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무협 보고서 “안전성 기반으로 재활용 산업촉진 위한 규제 완화 필요”
전 세계 주요국들이 배터리 핵심 원료 확보를 위해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산업에 뛰어들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체계적인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회수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 연합뉴스
전 세계 주요국들이 배터리 핵심 원료 확보를 위해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산업에 뛰어들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체계적인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회수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 연합뉴스

[한스경제=권선형 기자] 전 세계 주요국들이 배터리 핵심 원료 확보를 위해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산업에 뛰어들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체계적인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회수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김희영 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우리나라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산업육성을 위한 원료 확보 방안’ 보고서에서 현재 우리나라는 민간 소유 배터리 회수와 관리시스템이 부재한 상황으로, 배터리 성능 진단기준 불확실성과 검사의 비표준화 등의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 같이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무엇보다 정부가 주도해 배터리 회수와 재활용 각 단계별 전문 사업자부터 육성하고, 지침 준수 단속을 시행하는 동시에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처럼 재활용 가치가 낮을 경우 생산자가 재활용을 책임지게 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SNE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2022년 80억달러(약 10조3,504억원)에서 2025년 208억달러(약 26조9,339억원)로 성장한 후 연평균 17%씩 증가해 2040년에는 2,089억달러(약 270조4,628억원)를 넘어설 전망이다. 18년 사이 시장규모가 27배로 커지는 셈이다. 

현재 중국, EU, 미국을 중심으로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설비투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폐배터재활용 원료는 44만t으로 재활용 설비용량인 120만t의 1/3 수준에 불과해 배터리 재활용 원료의 원활한 수급을 위한 전기차 배터리 회수시스템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사용 후 배터리 발생량(왼쪽),  글로벌 EV(BEV+PHEV) 폐차 발생량 / SNE 리서치
글로벌 사용 후 배터리 발생량(왼쪽), 글로벌 EV(BEV+PHEV) 폐차 발생량 / SNE 리서치

◆ 국내 전기차 폐배터리 2030년 이후 10만개 이상 발생

보고서는 국내도 향후 폐배터리가 급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돼 이에 대한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제언했다.

2022년 연간 전기차 신규 등록대수는 16만 2,987대로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보급대수 420만대를 달성할 계획이다. 이에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발생량은 2021년 440개에서 올해 2,355개, 2025년 8,321개, 2029년 7만8,981개로 꾸준히 증가해 2030년 이후에는 10만개 이상이 배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현재 지자체에 반납한 배터리는 경매를 통해 판매되고, 반납의무가 없는 배터리는 회수시스템과 재활용 의무가 없어 주로 해외로 수출되거나 원료를 추출하는 재활용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2021년 1월 1일 이전에 등록해 지자체에 반납해야 하는 전기차의 배터리는 미래 폐자원 거점수거센터를 통해 회수하고 있지만, 배터리 생산업체가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의무를 갖는 EU와 달리 우리나라는 전기차 소유주가 스스로 폐차장을 검색하고 입고하는 부담을 갖고 있다”며 “재사용 재활용 의무가 없는 배터리는 중고 전기차 형태로 해외로 수출될 가능성이 있어 배터리 원료의 해외 유출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배터리 재활용 관련 전략 / 한국무역협회
정부의 배터리 재활용 관련 전략 / 한국무역협회

보고서는 국내 사용 후 배터리 성능 진단기준 부재와 검사의 비표준화도 문제점으로 들었다. 현재 미래 폐자원 거점 수거센터에서는 자체적인 성능검사 진행 후, 임의로 정한 기준에 따라 60% 이상이면 재사용, 그 이하면 재활용하고 있다. 재사용, 재활용을 결정하는 표준화된 성능 기준이 부재한 상황인 것이다. 이에 폐차장에 입고된 민간 소유 폐배터리는 간단한 성능검사 후 재사용 가능 여부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방전, 해체, 재활용 단계를 밟는 경우가 많은 상태다.

김 연구위원은 “기존 배터리 잔존가치 평가를 위한 성능진단 기기는 검사 소요시간이 길고 비용이 많이 들어 대량의 폐배터리를 대상으로 한 신속한 진단에 애로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용 후 배터리 수리 전문인력이 부족한 것도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산업을 가로막는 장애로 꼽힌다. 현재 우리나라는 전기차 교통사고 발생 시 배터리에 작은 흠만 생겨도 배터리 전체를 교체하거나, 높은 보험 처리비용과 수리비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으로 수리보다 폐차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 실정이다.

김 연구위원은 “장기적으로 전기차 배터리도 원활한 재사용, 재활용을 위해 분리, 교체가 용이한 설계 방식을 채택하도록 유도하고 근본적으로는 사용 후 배터리 수리 전문인력을 정부가 나서 양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전한 보관과 운송지침 미준수에 대한 관리 미흡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현재 환경부에서 ‘전기차 폐배터리의 분리·보관 방법에 관한 세부규정을 발표해 시행 중이지만 단속이 부족해 사용 후 배터리의 안전한 보관 및 운송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 폐차장이 자체적인 안전지침과 매뉴얼에 따라 사용 후 배터리의 탈거, 방전, 보관, 해체업무를 하고 있지만, 지침 준수 여부에 대한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아 사용 후 배터리의 재사용 가치가 떨어질 수 있고, 문제 발생 시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문제가 생긴다.

김 연구위원은 “재제조, 재사용 배터리는 폐기물이 아닌 자원으로 재분류해 제품 활용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며 “재활용 대상이 되는 폐배터리, 스크랩에 대해서는 안전한 운송, 분해, 해체 관련 공고한 회수 시스템을 구축하고, 무엇보다 안전성을 기반으로 재활용 산업촉진을 위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통합이력 시스템을 구축해 국내에서 발생하는 배터리 재활용 원료를 종합적으로 집계해 관리해야 한다”며 “2027년부터 시행될 EU의 배터리여권에 대한 대응과 함께 국내 배터리 재활용 원료도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막는 모니터링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권선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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