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쿠팡-LG생활건강 거래 재개...이달 중순부터 로켓배송 가능
'반쿠팡연대' 강화에 중국 이커머스 강세 더해 위기의식 작용 가능성↑
햇반 비비고 등 CJ제일제당 갈등 봉합에도 눈길
쿠팡 제공
쿠팡 제공

[한스경제=이수민 기자] 쿠팡이 납품 단가 등으로 약 5년간 갈등을 빚어온 LG생활건강에 먼저 손을 내밀었다. 국내 대형 제조사와 유통업체들의 이른바 '반(反)쿠팡연대'가 확산되고, 최근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공세를 의식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1년 반 넘게 갈등을 지속하고 있는 CJ제일제당과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 12일 쿠팡은 LG생활건강 모든 제품을 판매 재개하기로 했다. 쿠팡은 "앞으로 쿠팡 고객들은 엘라스틴, 페리오, 코카콜라, CNP 등 LG생활건강 상품들을 다시 로켓배송으로 빠르게 받아볼 수 있다"라고 밝혔다. 쿠팡과 LG생활건강이 다시 손을 잡은 것은 약 4년 9개월 만이다. 

앞서 두 회사는 지난 2019년 납품 협상 과정에서 갈등을 겪고 거래를 중단했다. LG생활건강은 불공정행위를 이유로 쿠팡을 신고했고, 이를 공정위가 받아들이면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약 33억원을 부과했다. 

당시 공정위는 "쿠팡이 2017년∼2020년 9월 '최저가 보장' 정책에 따른 손실을 줄이려고 LG생활건강 등 101개 납품업자에게 동일 제품의 다른 온라인몰 판매가격 인상 및 광고 구매 요구, 할인 비용 전가 등의 행위를 했다"고 발표했다. 

쿠팡은 2022년 공정위에 시정명령 등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로, 선고 결과는 이달 18일 나올 예정이었다.  

판결을 약 일주일 남겨놓고 거래 재개를 발표한 것. 이번 거래는 쿠팡이 LG생활건강에 먼저 손을 내민 것으로 알려졌다. 

LG생활건강 제공
LG생활건강 제공

지난해 햇반, 비비고 등을 보유한 CJ제일제당의 쿠팡 납품 중단으로 업계 내 '반쿠팡연대'가 강화된 데다가, 국내에서 무서운 속도로 몸집을 키우고 있는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에 대한 위기의식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중국 직거래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는 '최저가'를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우며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인지도를 넓혀가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G마켓 월간활성이용자수(MAU) 뛰어넘고 쿠팡, 11번가에 이어 3위에 안착하기도 했다. 올해 알리익스프레스의 국내 물류센터 건립 가능성 또한 제기되고 있다. 사실화가 되면 취약점이던 배송기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어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쿠팡은 이번 거래 재개로 글로벌 1위 음료 브랜드인 코카콜라와 국내 시장점유율 1위에 달하는 페리오 치약, 엘라스틴을 비롯해 CNP 등 인기 화장품도 대거 들여오면서 상품군을 확대할 전망이다. 특히 오휘, 숨37, 더후 등 LG생활건강의 럭셔리 뷰티 브랜드를 '로켓럭셔리'에 포함시켰다. 이는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쿠팡의 패션/뷰티 카테고리 확장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업계서는 LG생활건강 이후 1년 반 넘게 갈등을 지속하고 있는 CJ제일제당과의 갈등 향방에도 관심을 쏠리는 상황이다. 지난 2022년 쿠팡과 CJ제일제당은 햇반 납품 마진율로 갈등을 빚은 이후 CJ제일제당은 햇반, 비비고 등 모든 제품의 쿠팡 납품을 중단한 상태다. 이후 쿠팡은 중소 제조사와 협력해 즉석밥, 냉동식품류를 늘리는 등 대응책을 마련해 왔지만, 업계 1위인 CJ제일제당의 빈자리를 메꾸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를 비롯해 유통시장 전반적으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쿠팡이 반연대 기업들과 차차 협의점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이커머스는 빠른 배송만큼 다양한 상품군 또한 중요하다 보니, 이커머스 1위인 쿠팡이라도 유통 대기업 및 대형 제조업체의 힘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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