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전체 직원 대비 임원 비중 119.8:1...연말·연초 임원 승진 인사 축소 예상

[한스경제=박종훈 기자] 국내 100대 기업에 재직하는 일반 직원들이 임원 명함을 새길 확률은 0.83%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이후 임원 승진이 근래 2년 동안 소폭 늘었다곤 하지만, 올 연말과 내년 초 인사에선 지금의 경기 상황 우려 등을 고려하면 승진 인사가 축소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소장 오일선)은 이와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23년 100대 기업 직원의 임원 승진 가능성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상장사 매출액 기준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다.

올해 반기보고서 기준, 100대 기업 전체 직원 수는 84만 6824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83만 3720명보다 1만 3104명(1.6%) 늘었다. 사내 및 사외이사 등기임원을 제외한 미등기임원 수도 지난해 6894명에서 7069명으로 175명(2.5%)이 늘었다.

단순 비교하자면 전체 직원 중 임원 비중은 올해 119.8:1이다. 직원 120명 가량이 치열하게 경쟁해 종국엔 1명이 임원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 2011년에는 임원 1명 당 직원 수가 105.2명 수준이었다. 이것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18년에는 124.5명으로 늘어났다. 또한 코로나 팬데믹 3년 동안 이 숫자는 더욱더 커졌다. 2021년 기준, 131.7명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곧 임원 승진의 관문이 그만큼 좁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120.9명, 올해 다시 119.8명을 기록하며 소폭 완화된 모습이다. 참고로 국내 100대 기업에서 임원으로 승진할 확률이 1%를 넘긴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대기업에서 임원 타이틀을 단다는 것은 여전히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처럼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회사별 상황에 따라 가능성은 제각각이다. 가령 현대코퍼레이션의 경우, 임원 1명당 직원 수가 13.4명에 불과하다. 올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직원 수가 214명인데, 미등기임원이 16명이기 때문이다. 포스코홀딩스도 직원 15.3명 당 임원 1명 꼴이다. 퍼센티지로 환산하자면 6.5% 확률로 임원 승진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100대 기업 중 미등기임원 숫자가 10명 이상인 곳 중에서 임원이 될 가능성이 가장 ‘희박’한 곳은 IBK기업은행이었다. 올 상반기 기준 전체 임직원 수가 1만 3742명인데 임원은 15명이다. 직원 916.1명 당 임원 1명 꼴이다. 단순 계산으로 일반 행원으로 입사해 임원까지 오를 수 있는 가능성은 0.1% 수준이라는 것이다.

비상장사이기 때문에 이번 조사 대상에서는 제외됐지만 시중 4대 은행 역시 임원으로 승진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임원 1명 당 임직원 수를 비교해 보면 △KB국민은행 453.8명 △신한은행 637.2명 △하나은행 496.5명 △우리은행 805.3명 수준이다. 은행권 전반이 임원 승진의 가능성을 보면 0.1~0.2%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업종별로 보면 증권업의 경우, 직원 37.7명 당 임원 1명 꼴이다. 지난해에는 42.4명 당 1명이었으니, 임원 문턱이 타 업종에 비해 낮은 편이다. 그밖에도 △무역 55.4명 △석유화학 70.3명 △보험 72.8명 △건설 88.5명 △금속철강 88.8명 △정보통신 99명 등의 업종도 100명 미만의 숫자다.

그에 반해 유통업은 직원 259.7명당 1명의 임원 승진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의 특성 때문에 매장 직원이 다수인 탓이다. 또한 마찬가지 맥락에서 △항공·해운 180.6명 △조선·중공업 172.3명 △자동차 142.6명 △전기·전자 138.7명 등의 업종도 임원 승진 경쟁률이 100:1을 넘어선다.

재계를 대표하는 4대 기업도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 지난해와 올해 수준을 비교해 보면 △삼성전자 107명→107.7명 △LG전자 120명→117.7명 △현대자동차 149.4명→151.8명 △SK하이닉스 160.2명→164.4명으로 나타났다.

올해 100대 기업 중 미등기임원 숫자가 가장 많은 기업은 삼성전자였다. 올해 반기보고서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미등기임원은 1152명이다. 여기에 사내이사 5명을 합치면 1157명이다.

삼성전자의 미등기임원 1명 당 직원 숫자는 2014년 80.7명으로 최소였는데, 해가 지날수록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지난 2018년까지는 100명 미만이었으나, 2019년에는 100.1명으로 늘어났다. 단순 계산으로 임원 승진 확률은 2014년 1.24%에서 올해 0.93%까지 낮아진 것이다. 그래도 올해 100대 기업 평균 0.83%에 비해서는 다소 높은 편이다.

이런 결과에 대해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올해 연말 및 내년 초 대기업 임원 승진 인사자는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 그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AI 산업 등의 빠른 진화로 인해 경영실적과 무관하게 금융업 등에서는 경영효율성 차원에서 향후 직원 수를 줄여나갈 가능성이 커져 임원이 될 가능성도 점점 더 희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엔 최상급 수준의 젊은 IT 인재를 임원급으로 영입하려는 흐름이 강해 20년 넘게 근무한 직원이 임원으로 승진할 기회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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