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정부 "약가 인하로 건강보험 지출 감소 기대"
업계 "일방적 개입, 수급난·생산의지 감소 초래"
의약품 연구 이미지. /픽사베이 제공
의약품 연구 이미지. /픽사베이 제공

[한스경제=양미정 기자] 정부의 약가 인하 적용 시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자 제약•바이오 업계가 수급난과 R&D 투자 축소를 우려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약가 인하로 큰 타격을 맞은 업계에 또다시 폭풍이 예고되자 제약업계의 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정책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 제네릭 의약품(복제약) 7675개의 가격을 30% 가까이 인하한 바 있다. 정부는 해당 약가 인하 정책에 따라 연 2978억 원의 건강보험 지출을 줄일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해당 재정을 국산 신약 개발지원 등에 사용할 것으로 예고했다.

그러나 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은 결국 독감 치료제 수급난을 야기했다. 원재료와 인건비가 급상승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약값 인하 압박까지 겹쳐 제약사가 생산을 줄이거나 포기하는 상황이 도래, 품귀 현상으로 번진 것이다.

결국 뒤늦게 내놓은 약가 인상 카드도 눈앞에 닥친 수급난을 해결하지 못했다. 지나친 약가 통제로 제약사의 의약품 생산 의지를 꺾었다 의약품 수급난 사태가 번지면 그제야 약가를 급히 올리는 미봉책이 오히려 혼란을 야기했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민 생활에 필수적인 기초 의약품이 품절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면 더이상 저렴하지만 필수의료에 사용되는 의약품을 보기 힘들어지는 시대가 올 수 있다"며 "이미 소아청소년과 처방약들이 해당 정책으로 인해 심각한 품귀현상을 앓고 있다"고 토로했다.

제약업계는 이미 한차례 약가 인하로 인해 3000억여원의 매출 감소를 겪었다. 특히 대다수 매출을 복제약에 의존하는 중소제약사의 타격은 더욱 컸다. 원료 지출, R&D 투자금, 영업비용, 판관비 등을 줄여 영업이익을 유지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품질과 인지도 저하, 경쟁력 약화로 인해 존폐 위기까지 거론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정부의 자유시장경제 개입'이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한 육성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기존 발표와 상충한다고 지적한다. 해외에서 생산, 개발된 의약품의 의존도가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또 한 번의 일괄 약가 인하가 시행된다면 수입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국내 제약산업 전체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최근 물가 상승으로 인해 값싼 수입산 원료에 의존하는 제약사가 점차 많아지고 있었는데 약가 인하가 기름을 부은 격"이라며 "앞으로 더욱 많은 제약사가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수입산 원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내 제약사 약값을 깎아 마련한 건보 재정이 국내 제약 산업 육성에 사용되길 기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 제약사의 최대 캐시카우인 의약품에 대한 추가적인 약가 인하는 신약 및 개량신약 개발이 성숙하지 않은 국내 환경에서 자칫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양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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