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심재학 단장(왼쪽)과 최형우. /KIA 제공
KIA 심재학 단장(왼쪽)과 최형우. /KIA 제공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베테랑 타자 최형우(41)의 야구 인생은 한 편의 드라마와 같다.

전주고를 졸업하고 2002년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한 그는 2005년 방출의 아픔을 겪었다. 삼성에서 방출된 이후 생계를 위해 공사판에서 막노동을 하기도 했던 최형우는 경찰야구단에서 복무하며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경찰야구단 시절 포수에서 외야수로 전향한 뒤 타격 재능을 만개했고, 2008년 삼성에 재입단 하는데 성공했다. 이후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왼손 타자로 자리매김했다. 2016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KIA와 4년 100억 원에 계약하면서 처음으로 FA 100억 원 시대를 열었다. 2번째 FA 자격을 얻은 2020년 말에는 3년 총액 47억 원에 재계약했다. FA 계약으로만 147억 원을 받으며 ‘방출생 신화’를 썼다. 지난 시즌엔 역대 최다 타점(1542)과 최다 2루타(465개) 신기록을 경신하며 한국 야구사에 한 획을 그었다.

살아있는 전설인 최형우는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이정표를 세웠다. 그는 5일 KIA와 1+1년 총액 22억 원(연봉 20억 원, 옵션 2억 원)에 계약했다. 비(非)자유계약선수(FA) 다년 계약으로는 역대 최고령이다.

최형우는 2021년 시즌을 앞두고 한 3년 계약이 지난해로 만료됐다. 다만 FA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4시즌의 등록 일수를 채워야 해 2024시즌을 마쳐야 FA 자격을 재취득 할 수 있었다. KIA 구단은 최형우의 기량을 고려하면 1~2년 정도는 충분히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해 지난해 말부터 다년 계약을 추진했다. 최형우는 "구단에서 다년 계약이라는 좋은 조건을 먼저 제시해 줘 감사하다"며 "가을야구의 함성을 광주에서 들을 수 있도록 팀 동료들과 최선을 다하겠다. 그리고 선수 생활을 하는 마지막 날까지 초심을 잃지 않고 언제나 한결같은 선수로 타이거즈 팬들에게 기억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KIA 최형우. /KIA 제공
KIA 최형우. /KIA 제공

그는 불혹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리그 정상급 기량을 뽐내고 있다. 지난해 타율 0.302, 17홈런, 81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피나는 노력에 철저한 자기관리가 더해진 결과다. 빅리거 출신 추신수(42ㆍSSG 랜더스)도 최형우에게 엄지를 치켜세운다. 추신수는 "나이가 한살 어린 후배이고 다른 팀 선수지만 정말 대단하다. 작년에도 그렇게 하는 거 보면 몸 관리도 잘한 것 같고, 보기 좋다. 최고령 기록은 최형우가 다 깰 것이다”라며 “최형우 같은 선수들이 잘해야 다른 후배들도 야구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기회가 갈 것 같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 3월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지에서 만난 최형우는 은퇴에 대한 솔직한 속내를 전했다. 당시 그는 “45살까지 선수 생활을 하고 싶다. 대신 그때까지 몸이 따라줘야 하고 야구를 잘해야 한다. 구단이 저를 필요로 한다면 45살까지 선수 생활을 하고 은퇴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올해도 그라운드에서 녹슬지 않은 기량을 보여준다면 45세까지 현역으로 뛰는 게 허황한 꿈은 아니다. 최형우의 ‘45세 프로젝트’는 순항하고 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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