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진 수원 KT 감독. /KBL 제공
송영진 수원 KT 감독. /KBL 제공

[수원=한스경제 이정인 기자] 프로 감독들은 스트레스를 달고 산다. 성적에 대한 압박감과 중압감이 감독들을 괴롭힌다. 모든 것을 결정하고 책임지는 자리인 만큼 그 스트레스의 크기는 짐작하기도 힘든 수준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프로농구 수원 KT 지휘봉을 잡은 ‘초보 사령탑’ 송영진(45) 감독은 ‘스트레스는 감독의 직업병’이라는 말을 몸소 느끼고 있다. 송 감독은 올 시즌 스트레스로 인해 강제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 15일 고양 소노전을 앞두고 만난 그는 “원래 체중이 97kg이었는데 지금은 89~90kg 정도다. 시즌을 시작하면서 저절로 살이 빠졌다”고 밝혔다.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 사령탑으로 첫발을 내디딘 송 감독은 감독 자리의 무게감을 제대로 느끼고 있다. “감독이 된 이후 잡생각이 많아졌다. 후회도 많이 한다.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것도 스트레스다. 선수들 마음을 읽는 것도 힘들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송 감독은 최근 들어 머리가 더 아파졌다. 에이스 허훈(28)이 이탈했기 때문이다. 2021-2022시즌을 끝으로 입대한 허훈은 지난달 15일 전역해 팀에 합류했다. 복귀 후 10경기에서 평균 16.5득점 2.5리바운드 4.3어시스트를 기록하면서 공백이 무색한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허훈은 12일 서울 삼성전에서 코뼈를 다쳐 전열에서 이탈했다. 4주가량 회복에 전념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아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에나 복귀가 가능할 전망이다. 상위권 경쟁 중인 KT에는 대형 악재다. 송 감독은 "허훈은 4주 진단이 나왔는데 경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예상보다 일찍 복귀할 수도 있다. 다행히 광대 쪽은 괜찮고 코뼈 쪽만 다쳤다. 하지만 코뼈 여러 군데가 부러졌다. 당분간은 안정을 취해야하는 상황이다"라며 "조금씩은 변화를 줄 것이다. 시즌 초반 (허)훈이 없이도 해봤다. 분위기가 처진 건 사실이나 안 쳐지게 하려고 노력 중이다. 선수들도 더 열심히 뛰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말을 전했다.

토종 빅맨 하윤기(24)의 부진도 송 감독의 걱정을 키운다. 하윤기는 지난달 13일 울산 현대모비스전에서 발목을 다친 뒤 오랜 기간 경기에 나서지 못하다가 이달 초 복귀했다. 하지만 9일 창원 LG전과 12일 삼성전에서 무득점에 그치며 부진했다. 송 감독은 "하윤기는 멘털과 체력 모두 슬럼프인 것 같다. 시간을 좀 더 줘야 할 것 같다. 밸런스가 무너져있는 상태이고, 아직 완전한 상태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송영진 수원 KT 감독(가운데). /KBL 제공
송영진 수원 KT 감독(가운데). /KBL 제공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닌 송 감독은 15일 소노전에서 모처럼 웃었다. KT는 이날 허훈의 공백을 딛고 82-64로 이겼다. 패리스 배스(28)가 3점 슛 5방을 넣는 등 28득점 5리바운드로 맹활약을 펼쳤고, 한희원(30)이 외곽포 3개를 포함해 12점을 넣었다. 문성곤(30)은 8득점에 리바운드 8개, 어시스트 5개, 스틸 8개를 해내며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경기 뒤 기자회견실에 들어온 송 감독의 표정은 한결 홀가분해 보였다. 그는 “오늘 이겨서 스트레스를 조금은 던 것 같다”고 웃었다.

승리의 여운은 오래가지 않는다. 숨 돌릴 틈 없이 바로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 하는 게 감독의 숙명이다. 송 감독은 “다음주에 원주 DB, 서울 SK 등 강팀들을 만난다. 열심히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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