업심사 대상자가 퇴직 후 3년 안에 취업심사 대상기관에 취업하려면 심사 과정을 거쳐 승인을 받아야만 한다.

공정위 퇴직자들이 이직을 시도한 업체를 유형별로 보면 대기업이 32명으로 절반을 넘고 있다. 법무법인이 12명이며, 중견·중소기업은 6명이다.

박 의원을 포함해 정무위원들은 이와 같은 현상은 기업들의 ‘전관' 모시기 행태라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들어 법무법인 이직 시도가 늘어나고 있는 점이 대표적인 예다. 2022년부터 올해까지 법무법인 취업심사를 신청한 건은 6건인데, 심사 대상은 김앤장, 태평양, 광장 등 모두 유명 대형 로펌이다.

박재호 의원은 “공정위 출신들이 손쉽게 대형 법무법인과 대기업에 이직하는 현실에서 공정한 경쟁과 이권 카르텔 타파가 실현 가능할지 의문이다"라며 “공정위 전관을 통한 법조 이권 카르텔이 형성되지 않도록 자정 노력이 필요하고, 변호사에 대한 과도한 취업제한 예외규정을 손보는 등 제도 개선을 검토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박차훈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의 기소, 전국 곳곳 개별 금고의 비위와 갑질행태 등으로 올해 지속적으로 시끄러웠던 새마을금고도 행안위 국감에서 질타의 대상이 됐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비례)은 “새마을금고 이사장 중임률은 69.86%, 연임률은 58.63%이며, 중앙회 임원 평균 연봉은 5억 3000만원, 개별 금고 임원 연봉도 1억원을 넘고 있다”라며 “새마을금고 임원 제도가 전반적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임과 중임에 대한 문제제기는 장기간 재임하면서 각 금고에서 금융사고는 물론, 성추행이나 갑질 등의 사건이 끊이지 않는 이유라는 맥락에서다. 특히 지난 10년 동안 평균에 비해 올해의 연임률과 중임률이 더 높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구속된 박차훈 새마을금고중앙회장 역시 금고 이사장으로 20년 넘게 재임했던 점을 감안하면, 4연임 이상의 ‘장기 집권' 이사장과 임원들 역시 적지 않을 거라 예상된다.

개별 금고만이 아니라 이를 총괄 관리하는 중앙회 역시 적체가 심하다. 지난 7년 동안 임원들의 중임률이 32.35%였다. 선임 임원들의 1/3이 중임이라는 셈이다. 연임률도 30.88%이니 마찬가지 양상이다.

지난 10년 동안 새마을금고중앙회 상근 임원들의 평균 연봉액은 4억 5175만원에 달한다. 상근 직원의 평균 연봉은 1억 942만원이다. 지난 2020년 시중은행 임원의 평균 보수는 4억 1000만원이었다.

특히 금융사고 발생 등으로 행정안전부가 건전서 강화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했던 지난해에는 중앙회 임원들의 평균 연봉은 5억 2910만원으로 나타났다. 

새마을금고와 마찬가지로 상호금융권인 신협의 경우 임원의 보수를 총회에서 정하고 있다. 하지만 새마을금고는 이사회에서 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사회 구성이 임원들로 돼 있으니, 임원들이 스스로의 임금을 결정하고 있는 셈이다.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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