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 세터 이윤신. /KOVO 제공
GS칼텍스 세터 이윤신. /KOVO 제공

[장충=한스경제 이정인 기자] GS칼텍스 신인 이윤신(19)에게 2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여자부 페퍼저축은행전은 평생 잊지 못할 경기로 남았다.

이윤신은 이날 데뷔 후 처음으로 선발 세터로 출전했다. 그는 2023년 드래프트 1라운드 4순위로 뽑힌 루키다. 차상현(50) GS칼텍스 감독은 팀에 합류한 지 넉 달도 되지 않은 새내기 이윤신을 선발 세터로 내세우는 파격적인 라인업을 선보였다. 차상현 감독은 "단순히 기회를 주기 위해 선발로 기용한 건 아니다. 세터로서 기본적인 자질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이윤신은 기대 이상의 경기운영 능력을 선보였다. 좌우와 중앙을 골고루 활용했고, 차분하게 경기를 풀었다. 안정적인 공 배분으로 팀의 세트 스코어 3-0(25-11 25-17 25-21) 완승을 이끌었다.

경기 뒤 차 감독은 "전반적으로 (이윤신의 플레이에) 만족한다. 오늘 경험이 이윤신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지도자로서 굉장히 반가운 일이다"라고 미소 지었다. 이어 "이윤신은 손에 공이 잘 들어온다. 공이 스피드 있게 잘 나간다. 기본적으로 운영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금은 머릿속에 있다.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경기 중 당황하는 모습도 보이는데 그건 기다려줘야 한다"고 높게 평가했다.

기자회견장에 들어온 이윤신은 인터뷰 내내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영락없는 10대 고등학생의 모습이었다. 그는 수많은 취재진을 보고 "(떨려서) 인터뷰 못 하겠어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윤신은 "고등학교 때와 달리 프로 경기에는 관중들이 오셔서 응원하시니까 더 떨린다"면서 "휘슬이 불리기 전까지는 엄청 긴장했는데, 공을 하나 올리고 나니까 긴장이 풀렸다"고 돌아봤다.

GS칼텍스 세터 이윤신(3번). /KOVO 제공
GS칼텍스 세터 이윤신(3번). /KOVO 제공

‘선발 데뷔전에 몇점을 줄 것이냐’는 질문엔 "60점이다. 속공을 많이 쓰려고 했는데 잘된 것 같아서 만족한다. 하지만 불안했던 부분이 많고 공 처리가 어려웠던 부분도 많아서 만족하진 못한다. 서브 범실을 줄이고 더 안정적인 토스를 해야 할 것 같다"고 자평했다. 이어 "다음 경기에선 언니들이 더 편하게 공을 때릴 수 있게 하고, 서브 포인트와 블로킹도 잡고 싶다"고 말했다.

태권도로 운동을 시작한 이윤신은 친구 엄마의 권유로 배구공을 잡았다. 그를 배구 선수의 길로 들어서게 한 친구 엄마는 GS칼텍스의 레전드 장윤희(54) 중앙여고 감독이다. 이윤신은 “장윤희 감독님은 고등학교 때 지도해주신 은사님이라 자주 연락드린다. 원래 태권도를 했는데 장 감독님이 초등학교 5학년 때 배구를 해보라고 권유하셔서 배구를 시작했다. 배구하길 잘한 것 같다"고 웃었다.

아직 경험이 부족한 이윤신은 선배들의 조언을 흡수하며 성장하고 있다. 특히 이윤신과 무려 스물네살이나 차이 나는 띠동갑 대선배 정대영(43)이 적극적으로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이윤신은 "(정대영 언니에게) 항상 조언을 많이 듣는다. 위축되거나 자신 없어 하면 자신감을 가지라고 말씀을 잘해준다"고 전했다

올 시즌 신인왕 레이스의 선두 주자는 전체 1순위로 도로공사에 입단한 미들블로커 김세빈(19)이다. 이윤신은 후발 주자로 신인왕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는 "신인상 욕심이 난다"며 "사람들이 좀 알아보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힘줬다.

 

이정인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