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스포츠 재능의 대물림 사례 주목
다만 재능이 다가 아니라 후천적 노력과 환경도 중요
부모는 자녀 선수들에게 동기부여 가능하게 해
이종범(맨 오른쪽)이 16일(한국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아들 이정후(가운데)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입단식에서 아내 정연희 씨와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종범(맨 오른쪽)이 16일(한국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아들 이정후(가운데)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입단식에서 아내 정연희 씨와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국내외를 막론하고 ‘스포츠 부전자전(父傳子傳)’의 사례가 화제가 되고 있다. 국내에선 축구 차범근(70)-차두리(43), 농구 허재(58)-허웅(30·부산 KCC)-허훈(28·수원 KT), 탁구 안재형(58)-골프 안병훈(32) 등에 이어 최근엔 야구 이종범(53)-이정후(25) 부자가 크게 주목을 받고 있다.

이정후는 앞서 16일(이하 한국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입단식에 아버지 이종범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와 계약 기간 6년 총액 1억1300만 달러(약 1484억 원)에 계약했다.

해외에선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48·미국)가 18일 미국 올랜도의 리츠 칼턴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가족 대항 골프대회 PNC 챔피언십 최종 2라운드에서 아들 찰리와 함께 합계 19언더파 125타를 합작해 공동 5위에 올랐다. 찰리는 14세의 어린 나이에도 드라이버 비거리가 300야드에 달할 만큼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운동 능력은 분명 유전을 통해 대물림된다. 과학적으로 이미 입증된 바다. 2003년 유전자 과학자들은 올림픽에 출전한 육상 선수들을 대상으로 연구하면서 ‘액틴3(ACTN3)’란 유전자가 운동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금메달 유전자’가 따로 있는 셈이다.

하지만 단순히 유전적 요인으로만 설명할 순 없다. 정상급 선수가 되기 위해선 대체로 어린 나이부터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후천적이고 환경적 요인도 크게 작용한다는 얘기다.

다만 우월한 스포츠 집안에선 그 환경적 요인마저 우수한 조건으로 통제할 수 있다. 정상급 선수들은 흔히 스포츠를 접한 계기로 부모의 존재를 꼽는다. 골프 선수들만 해도 “초등학교 때 부모님을 따라 골프 연습장에 간 게 시작이었다”라는 말들을 한다.

이른 시기에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적성에 따라 꾸준히 노력하는 점은 굉장한 프리미엄으로 작용한다. 굳이 아버지가 한 종목이 아니라도 스포츠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가 커지게 된다. 최근 본지와 만난 유승민(42) 대한탁구협회장 겸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은 초등학교 5학년과 3학년 아들 둘을 축구 선수로 키우고 있다. ‘왜 탁구가 아니고 축구인가’란 질문에 유승민 회장은 “축구를 좋아하더라”고 답했다.

허웅-허재-허훈(왼쪽부터 순서대로). /연합뉴스
허웅-허재-허훈(왼쪽부터 순서대로). /연합뉴스

아들이 같은 종목 선수의 길을 갈 경우 때때로 아버지는 ‘롤모델’이자 ‘넘어야 할 산’이 되기도 한다. 허웅은 “아버지의 선수 시절 영상을 많이 돌려봤다. 또한 잘하고 있는 다른 선수들의 플레이도 보면서 저만의 플레이를 만들어가려고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지금은 부상 중이지만 허훈 역시 아버지의 길을 걸으려 한다. 허훈은 “(사람들로 하여금) ’농구’라고 하면 제 이름 두 글자가 떠오르도록 하는 게 목표다”라고 말했다.

물론 꼭 ‘부자(父子)’만의 얘기는 아니다. 범위를 넓혀 부녀(父女)간이나 모자(母子)간 사례들도 많다. 체조 여홍철(52)-여서정(21), 농구 박상관(54)-박지수(25), 야구 윤학길(62)-펜싱 윤지수(30), 농구 성정아(58)-이현중(23) 등이 존재한다. 축구 이동국(44)의 딸 이재아(16)는 우월한 DNA를 물려받고 테니스계에서 남다른 기량을 뽐냈지만 무릎 부상으로 지난 9월 은퇴해 아쉬움을 남겼다.

결국 부모는 자녀가 이른 나이에 스포츠를 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동기부여까지 설정해줄 수 있다. 그럴 때 스포츠 가문이 탄생되기도 한다. 말과 강요가 아닌 부모의 ‘행동’과 ‘자율성’이 바탕이 되는 자녀 교육의 위력은 막강하다.

나아가 부모의 존중은 자녀에게 날개를 달아주기도 한다. 박상관-박지수 부녀의 예를 들 수 있다. 과거 딸 박지수의 농구에 관한 인터뷰 요청에 박상관은 “(아버지인 제가) 딱히 딸에 대해 드릴 말씀은 없는 것 같다”고 잘라 말했다. 박지수에 따르면 아버지 박상관은 딸의 농구에 대해 일체 개입을 하지 않는다. 농구 코치에게 배우라는 게 아버지의 철학이다. 단순히 DNA의 우월함을 넘어 이러한 존중과 교육이 진정한 스포츠 가문을 만든다는 생각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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