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수비상을 받은 오지환과 박찬호. /연합뉴스
KBO 수비상을 받은 오지환과 박찬호.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스프링캠프 무조건 갑니다.”

지난달 6일 손목 수술을 받은 KIA 타이거즈의 주전 유격수 박찬호(28)에게 ‘내년 2월 스프링캠프 합류가 가능하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박찬호는 27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쏠 KBO 시상식'에서 LG 트윈스 오지환(33)과 함께 유격수 부문 수비상을 공동 수상했다.

올해 신설된 KBO 수비상은 정규시즌에서 가장 뛰어난 수비력을 보여준 포지션별 선수에게 주어진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골드글러브처럼 오로지 수비 능력만을 본다. 감독, 코치 9명, 단장 등 구단별 11명씩 총 110명이 투표를 했다. 투표 점수 75%와 함께 수비 기록 점수 25%를 합산해 수상자를 결정했다. 박찬호는 투표 점수 66.67점, 수비 점수 20.83점으로 총점 87.5점을 기록해 초대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투표 점수는 오지환보다 낮았으나 수비 점수는 더 높았다.

이날 시상식 후 만난 박찬호는 “지환이 형은 제가 우러러보는 선배다. 지환이 형 수비를 보면서 항상 본받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아직 지환이 형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준은 아니지만, 이번에 수비상을 공동 수상을 한 건 개인적으로 뜻깊다”고 밝혔다.

KIA 박찬호. /KIA 제공
KIA 박찬호. /KIA 제공

박찬호는 올해 130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1(452타수 136안타) 3홈런 52타점 73득점 30도루 출루율 0.356 장타율 0.378 OPS 0.734의 성적을 남겼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규정타석 3할 타율을 달성했다. OPS도 데뷔 이후 가장 높았고, 2년 연속 30도루 이상을 기록하며 KIA의 발야구를 이끌었다. 박찬호는 “운이 많이 따랐던 시즌이다. 올해 저 자신에게 100점 만점에 70~80점 정도 주고 싶다. 여러모로 발전을 이뤘다. 예년보다 성숙한 야구를 했다고 생각한다. 멘털적으로도 성장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만족할 만한 성적을 올렸지만, 시즌 마무리는 좋지 못했다. 박찬호는 지난달 4일 KT 위즈와 경기에서 상대 투수 이선우의 공에 맞아 왼쪽 팔뚝을 맞았다. 정밀 검진 결과 척골 분쇄 골절 진단을 받았고, 더는 경기에 뛰지 못했다. 박찬호는 “많이 아쉬웠다. 성적이 좋아서 내심 150안타까지 바라봤는데 부상으로 한 순간에 모든 게 무너지니까 아쉽더라”라고 돌아봤다.

KIA는 연이은 부상 악재를 극복하지 못하고 가을야구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박찬호는 더그아웃에서 팀의 가을야구 탈락을 지켜봐야만 했다. 그는 “단 한 경기뿐일지라도 가을야구는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내년에는 어떻게든 포스트시즌에 나가고 싶다. 우리 팀은 우승까지 노릴 수 있는 전력을 갖췄다고 생각한다. 우리 팀 선수들이 내년에는 우승을 목표로 뛰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박찬호는 팀 후배 김도영(21)에 대한 안타까움도 드러냈다. 김도영은 이달 초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회 결승 한일전에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시도하다가 왼쪽 엄지를 크게 다쳤다. 귀국 뒤 검진을 받았는데 좌측 엄지 중수지절관절 내측 측부인대 파열 및 견열골절 진단을 받았다. 인대 봉합술 뒤 약 4개월의 재활 기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박찬호는 자신도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다 다친 경험이 있는 터라 김도영의 부상을 더욱 안타깝게 바라봤다. “화도 나고 마음이 안 좋았다. 원래 본인이 직접 다쳐봐야 깨닫는다. 도영이도 이제 다시는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하지 않을 것이다. 빨리 회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전했다.

박찬호는 내년 2월 스프링캠프 합류를 목표로 재활 훈련을 시작했다. 시상식 당일 아침 핀을 제거한 그는 “관절 가동 범위를 늘리고 있다. 하체 근력 운동은 지난주부터 시작했다. 핀을 빼는 시점이 예상보다 조금 늦었지만, 스프링캠프에는 충분히 합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힘줬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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