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산재된 정책 연결고리 마련도 효과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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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박종훈 기자] 2022년 2월 도입된 청년희망적금이 이후 지난 6월 가입조건을 완화하는 등, 보편화한 청년도약계좌가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유사 이래 가장 풍요로운 시대를 살고 있지만, 미래 사회의 주역인 청년층들의 우울함은 깊어지고 있다.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돈' 문제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국가 중 하나다. 따라서 전 생애에 걸쳐 안정적으로 소득을 재배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졌다. 우리나라 가계자산의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동산을 감안하면, 청년들이 느끼는 상대적 빈곤은 단순히 소득의 격차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앞서 언급된 다양한 ‘청년' 금융상품처럼 정책적으로 생애주기 자산형성 지원 사업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는 개인의 금융자산이나 비금융자산의 축적을 촉진하기 위해 정부가 우대금리·비과세·기여금 매칭 등의 혜택을 제공해주는 사업을 말한다.

일반적인 ‘개인'은 노동시장에 참여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이에 대한 보상으로 소득을 얻는다. 이러한 구조는 생애주기에 영향을 받는다. 이에 따라 개인의 자산과 부채 등의 상태도 오르내린다.

가령 소득이 없었던 미성년 시절을 지나 20대부터 소득이 생기더라도, 대학 교육 등의 시기를 감안하면 지출이 소득보다 훨씬 큰 시기다. 30대 이후부터는 노동시장에서 경력이 축적되며 일반적으로는 소득이 더 늘어나고 자산이 축적되는 시기다. 물론 이후 자녀 양육 등으로 지출이 점점 더 늘어날 수 있으며 통상 60대 이후로는 노동소득이 감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통계청의 2020년 국민이전계정에 의거해 경제적 생애주기를 살펴보면, 1인당 생애주기 적자는 16세 때 3370만원으로 최대 적자를 보인다. 이후 27세부터 노동소득이 소비보다 많은 흑자로 접어든다. 43세에는 1726만원의 최대 흑자를 기록하지만, 61세부터는 다시 적자로 전환된다.

소득이 없는 미성년 시기의 적자는 부모의 양육 등을 통한 세대 간의 소득이전으로 충당한다. 노년기의 적자는 중장년기의 흑자분을 저축·투자·연금 등을 통해 생애주기에 걸쳐 재배분해 충당하는 게 일반적이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수준은 이미 각계각층에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가령 UN의 추정치에 따르면,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오스트리아는 53년, 영국은 50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미국은 15년, 일본은 10년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7년이다.

통계청 전망에 따르면, 15~64세 생산연령인구 100명이 부양하는 고령인구를 의미하는 노년부양비가 2022년 24.6명인데, 2035년에는 48.6명, 2050년에는 78.6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지만 아직 우리 사회는 변화하는 생애주기 자산배분 수요증대에 효과적인 대응이 없다. 그저 ‘각자도생'에 기대야 하는 현실이다. 2019년 기준 노인들의 처분가능소득을 국가별로 비교해 봤을 때, 우리나라의 만 66세 이상 노인빈곤율은 무려 43.2%로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라는 점은 이런 현실을 잘 드러내고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가계자산 중 부동산 등의 비금융자산 비중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즉 자산을 유동화해 소득으로 전환하는 게 어려움이 있다는 현실을 감안하자면 노인빈곤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2022년 1분기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가구의 평균 자산인 5억 4772만원 중 금융자산의 비중은 22.1%인 1억 2126만원 정도인 것으로 조사됐다.

나라 차원의 자산형성지원 정책은 크게 지원대상과 지원방법에 따라 유형을 구분할 수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박준태 연구위원의 정리에 따르면, 개인발달계좌(IDA)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으로 나눌 수 있다.

IDA는 저소득층이나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사회경제적 자산불균형을 완화하려는 목적으로, 개인 저축액에 일정 비율을 정부가 기여금으로 매칭해주는 구조를 말한다. ISA는 재무적 독립을 시작한 사회 초년기부터 중장기적 자산형성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일정 수준의 비과세 혜택을 주는 금융상품을 가리킨다.

반면 다른 나라의 정책에서 참고할 만한 곳은 싱가포르다. 박 연구위원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출산장려정책의 일환을 지난 2001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아동발달계좌를 도입했다. 0~6세 아동의 건강과 조기교육 성취를 돕기 위해 추진된 것으로, 가족이 저축을 하면 자녀 수에 따라 최소 6000 싱가포르 달러에서 최대 1만 8000 싱가포르 달러를 정부가 1:1로 매칭해 주는 방식이다. 이렇게 저축된 자산은 육아, 보육, 취학 전 교육, 의료 등의 목적인 경우에 한해 인출이 가능하다.

특히 아동발달계좌의 미사용 잔고는 아이가 7세가 될 때 대학교육계좌(PSEA)로 이전된다는 점도 참고할 만하다. 이 역시 지난 2008년 일찌감치 도입된 정책으로 7세부터 20세까지 청소년을 둔 가족들이 아이의 미래 대학 등록금 지출을 위해 자산축적을 돕는 것이다.

PSEA에 저축된 자산은 대학교, 직업훈련원 등의 교육과 관련해 허가된 기관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미사용 잔액은 계좌 소유자가 30세가 되었을 때 중앙적립기금 계좌로 이전된다. 이는 은퇴 후 연금·교육·의료·주택 구입 등의 목적으로 활용가능하다.

싱가포르 사례에서 정책적으로 가장 유의미하게 참고해야 할 부분은, 생애주기별로 정책금융상품이 지속적인 연결고리를 갖는다는 것이다. 이는 정책의 실효성을 크게 제고할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살펴보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각개 주도로 다양한 자산형성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가령 보건복지부는 기초생활수급가구 아동을 대상으로 만 18세 이후 교육, 취업, 주거 등의 자립을 돕기 위해 디딤씨앗통장을 운영하다. 금융위원회 주도로는 서두에 언급된 청년희망적금과 청년도약계좌 등도 마찬가지 목적의 정책이다.

이뿐만 아니라 보건복지부는 또한 취약계층 청년들의 자산형성을 돕기 위해 청년내일저축계좌, 고용노동부는 중소기업 재직 청년의 자산형성을 지원하는 내일채움공제를 운영한다.

가입조건에서 연령이 규정되지는 않지만, 채권이나 국내 상장주식 등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ISA 계좌나, 개인퇴직연금(IRP), 주택청약종합저축 등 역시 넓은 의미에서 청년들의 자산형성지원사업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다양한 정책들이 각기 역할과 효과가 있겠지만, ‘생애주기적'인 정책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청년 ‘개인'들이 각자도생해야 하는 것처럼 정책 역시 동떨어저 고투 중이다.

박준태 연구위원은 “현재 운영 중인 중앙정부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수행 중인 자산형성지원사업들 간의 연계를 강화하는 것은 생애주기 자산형성사업 체계를 구축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며 “특히 청년 자산형성지원사업에 참여하는 이들 중 55.5%는 주거비용 마련을 참여의 주목적으로 응답한 것을 감안해, 주택청약종합저축을 연계할 수 있다면 사업의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제안한다.

이와 같은 범부처 규모의 통합적인 정책 체계를 구축하는 데에는 물론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 당연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이지만, 정책의 타깃과 그 조건에 따라 전 국민의 보편적인 설득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특히나 자산형성지원사업의 속성 자체가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거나 일부 계층에겐 소외감을 느끼게 만들 수밖에 없다. 요는 사회적합의 또한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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