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초저출산 후세대 부담 증가 고려해 재정 안정 마련은 필수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5차 국민연금 종합 운영계획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5차 국민연금 종합 운영계획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종훈 기자]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이 국무회의 심의와 대통령 승인을 거쳐 국회로 공이 넘어갔다. 이번 안에는 보험료율과 수급개시연령, 소득대체율 등의 구체적인 수치는 특정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맹탕' 개혁안이라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사회적 합의가 중요한 사안이기에 구체적인 수치 접근은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정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초 개혁 논의 과정에서 다종다양한 시나리오가 검토되긴 했으나, 사실상 의견합치에는 실패한 과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의 사회 구조가 초저출산과 초고령화로 급하게 전환되는 등, 큰 변화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질적인 노후소득보장 수단으로서의 공적연금에 대한 사회적합의가 어려운 이유다.

일각에선 국민연금재정계산위원회가 검토했거나, 제안한 다양한 조합의 시나리오들이 노후소득보장을 간과한 안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보험연구원 강성호 선임연구위원은 “기초연금 효과까지 고려한 종합평가가 요구된다"며 이러한 비판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재정계산위원회는 소득대체율 변경 없이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2%·15%·18%로 상향하고, 연금수급 개시연령을 현행 65세에서 66세~68세로 연장하며, 기금수익률을 0.5~1%p 높이는 등, 18개 시나리오를 제시한 바 있다.

이 같은 연금개혁 방안을 돌이켜보면, 지난 2007년 당시 노인세대의 노후소득보장을 강화하기 위해 기초노령연금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전제로 국민연금 급여수준을 낮추는 재정안정화 방안을 선택한 바 있다.

2007년 당시 노인빈곤율은 43.6%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이 점을 감안해볼 필요가 있다. 이에 소득대체율 5%에서 시작해 2028년까지 10%로 증가하는 기초노령연금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와 연동해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기초노령연금 소득대체율이 10%가 되는 2028년을 기준으로 40%로 설정했다. 따라서 전체 공적연금 소득대체율이 50% 수준으로 조정하는 게 지난 연금개혁의 골자다. 개혁 당시인 2007년 기준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60%였다. 이를 2008년 50%로 일시에 10%p를 낮추고, 다시 매년 0.5%p씩 감액해 40%까지 맞추는 설계였던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노후소득보장과 함께 재정안정화 문제 역시 화두였기에 이와 같은 결정에 이르렀던 것이다.

기초노령연금은 지난 2014년 기초연금으로 명칭을 바꾼다. 급여수준도 급속히 증가했다. 2014년 소득대체율 10.1%로 2007년 개혁 당시 목표보다 노후소득보장 효과를 조기에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연금사각지대를 축소하고, 당초 목표보다 조기에 노후소득보장을 제고했다는 점에서 기초연금 제도도입 효과가 입증되긴 했으나, 증가하는 재정부담은 국민연금 못지 않게 골치다.

만약 기초연금이 도입되지 않았다면, 공적연금 수급률은 2022년 42.1%에 그쳤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4년 기준으로는 29.9%에 불과하다. 그러나 기초연금 도입으로 78.1%까지 공적연금 수혜 비중을 높일 수 있었다.

기초연금은 2008년 기준 8만 4000원, 2014년 20만원, 2023년 32만 3000원으로 도입 초기에 비해 약 4배 증가했다. 노후소득보장 개선에 이바지한 점은 있으나 예산이 그만큼 더 들어가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기초연금 예산은 2008년 2조 2000억원 규모였던 게, 2014년엔 9조원, 2023년 22조 5000억원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기초연금 도입과 연동해 국민연금 급여 감액도 함께 추진됐다. 2007년 20세~50세(평균 37.8세)인 가입자가 국민연금 법정 최대 가입기간(59세까지 가입, 최대 40년) 동안 가입해 산출되는 소득대체율은 43.1~60.1%로 추정되고 있다. 평균 54.6%이다.

연금개혁 이전의 소득대체율은 60.0~63.8%로 평균 62.5%에 이른다. 즉 평균 7.9%p 가량 소득대체율이 감소됐다고 보면 되고, 이는 젊은층일수록 감소폭이 크다.

이처럼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감소됐지만, 기초연금으로 인해 전 연령층의 소득대체율은 개혁 이전 목표치였던 50% 이상을 여전히 초과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가령 20세의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합산 소득대체율은 43.1%와 11.3%를 더해 54.4% 수준으로 추산된다.

요컨대 지난 연금개혁 이후 급여수준의 감소가 예상보다 적고, 수급 사각지대가 줄어든 것은 성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초저출산과 후세대 부담 증가 등의 재정불안정 문제는 심화됐다. 앞서 기초연금 예산 추이를 보면 알 수 있는 것처럼 미래세대들은 국민연금만이 아니라 기초연금 재정문제까지 염려해야 할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이런 미래상황에 대한 고려를 할 때, 특히 후세대의 재정부담 문제와 관련한 지표인 합계출산율을 보면, 2007년 개혁 당시는 1.259명이었으나, 2022년 기준 0.778명으로 줄어들었다. 합계출산율이란 한 여성이 가임기간인 15~49세 사이 낳을 거라고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한다.

결국 초저출산 상황에서 심각한 미래세대 재정부담 초래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조속히 보험료를 증대하는 연금개혁이 요구된다"는 게 강 선임연구위원의 주장이다.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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