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WM·보험 등, 새 비즈니스 가능성 주목...뒤따르기보다 변화 주도해야
/하나금융경영연구소

 

[한스경제=박종훈 기자] 우리나라 인구구조 변화에 대한 담론은 암울한 전망이 가득하다. 특히 2024년은 다양한 통계적 가정을 감안할 때 중요한 분기점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인구 이슈는 2022년 확정치 출산율 0.78명이란 전대미문의 통계가 주는 공포치가 크게 작용했다. 정책적 대응 역시 저출산을 우선으로 고령화가 뒤따르는 방향이었다.

그러나 초고령 사회 돌입을 목전에 둔 지금은 두 가지 이슈가 하나로 합쳐지고, 서로 연결되는 구도로 바뀔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올해는 중·단기적으로 우리 사회와 경제를 지탱해야 할 고령화 담론이 더 본격적으로 다뤄져야 할 시점이다. <편집자 주>

◆ 시니어세대에게도 대세로 자리 잡은 모바일 금융 

세대별로 경제 수준을 보여주는 다양한 통계들을 살펴볼 때 1960년대생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경제적 영향력이 높은 세대다. 지난 2022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가구주 연령대별 순자산 규모를 보면 이들 1960년대생이 포진한 50대가 5억 3473만원으로 가장 많다. 여기에 60대 이상이 4억 8327만원이니, 아마 베이비부머세대는 한반도에서 유사 이래 부모나 자녀보다 돈이 많은 최초이자 최후 세대에 가까울 것이다. 이는 고성장 상황에서 저성장으로 접어드는 변곡점을 거치며 상대적으로 자산증식이나 고용안정 측면에서 유리한 점을 누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 세대는 은퇴 이후 평균 생활비 역시 200만~300만원대를 확보했을 가능성이 높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고도성장기를 거치며 자산증식의 경험이 많기 때문에 노후 소득원 역시 근로소득·자산소득·공적이전(연금)·사적이전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비했을 것이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경향이나 평균적인 담론이지, OECD 국가 중 최대의 노인빈곤율을 비롯해 일부 통계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양극화 문제 역시 현실에선 상존한다.

아무튼 이들 세대의 두둑한 주머니 사정은 일상의 다양한 소비 패턴을 변화시키고 있는데, 특히 금융서비스의 이용 역시 과거 ‘기성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가장 극명한 변화는 최근 수년 사이 금융권 최대의 화두였던 디지털 채널 강화에 기꺼이 적응하고 따라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 중에서도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모바일 금융이 일상적 금융서비스 이용의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는데, 이들 베이비부머세대가 모바일 금융의 성장을 사실상 견인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24 대한민국 금융소비자 보고서에 따르면, 1965년생 이상 베이비부머세대의 인터넷전문은행 거래율은 1년 사이 54.8%에서 65.5%로 10.7%p가 늘었다. 핀테크나 빅테크 서비스 거래율 역시 80.0%에서 87.7%로 7.7%p가 증가했다.

1966년생부터 1980년생까지는 X세대로 분류해 조사했는데, 인터넷전문은행 거래율은 74.2%에서 78.4%로 4.2%p가 늘었으며, 핀테크와 빅테크 거래율은 91.2%에서 92.8%로 1.6%p가 증가했다. 베이비부머 세대를 넓은 의미에선 1970년대 중반 출생자까지 포함하는 걸 감안하면, 이들에게 디지털·모바일 금융은 이미 대세로 자리잡았다.

원인은 무엇일까. 우선 1981년생부터 1995년생까지 밀레니얼(M)세대나 1996년생부터 2003년생까지 Z세대들에게는 이미 모바일 금융이 매우 익숙하다. 이들 MZ세대는 인터넷전문은행 거래율은 같은 기간 84.1%에서 84.4%로 0.3%p가 오르는 데 그쳤다. 핀테크나 빅테크 거래율은 97.0%에서 96.5%로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다른 중요한 요인은 국내 본격 출시 이후 약 15년 사이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모바일기기의 보급이 광범위하게 확산됐고, ‘카카오톡'을 비롯한 킬러 앱들이 확고하게 인지도와 사용자 점유를 가져갔기 때문이다. 과거와는 달리, 다양한 금융서비스들이 이런 여러가지 모바일앱들과 비교적 자유롭게 연동하도록 하는 것이 최근 모바일·디지털금융의 트렌드이기에 거래율 상승은 자연스런 결과다.

이러한 통계치를 두고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분석하길, 베이비부머가 모바일 금융기관과 거래를 확대한다는 것은 그 파장이 예상보다 클 수 있으므로 시중은행 입장에서는 예의주시해야 할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베이비부머세대는 어느 정도 자산이 형성돼 있으며 기존 거래기관과 충성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은퇴 퇴직금 수령 등 금융거래의 변곡점이 될 라이프 이벤트가 포함돼 있는 시기이기에 자산관리의 니즈도 높은 편이다. 따라서 이들의 금융서비스 이용행태의 변화는 본격적인 ‘머니무브'가 뒤따를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기성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의 강·약점 역시 은행별 신규 거래 이유를 묻는 설문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신규 은행 거래의 이유로 가장 많은 소비자들이 꼽은 것은 2022년에 이어 2023년에도 ‘앱 이용이 쉽고 편리하다고 해서'인데, 이러한 앱 이용의 편의성 측면은 단연 인터넷전문은행이 시중은행에 비해 우위를 갖고 있다. 복수응답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은 50.2%의 응답을 보인 데 반해, 시중은행은 18.9%에 그쳤다. 서비스 자체에 대한 선호도 25.0% 대 18.9%로 인터넷전문은행이 우위를 보인다. 또한 흥미로운 결과는 이벤트와 프로모션에서도 인터넷전문은행(37.0%)이 시중은행(26.0%)보다 우위를 보인다는 점이다.

그에 반해 시중은행은 상황적 필요에 따라(25.5%), 대출(16.4%), 금융 그룹사 거래(11.0%) 등의 제한적 영역의 비즈니스 가능성에서 인터넷전문은행에 비해 우위를 가져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대별로 유사하게 금융 자산의 절반 이상을 주거래은행에 예치하고 있다는 결과도 도출됐다. 그러나 1년 사이 MZ세대들의 경우는 주거래은행 예치율이 소폭 상승했는데, 베이비부머와 X세대의 경우 다소 하락하는 특징을 보였다. 이 역시 앞서 조사에서 나타난 것처럼 모바일 금융의 확산이 가속화되며 이로 인한 자산 분산의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윤선영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소비자의 변화는 모바일 채널이 확산하면서 더 빨라지고 있고, 지난해 베이비부머세대의 모바일 유입이 가속화되면서 모바일로의 전환은 이제 거의 완성단계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지금까지는 오프라인 점포 축소에 따른 금융소외 방지, 디지털·모바일 금융 활용 교육, 보이스피싱 예방 등 지원이나 시혜책 중심으로 접근했던 시니어 금융이 다른 결의 마케팅 포인트로 유의미하다는 인식의 전환을 야기하고 있다.

이미 세계적 수준의 은행과 금융사들은 이런 트렌드를 만들어가기 위해 청소년과 사회초년생, 액티브 시니어, 부유층 등 연령이나 자산규모 등에 따라 고객 타깃팅을 분화하고 있다. 물론 이는 우리나라 은행과 금융사들 역시 좇아가고 있는 추세긴 하지만 아직 특정 고객을 세분화해 밀착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개념에까지 이르진 못했다.

1700만 은퇴자를 타깃으로 한 자산운용과 관리서비스가 향후 크게 강화될 것이라는 예상은 어디서나 지배적이다. 

또한 지금까지는 금융업권 중 보수적인 편이라고 여겨지던 보험업권 역시 미래 변화상에 따라 새로운 기회가 마련될 수 있다. 가령 우리나라보다 고령화가 빨랐던 일본의 경우 장수 리스크를 경감시키는 일본의 대표적인 장수 금융 상품인 톤틴연금과 같은 상품을 설계해 주목받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비단 이런 변화는 금융업권 내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소비 패턴 변화 속에 내재화되는 등, 시장 자체의 변화와 궤적을 함께 하고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할 것이다.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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