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플랫폼 기업 확대·확산 추세 가속...기존 기업과 다른 방식의 시장지배력 고려해야
공정거래위원회/김근현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김근현 기자

[한스경제=박종훈 기자] 지난해부터 추진된 기업결합 심사제도와 관련한 내용이 담긴 법 개정과 공정위의 심사기준 개정 작업이 곧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최근 확대되고 있는 플랫폼 기업들이 결부된 기업결합 사례에도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우선 이와 관련해 지난해 소관 상임위를 통과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크게 두 가지 내용이다. 먼저 기업결합 신고면제 범위가 확대된다.

이는 ▲PEF 설립 ▲상법상 모자회사간 합병 또는 영업양수·양도 ▲다른 회사의 임원 총수의 1/3 미만을 겸임하는 경우로서 대표이사가 아닌 임원을 겸임하는 행위 ▲계열회사간 합병시 합병되는 회사 자체 규모가 300억원 미만인 경우 기업결합 신고가 면제된다.

기업결합이란 개별기업의 독립성이 소멸되고 사업활동에 관한 의사결정이 통합되는 기업간 자본적·인적·조직적 결합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합병·인수(M&A)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대표적인 기업결합 유형이 일반용어화된 것이다.

공정위는 일반적으로 기업결합은 분산투자 효과로 투자위험을 감소시키고, 기술혁신, 시장의 변화 등에 대해 전략적으로 대응하고, 결합을 통한 규모의 경제 달성으로 비용을 절감시키는 등의 장점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선 경쟁사업자와의 결합을 통해 인위적으로 시장지배력을 획득할 목적으로 기업결합이 이뤄지기도 한다. 이처럼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하는 기업결합에 대해선 면밀하게 심사·분석해 경쟁제한적 폐해를 효과적으로 시정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 기업결합 심사제도는 이와 같은 취지에서 마련된 것으로 주요 선진국 경쟁 당국의 주요 업무 중 하나고, 우리나라의 경우 1981년 공정거래법 시행과 함께 제도가 마련됐다. 이러한 기업결합 심사제도는 전 세계 약 130여개국에서 운영하고 있는 글로벌 스탠다드다.

이번 법 개정 과정에서 신고면제 범위가 확대되는 내용들은 경쟁제한 우려가 희박한 기업결합 유형 등에 대해 기업들의 신고부담을 줄이고, 기업결합 전체 신고건수가 2년 연속 1000건을 돌파하는 등 상황에서 공정위가 보다 중요한 기업결합 사건에 심사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가령 2022년 전체 기업결합 신고건수 중 위 4가지 유형에 해당돼 신고가 면제되는 경우는 약 42%에 달한다고 한다.

법 개정의 또 하나 주요 골자는 시정방안 제출제도의 도입이다. 앞으로 공정위가 경쟁제한적 기업결합을 하려는 기업들에게 시정조치를 부과함에 있어, 기업들이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먼저 제출하고, 이를 수정 및 보완한 내용으로 시정조치가 부과될 수 있게 한다.

현재는 공정위가 직접 시정조치를 설계해 기업들에게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구조가 복잡해지고 글로벌 기업결합이 늘어나는 가운데, 시정조치 설계에 필요한 정보의 양이 많아져 현재와 같은 방식을 유지하는 게 어려워지고 있다.

법 개정에 따라 기업들이 경쟁제한 우려 해소방안을 제출하게 되는 경우, 이들이 보유한 풍부한 시장정보가 시정조치 설계 과정에서 활용될 수 있게 된다. 그에 따라 시정조치 내용의 효과성과 이행가능성도 보다 높아질 것으로 공정위는 기대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제도는 대부분 국가의 경쟁 당국에서도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와 해외 제도 사이의 정합성 또한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같은 부분은 특히 최근 들어 여러 나라 경쟁 당국에서 동시에 심사를 진행하는 국제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기에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조성익 선임연구위원이 정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입장에서 기업결합 심사의 국제화 경향은 두 가지 양태로 나타난다.

우선 해외기업들 간의 기업결합을 우리나라 공정위가 시사하는 부분이다. 해외기업들의 기업결합이라도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일정 수준 이상인 경우 우리나라에서도 심사를 받아야 한다. 가령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건과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적지 않은 해외기업들 간 기업결합이 국내서도 심사되고 있다.

또 하나는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사례나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사례처럼 우리 기업들의 기업결합이 다수 해외 경쟁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상황 등을 꼽을 수 있다.

복수 국가에서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하는 경우, 하나라도 승인을 받지 못하는 경우 통상 해당 기업결합은 무산된다. 기업결합을 강행한다면 불승인 국가에서는 사업을 영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국가별로 다른 시정조치가 취해질 수도 있는데, 결합기업은 해당 시정조치들을 모두 수용해야 한다.

따라서 국가 사이에 일정 수준의 정책 공조가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제도 자체의 차이가 있다면 아무래도 이러한 공조에 어려움을 겪게될 수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기업결합 심사제도가 미국이나 EU 등과 상이한 측면이 있어서 이에 대한 개선을 진행해 왔다.

또한 공정위가 지난해 11월 15일 행정예고한 데 이어, 1월 중 개정을 완료하겠다고 밝힌 기업결합 심사기준의 경우, 변화하는 디지털 경제 환경에 맞춰 심사방식을 현대화하는 내용이 중점이다.

공정위가 설명하는 바에 따르면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들은 기존 사업자들과는 상이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어떤 서비스는 무료로 제공되기도 하고, 이미 많은 이용자가 특정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해당 서비스에 대한 수요 유발 요인이 되는 ‘네트워크 효과’도 주요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최근 확대되고 있는 플랫폼 기업의 사업전략과 기업결합과 관련한 내용이다. 플랫폼 기업의 사업전략을 보면 대부분 플랫폼은 다양한 서비스들을 연계해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예컨대 구글의 경우 검색서비스와 모바일 OS-앱마켓 서비스를 핵심으로 광고, OTT, 지도 등 다양한 서비스를 결합해 제공한다. 우리나라 플랫폼인 네이버의 핵심 사업은 검색, 카카오의 핵심은 모바일 메신저이지만 이들 두 회사 모두 온라인쇼핑, 부동산중개, 게임·음원·웹툰 등 콘텐츠사업, 택시와 뱅킹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며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서비스를 복합적으로 제공하며 이용자들을 특정 플랫폼에 묶어 두는 사업방식이 플랫폼 생태계 구축 전략으로 설명되고 있다.

이러한 플랫폼 기업결합 사례는 딜리버리히어로(요기요)와 우아한형제들(배달의 민족)의 지분취득 기업결합이 대표적이다. 공정위는 2021년 2월 배달앱과 배달대행의 결합을 수직결합이 아닌 혼합결합으로 판단한 바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기업결합 심사과정에서 수직결합이란 원재료의 생산에서 상품의 생산 및 판매에 이르는 생산과 유통과정에 있어서 인접하는 단계에 있는 회사간 결합으로, 시장의 봉쇄효과, 경쟁사업자간 공동행위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이와 반대는 경쟁관계에 있는 회사간 기업결합으로 수평결합이다. 기업결합 전후 시장집중상황, 결합당사 단독의 경쟁제한 가능성, 경쟁사업자간의 공동행위 가능성, 해외경쟁의 도입수준 및 국제적 경쟁상황, 신규진입의 가능성, 유사품 및 인접시장의 존재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에 고려한다.

수평이나 수직결합 이외의 기업결합은 혼합결합으로, 잠재적 경쟁의 저해효과, 경쟁사업자 배제효과, 진입장벽의 증대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심사한다고 밝히고 있다.

예를 들어 보자면 완성차 회사와 부품 회사가 합병하는 것은 생산 단계에서 서로 다른 단계에 인접한 두 기업이 결합하는 것이므로 수직결합에 해당한다. 그러나 식품 회사와 방송 회사가 합병하는 경우엔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지 않으면서 수직관계도 없는 혼합결합이다.

그런데 앞서 배달앱 플랫폼과 배달대행 플랫폼이 결합하는 상황 등을 예로 놓고 보면 수직결합인지 혼합결합인지 구분하는 게 쉽지 않다. 소비자 입장에선 해당 기업결합이 생산과 유통의 각 단계에 있기는 하지만, 판매자가 상품을 준비하는 과정 때문에 인접하는 단계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음식점이 배달앱 플랫폼에서 주문을 받고 음식을 생산해 배달대행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에게 음식을 보낸다. 배달음식 서비스가 완성되는 과정에서 일련의 수직 단계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주문을 받는 단계와 배달 단계 사이에 음식 생산 단계가 끼어 있는 것이다. 즉 현행 심사제도 아래서 수직결합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이다.

또 다른 플랫폼 이용자인 음식점, 즉 판매자 관점에서도 봐야 한다. 배달앱에서 주문을 확보하고, 배달대행 플랫폼에서 배달서비스를 구매한다. 이는 음식을 만들기 위한 식재료를 사거나 기타 조리도구를 구매하는 것과 같은 선상에 있는 행위다. 따라서 현행 심사제도에서 이를 혼합결합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배달 플랫폼만을 예로 들었지만 다양한 영역에서 플랫폼 기업이 크게 확대되고 있으므로 실례를 뜯어보자면 매우 복잡하기 이를 데 없다. 전통적인 수직·수평·혼합결합의 구분 자체도 매우 모호하고 섞여 있을 가능성도 높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현재는 가격 변화에 따른 수요대체를 고려해 시장을 획정하고 있는데, 무료 서비스는 가격이 없으므로 이러한 방식 활용이 곤란할 수 있다”며 “개정안은 이런 점을 고려해 서비스 품질 악화 등에 따른 수요대체 확인 등 다른 대안적 방법을 사용해 시장을 획정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한다.

또한 경쟁제한 효과를 분석할 때 앞서 거론된 네트워크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할 계획인데, 디지털 서비스 공급자의 기업결합은 해당 서비스의 이용자 수나 해당 사업자가 보유한 데이터 양 증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해당 서비스에 대한 추가 수요가 유발되는 게 네트워크 효과다. 고로 결합기업의 시장에서 지배력이 더욱 커질 수 있고, 그 효과가 상당한 경우 결합기업이 단독으로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도 생기게 된다. 이런 측면이 고려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의미다.

공정위의 발표에 앞서 조성익 선임연구위원은 “수직결합과 혼합결합 구분을 폐지하고, 자사우대 문제에 대해 ‘봉쇄’와 ‘지배력 전이’ 양 측면을 동시에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심사할 수 있도록 심사기준에 적시해 둘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 바 있다.

전통기업의 수직결합 과정에서 보면 원재료 독점 기업은 원재료 판매를 거절하는 방식으로 완성품 시장의 경쟁자를 ‘봉쇄’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특정 분야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진 플랫폼 기업은 과연 이처럼 봉쇄가 가능할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복잡한 상황이 현재 처한 입장이다.

조 선임연구위원이 예로 든 상황은 다음과 같다. 가령 어떤 오픈마켓 플랫폼이 상당한 시장력을 갖고 있다고 가정할 때, 이들이 입점 업체와 직접 경쟁하는 사업체를 인수하기로 했다고 보자. 시장지배력을 가진 플랫폼은 자신이 새로 인수한 사업체에 소비자들의 주문이 몰리도록 강구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수단이 있다. 그러나 결국 최종적으로 주문을 내는 건 이용자들의 몫이다. 따라서 철강업체가 경쟁 완성품 업체에 강판을 판매하지 않겠다고 하는 기존의 봉쇄 상황과 결이 다르다.

그러나 이러한 오픈마켓 플랫폼의 경우 방데한 소비자 빅데이터를 활용해 실제 이용잗르의 행동 양식을 치밀하게 고려해 사업전략을 계획할 능력이 충분하다. 따라서 경쟁 사업자로 향할 수 있는 이용자들의 주문을 놀라운 수준으로 봉쇄할 수 있기도 하다. 요컨대 ‘봉쇄’에 대한 전통적 판단 기준으로는 직접적인 봉쇄 능력이 없는 플랫폼 기업결합의 효과를 과소평가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이런 상황에 대해 ‘느슨한 봉쇄’라고 표현했다.

앞서 사례와 마찬가지로 플랫폼 기업 역시 전통기업들 못지 않게 상품 끼워팔기를 통한 ‘지배력 전이’가 가능하다. 즉 독점시장 상품이나 서비스를 사기 위해 경쟁시장 상품도 함께 구매해야 하기에, 경쟁자들은 매우 불리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오픈마켓 플랫폼 독점사업자의 사례를 가정해 본다면, 상품거래를 중개하며 결제서비스도 함께 제공할 수 있다. 해당 오픈마켓에서 거래하려는 판매자들은 결제서비스 자체가 해당 플랫폼의 주력 상품은 아니지만, 다른 결제서비스를 따로 이용하는 것은 비용이 증대되기에 사용할 이유가 없어진다. 결국 결제서비스 시장 역시 독점화가 가능해지는 수순을 밟는다.

이처럼 굳이 끼워팔지 않아도 플랫폼 사업자가 거래정책을 변경해 자신의 부가서비스 분야로 지배력을 전이할 방법들도 있다. 앞서 살펴본 ‘주문 봉쇄’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부가서비스를 선택하면 추가적인 혜택을 주는 등의 방식도 주효하다. 이는 마치 이용자에게 혜택을 주는 것같은 착시를 일으키지만, 실상 부가서비스 경쟁 사업자들에게 추가적인 부담을 지우는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다.

끼워팔기를 통한 시장지배력 지위 남용행위 규율은 기존 기업결합에서 중요하게 심사되는 항목이었지만, 경쟁 사업자 비용 증대를 통한 지배력 전이는 주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즉 변화하는 산업구조와 플랫폼 기업 확산에 따라 경쟁 당국의 심사 기준과 그 시각 역시 발맞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개정안은 경쟁제한 우려뿐만 아니라 디지털 분야 특유의 효율성 증대 효과의 사례도 보강해 기업결합의 긍정적 효과 역시 균형있게 심사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뿐만 아니라 ▲기업결합 결과 혁신적 서비스가 창출되거나 ▲초기 스타트업들이 인수됨에 따라 투입자본이 회수(exit)되고 신규 스타트업 창업이 이뤄지는 등의 효과가 기업결합 심사시 고려될 수 있도록 했다고도 덧붙였다.

기업결합 자체의 경우 경제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 그 자체가 기업들의 성장 원동력이며, 기업결합을 통해 이뤄지는 서비스 융합은 혁신적 서비스 출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현재 추진 중인 제도 개선이 모두 완료되면 우리나라 기업결합 심사제도의 효율성과 효과성이 모두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관건은 뚜껑이 열렸을 때 어떤 결과들이 나타날 것이냐다.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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