탬파베이전에서 역투하고 있는 류현진. /연합뉴스
탬파베이전에서 역투하고 있는 류현진.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이정후(25)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6년 총액 1억13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465억 원짜리 초대형 계약을 맺은 건 비단 그의 뛰어난 실력 때문만은 아니다. 시장 상황, 선수의 몸값 폭등 등 여러 요소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결과다.

올겨울 빅리그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는 몸값 인플레이션 바람이 불고 있다. FA 선수들의 몸값이 전반적으로 높게 형성돼 이정후처럼 기존의 예상을 뛰어넘는 계약을 따내는 선수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선발 투수는 그야말로 ‘금값’이다. MLB 구단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마이너리그 선수층이 얇아지면서 투수난을 겪고 있다. 외국인 투수 영입을 추진 중인 KBO리그 구단들도 “최근 몇 년간 가장 상황이 좋지 않다”고 말할 정도로 쓸만한 투수 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MLB 각 구단은 선발 투수 영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올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선발로 첫 풀타임 로테이션을 소화한 세스 루고(34)는 캔자스시티 로열스와 3년 4500만 달러(585억 원) 계약을 맺었다. 노장 소니 그레이(35)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3년 7500만 달러(약 974억 원) 계약을 맺었고, 토미 존 수술(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고 지난해 복귀한 마에다 겐타(35)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2년 2400만 달러(약 312억 원)에 계약했다. 셋 다 30대 중반의 베테랑이고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시장 상황 때문에 비교적 후한 대우를 받았다. 송재우(57)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19일 본지와 통화에서 “계산이 서는 야구를 원하는 팀들이 어느 정도 검증된 선발투수에게 적지 않은 금액을 투자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투자에 인색한 스몰 마켓 팀들이 큰돈을 쓰면서 공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만큼 이번 FA 시장에선 선발 투수들이 후한 대접을 받고 있다”고 짚었다.

시장에 수요가 넘치는 건 류현진(37)에게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류현진은 지난해 6월 왼쪽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았고, 올해 빅리그로 복귀해 11경기 3승 3패 평균자책점 3.46을 올렸다.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4년 계약이 끝나 FA 시장에 나왔다.

류현진은 올 시즌 뛰어난 제구력과 다양한 구사 능력을 뽐내며 빅리그 경쟁력을 증명했다. 여전히 선발투수로서 매력적인 자원이다. 류현진의 에이전트인 스콧 보라스(71)는 "빅리그 구단들이 류현진에게 상당한 수준의 관심을 나타낸다. 류현진은 내년에 한국이 아닌 MLB에서 투구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MLB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18일(한국 시각) 현재 FA 시장에 남아있는 선수들을 조명하면서 에이스까진 아니더라도 로테이션에 도움이 될 투수 중 한 명으로 류현진을 꼽았다. 이 매체는 “아직 중간 수준의 선발 옵션이 남아있다. 이 선수들이 (팀들에) 가장 매력적인 이름은 아닐 수도 있겠지만, 선발 로테이션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FA 시장 흐름을 보면, 류현진 역시 1000만 달러(약 129억 원) 이상의 계약을 따낼 가능성은 충분하다. 송재우 위원은 “류현진이 충분히 1000만 달러 이상의 계약을 맺을 것으로 본다. 구속이 떨어지지만 전성기 때도 공이 빠른 선수는 아니었다. 하위 로테이션 보강 원하는 팀은 류현진처럼 경험이 풍부한 선발 투수를 원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다년 계약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내년이면 만 37세가 되는 데다, 올해 52이닝을 소화하는 데 그쳐 선뜻 다년 계약을 제시하는 팀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류현진과 동갑내기에 비슷한 레벨로 평가받는 랜스 린(36)은 최근 세인트루이스와 1+1년 최대 2500만 달러(약 325억 원) 계약을 체결했다. 송 위원은 “나이가 있는 만큼 다년 계약은 쉽지 않을 것이다. 선수도 긴 계약 기간은 원하지 않을 수 있다. 1+1이나 1~2년 계약이 현실적이다”라고 말했다.

류현진에겐 또 다른 선택지가 있다. KBO리그 복귀다. 2012시즌 뒤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입찰)을 통해 MLB에 진출한 류현진은 국내에 돌아올 경우 보류권을 갖고 있는 친정팀 한화 이글스로 복귀해야 한다.

한화는 여전히 류현진 영입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그가 국내 복귀를 결정하면 바로 움직일 수 있도록 준비해 놓았다. 류현진은 가급적 연내, 늦어도 연초에 거취를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인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