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김혜성. /키움 제공
키움 김혜성. /키움 제공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프로야구에 ‘유격수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할 조짐이다.

2023시즌 가장 돋보인 유격수는 오지환(33ㆍLG 트윈스)과 박찬호(28ㆍKIA 타이거즈)였다. 오지환은 올해 126경기에 출전해 타율 0.268(422타수 113안타) 8홈런 62타점 64득점 16도루 출루율 0.371 장타율 0.396 OPS 0.767의 성적을 남겼다. 박찬호는 130경기 타율 0.301(452타수 136안타) 3홈런 52타점 73득점 30도루 출루율 0.356 장타율 0.378 OPS 0.734를 올렸다. 지표만 놓고 보면 우열을 가리기 힘든 수준이었다.

수비에서도 맹활약한 둘은 올해 신설된 KBO 수비상 유격수 부문 공동 수상을 했다. 골든글러브는 오지환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오지환과 박찬호의 격차는 34표 차에 불과했다.

2024시즌 최고 유격수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오지환과 박찬호가 건재한 가운데 김주원(21ㆍNC 다이노스), 이재현(20ㆍ삼성 라이온즈), 박성한(25ㆍSSG 랜더스) 등 20대 초중반의 젊은 유격수들이 선배들의 아성을 넘본다.

김주원은 올해 유격수로 1030이닝을 소화하며 확실한 주전으로 올라섰다. 데뷔 후 처음으로 규정타석을 채웠고, 10홈런을 터뜨리며 거포 유격수로 잠재력을 뽐냈다. 또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서 국제 대회 경험을 쌓으며 한 뼘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삼성 1차 지명을 받아 입단한 이재현도 올 시즌 팀의 주전 유격수로 자리매김했다. 리그 유격수 중 가장 많은 수비 이닝(1156.1)과 홈런(12개)을 기록하며 삼성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정교한 타격과 안정적인 수비를 자랑하는 박성한은 올해 타율 0.266로 다소 주춤했다. 하지만 직전 2년 대비 낮았던 인플레이 타구 타율(BABIP) 등을 고려할 때 2024시즌 반등의 여지는 충분하다. 또 박성한은 올해 신설된 KBO 수비상 선발 과정에서 박찬호와 함께 유격수 수비 점수 최고점(20.83)을 받기도 했다.

후배들의 성장은 오지환과 박찬호에게 강한 자극제가 될 전망이다. 오지환은 “박찬호 선수도 그렇고 박성한, 이재현 등 정말 출중한 유격수가 많다. 리그에 좋은 유격수가 많은 게 제게는 더 자극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강적'이 유격수 대전에 추가로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 키움 히어로즈의 간판타자 김혜성(24)이다. 김혜성은 원래 유격수다. 2021년 유격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년간은 팀 사정상 2루수로 뛰었다.

김혜성은 2022~2023시즌 2년 연속 2루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는 등 리그 대표 2루수로 맹활약했다. 하지만 그는 유격수에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결국 김혜성은 2023시즌이 끝난 뒤 홍원기(50) 키움 감독에게 유격수 복귀를 요청했다. 그는 "어느 포지션이든 나가서 열심히 해야 하는 게 제 역할이고, 제 야구 철학이다. 어느 자리든 열심히 할 생각"이라면서도 "유격수가 가장 멋있는 것 같다"고 유격수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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