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플랫폼사 금융업 진출로 빅블러 시대 도래 …전통 은행권 위기
비금융사와 서비스형 뱅킹·플랫폼 등 협업…'윈-윈(Win-Win) 효과' 기대
글로벌 서비스형 뱅킹 시장, 향후 5년 내 190조원 도달 전망
은행권이 '서비스형 뱅킹(BaaS·Banking as a Service)'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한은행 제공
은행권이 '서비스형 뱅킹(BaaS·Banking as a Service)'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한은행 제공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은행은 소멸하고, 서비스만 남을 것이다." 

지난 1994년,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한 공언이다. 이로부터 30년이 지났고, 그의 공언은 현실화되고 있다. 

구글·네이버·카카오 등이 막강한 자본력과 플랫폼을 앞세워 금융업에 진출하면서 금융과 비금융 경계가 모호한 빅블러(Big Blur) 시대가 도래했으며 코로나19로 전(全) 산업군의 디지털 전환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가운데 은행권의 비금융·플랫폼 기업과 협업은 생존전략이 됐다. 

이에 국내외 은행권은 '서비스형 뱅킹(BaaS·Banking as a Service)'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서비스형 뱅킹은 라이선스를 가진 은행이 핀테크·스타트업 등, 제3자에게 라이선스 없이 은행 관련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은행은 제3자와 제휴를 통해 고객을 유치하고, 서비스와 수익을 창출하게 되며 제3자는 어려운 라이선스 없이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결국 은행과 제3자가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인프라인 셈이다.  

전 세계적으로 서비스형 뱅킹은 2024년 은행산업의 주요 키워드로 부상했다. 글로벌 회계법인인 '딜로이트(Deloitte)', 글로벌 핀테크사인 '페이두(PayDo)'는 서비스형 뱅킹을 '2024년 은행권 주요 트렌드'로 꼽았다. 

먼저 딜로이트는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과 금융업 성장 둔화로 은행의 수식 창출 능력이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다"면서 "2024년에는 '임베디드 금융(Embedded Finance)'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임베디드 금융은 은행이나 카드사가 아닌 비금융 기업이 자신의 플랫폼 내에 금융 서비스를 탑재하는 것을 말한다. 즉, 서비스형 뱅킹이다. 

페이두는 "서비스형 뱅킹 개념이 등장하면서 현대 은행은 핀테크·스타트업과 제휴를 통해 다양한 금융상품을 제공하고 있다"며 "서비스형 뱅킹은 기업은 보다 경쟁력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궁극적으로 매출을 늘릴 수 있다"고 설명하며 올해 서비스형 뱅킹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Baas 시장 규모 전망. /BCG코리아 제공
글로벌 Baas 시장 규모 전망. /BCG코리아 제공

시장 규모도 매년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경영전략 컨설팅 기업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금융의 미래: 금융적 상상력, BaaS 뱅킹’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서비스형 뱅킹 시장 규모는 연평균 약 15% 성장해 향후 5년 내에 190조원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국내 주요 시중은행은 서비스형 뱅킹 구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금융그룹은 'IT 거버넌스'를 개편하고, 서비스형 뱅킹 기반 디지털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뱅킹 인프라를 테크기업 등에 제공하고, 해당 제휴 서비스 사용자를 우리금융 고객으로 연결하는 신사업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모빌리티 △여행 △부동산 △통신 △프롭테크(AI, VR,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하이테크 기술을 결합한 부동산 서비스) 등 생활 밀착형 업종 제휴를 통해 고객 접점을 확대할 예정이다. 

신한은행도 서비스형 뱅킹 구축에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신한은행은 △프리미엄 노터치 자동세차 브랜드 ‘COME IN WASH’를 운영하는 '화이어' △식자재 플랫폼 '마켓보로' △데이터 API 전문기업 '하이픈코퍼레이션' △글로벌 종합상사 'STX' △한국SMC △이랜드리테일 △도쿄 키라보시 파이낸셜그룹 △ 한국표준골드바 등과 업무제휴를 통해 서비스형 뱅킹 형태의 에브리웨어·인비저블 뱅크(Everywhere·Invisible Bank)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처럼 금융권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빅블러 시대가 도래하면서 서비스형 뱅킹이 은행권 신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가운데 BCG는 서비스형 뱅킹이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잡기 위해선 △최적의 파트너십 △고객 맞춤형 상품 및 서비스 △탄탄한 IT 역량 등이 수반돼야 한다고 제언한다. 

먼저, BCG는 "추후 고객화가 가능한 ‘유의미한’ 최종 고객을 보유한 파트너사 선점 전략 수립으로 금융 서비스 간접 판매를 통한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파트너사의 최종 고객 니즈를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이를 고려한 차별화된 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역량 확보해야 한다"면서 "또한, 단순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개발에서 나아가 인프라를 고도화하고 딥테크(Deep Tech·단순한 애플리케이션 개발이나 서비스 창출이 아닌 근본적인 기술적 혁신을 중심으로 하는 기술)를 접목시키기 위한 적극적인 투자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BCG는 국내 서비스형 뱅킹 시장의 확산을 위해서는 금융사, 비금융사, 핀테크사 및 금융당국 등 이해관계자들 간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사는 고객 접점을 확보해 외부 채널을 내부 채널화하고 IT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비금융사는 고객의 금융 니즈를 이해하고 자사 서비스에 최적의 금융 서비스 결합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핀테크사는 금융과 비금융 서비스 간의 연결 고리를 고민하고 고객 중심 서비스 혁신 선도해야 하고, 금융당국은 사업 주체가 소비자를 위해 혁신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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