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반사수혜 기대" vs "국내 반도체 산업 부담"
지난 13일 대만 총통 선거에서 친미·독립 성향 민진당 라이칭더가 당선됐다./ 연합뉴스 제공
지난 13일 대만 총통 선거에서 친미·독립 성향 민진당 라이칭더가 당선됐다./ 연합뉴스 제공

[한스경제=김정연 기자] 대만 총통 선거에서 친미·독립 성향으로 알려진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된 가운데 한중 관계 등 정세 변화가 반도체 업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5일 대만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진행된 총통 선거에서 라이칭더 후보가 40%의 득표율(558만표)로 당선됐다. 미중 대리전이라고 불리기도 했던 만큼 라이칭더의 당선으로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의 긴장은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라이칭더는 차이잉원 현 총통과 같은 민진당 소속이지만 친미·반중 성향이 더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대만은 이미 주권 국가며 중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할 필요가 없다” 등의 발언으로 중국의 반발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러한 지정학적 변화로 한국 반도체 업계가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만약 중국이 대만 압박에 나설 경우 첨단 반도체 등을 수급해야 하는 글로벌 기업 입장에서는 리스크로 이어진다. 이들은 리스트를 피해 대만의 가장 유력한 대안인 한국을 거점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대만은 TSMC를 필두로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시장 점유율 58%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2.4%로 2위를 기록했다. 정진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지정학적 요소와 반도체 등 산업을 대체할 수 있는 한국은 반사 수혜가 가능한 입장”이라며 “대만에 편중됐던 중국의 반도체 수입이 한국으로 일부로 되돌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라이칭더의 당선이 한국 반도체 업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미국은 자국을 중심으로 한 반도체 공급망에 대만을 더욱 적극적으로 편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것이고, 이에 따라 한국 반도체 업계도 전략적인 준비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다.

라이칭더가 대만의 반도체 산업 고도화와 경제적 기여도 제고를 위해 정책적인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는 점도 한국에 악재로 평가되는 요소다.

라이칭더는 지난 13일(현지시간) 국제 기자간담회에서 “반도체 산업을 더욱 발전시킬 것”이라며 “세계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완전한 산업 공급망을 형성하기 위해 재료 및 장비 연구개발(R&D), 직접회로(IC) 설계·제조·패키징 및 테스트 분야에서 반도체 산업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서 공약에서 반도체와 인공지능(AI), 군수, 보안, 통신 등을 ‘5대 신뢰 산업’으로 지정하고 육성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대만의 이 같은 정책 지원은 국내 반도체 업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과학기술정책브리프 19호에 따르면 TSMC를 포함한 대만의 첨단 반도체 산업은 정부의 전폭적 지원하에 초격차를 유지하며, 실리콘 실드(Silicon Shield) 지수에 있어 압도적 우위를 지속할 것으로 예측된다. 실리콘 실드 지수는 반도체가 국가 핵심 이익과 생존을 담보하는지를 평가한 척도다. 한국(삼성전자)이 대만(TSMC)에 공정첨단화와 제품경쟁력 등 모든 부분에서 대만에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현익 과기연 부연구위원은 "친미 성향 민주진보당 재집권으로 지정학적 리스크는 고조될 것으로 보이나 미국과 반도체 기술 협력 강화로 '실리콘 실드' 지수는 더 굳건해질 것"이라며 "이는 한국 반도체 산업에 커다란 위협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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