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키움 히어로즈 제공
이정후. /키움 히어로즈 제공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꿈의 무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를 향한 도전을 시작한 이정후(28ㆍ키움 히어로즈)가 총액 5000만 달러(약 655억 9000만 원) 이상의 대형 계약을 따낼지 관심이 쏠린다.

이정후의 소속팀 키움은 4일 "이정후의 MLB 포스팅 고지가 미국 동부 시간 기준 4일에 이뤄진다"고 밝혔다.

MLB 사무국이 30개 구단에 이정후 포스팅을 고지하면, 미국 동부 시간 기준 다음 날 오전 8시부터 30일째 되는 날 오후 5시까지 이정후는 MLB 모든 구단과 자유롭게 협상할 수 있다. 이정후는 한국 시각으로 5일 오후 10시 협상에 돌입했다. 협상 만료일은 미국 동부 시각으로는 다음 달 3일 오후 5시, 한국 시각은 다음 달 4일 오전 7시다. 최근 미국으로 건너간 이정후는 현지 에이전트인 스콧 보라스(71)와 함께 본격적인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이정후를 향한 MLB 구단들의 관심은 뜨겁다 못해 활활 타오르고 있다. 보라스는 "리그 절반 가까운 구단이 이정후와 관련해 문의했다”고 밝혔고, 캐나다 스포츠 매체 스포츠 넷은 4일 "MLB 구단의 ⅔가 이정후를 원한다"고 보도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뉴욕 양키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이 이정후에게 꾸준히 관심을 보여왔다. 미국 매체 USA 투데이는 4일 “뉴욕 메츠가 이번 비시즌 전력 보강을 위해 이정후 영입에 큰 관심을 보인다”고 전하기도 했다.

주목할 점은 상당한 자금력을 보유한 빅마켓 구단들이 이정후 영입에 관심을 보인다는 것이다. 빅마켓 팀들이 실제로 영입전에 참전하면 이정후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 있다. MLB 전문가인 송재우(57)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이정후는 MLB에서 검증된 선수가 아니다. 빅리그 구단들에는 리스크가 있는 선수다. 스몰마켓 팀들은 리스크가 있는 선수에게 큰돈을 쓰는 걸 부담스러워한다. 반면 빅마켓 팀들은 검증되지 않은 선수여도 경쟁력이나 잠재력이 충분히 있다고 판단하면 큰돈을 쓰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정후도 몸값이 높게 형성되면 빅마켓 팀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최근 몸값이 높은 아시아 선수들은 예외 없이 어느 정도 돈을 쓰는 팀으로 갔다”고 짚었다.

현지에선 이정후가 총액 5000만 달러 이상의 대형 계약을 맺고 태평양을 건널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MLB트레이드루머스는 5년 5000만 달러, 디 애슬레틱은 4년 5600만 달러(약 731억 원)에 계약할 것으로 봤다.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5년 6300만 달러(약 823억 원)를 예상했고, CBS스포츠는 4+2년 9000만 달러(약 1175억 원)의 계약을 맺을 것으로 전망했다.

총액 5000만 달러 수준의 계약은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7)이 2012년 KBO리그 한화에서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로 향할 때 받은 6년 3600만 달러(약 472억 2400만 원)를 넘어서는 기록이다. 김하성(28)은 2021년 샌디에이고와 4년 총액 2800만 달러(약 367억 3000만 원)에 계약한 바 있다.

올겨울 빅리그가 자유계약선수(FA) 몸값 인플레이션 현상을 겪고 있다는 점과 최근 빅리그에 진출한 아시아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올린 점이 이정후에게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송재우 위원은 “총액 5000만 달러 이상은 충분히 받을 것이다. 이번 FA 시장을 보니 선수들의 몸값이 전반적으로 올랐다. FA 시장가가 예상보다 높게 형성된 게 이정후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또 비슷한 시기에 MLB에 진출한 일본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남겼고, 김하성도 올해 최근 타격 성적이 많이 올랐다. 이런 흐름이 분명 이정후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짚었다.

키움 구단도 이정후의 계약 규모를 주목하고 있다. 이정후의 계약금 총액에 따라 키움이 받는 이적료가 달라진다. 이정후가 총액 2500만 달러(약 328억 1750만 원) 이하에 계약하면, 키움은 보장 금액의 20%를 받는다. 여기에 총액 5000만 1달러를 초과하면 5000만 달러까지의 보상액 437만 5000 달러(약 57억 4300만 원)에 5000만 달러를 넘긴 액수의 15%를 추가로 받는다. 규정상 5000만 달러로 이정후가 계약한다면, 키움은 이적료로 937만 5000 달러(약 122억 원)를 받을 수 있다.

‘MLB 사관학교’로 불리는 키움은 2021년 김하성을 빅리그로 보낼 때 총 552만5000달러(약 72억1000만 원)의 이적료를 챙긴 바 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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