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매각 수순 들어간 11번가, 희망액 5~6,000억대 예상
인수 후보로 아마존 알리바바그룹 큐텐 외국계 기업 올라
11번가 측 "올해 오픈마켓 흑자 달성 원년 목표"
역직구 서비스·오픈마켓 강화로 수익 개선 집중
안정은 11번가 사장
안정은 11번가 사장

[한스경제=이수민 기자] 강제 매각 수순에 들어간 11번가가 올해 오픈마켓(OM) 흑자 달성을 목표로 삼았다. 매각 전 커머스 기본 서비스 강화 및 군살빼기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 기업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11번가의 재무적 투자자(FI)인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은 최근 씨티글로벌마켓증권과 삼정KPMG를 11번가 매각 주관사로 선정했다.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은 국민연금과 새마을금고, 사모펀드 운용사인 에이치앤큐(H&Q) 코리아 등으로 구성됐다.

앞서 11번가의 모기업인 SK스퀘어는 2018년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에서 5,0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투자 약정 조건은 지난해 9월까지였던 5년 내 기업공개(IPO)를 통한 투자 회수였지만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최근 SK스퀘어가 FI가 보유한 지분을 다시 사들이는 '콜옵션' 행사를 포기함에 따라 FI가 직접 매각 작업을 통해 투자금 회수에 나서는 상황이 됐다.

이번 매각은 FI가 자금을 먼저 회수하는 워터폴(Waterfall) 방식으로 진행된다. 매각 희망액은 5~6,000억원대로 알려졌다. 이는 2018년 FI가 투자할 당시 11번가 기업가치인 3조원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업계서는 FI가 투자 원금, 이자 정도만 회수해 빠져나가겠다는 의도로 보고 있다. 

인수 후보로는 중국 알리바바그룹과 현재 11번가와 전략적 제휴 관계에 있는 미국 아마존 등 외국계 기업이 거론되고 있다.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전자상거래 업체 큐텐이 다시 등장할지도 관심이다. 큐텐은 지난해 11번가 지분 인수 협상에 나섰으나 무산된 바 있다. 앞서 티몬과 인터파크쇼핑, 위메프 등을 인수한 큐텐이 국내 시장 규모를 점점 확대하고 있는 만큼 업계서는 큐텐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도 높다고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11번가는 올해를 오픈마켓 흑자 달성 원년으로 삼는 등 목표를 재확인했다. 비효율적인 사업을 정리하고 역직구 서비스 준비, 오픈마켓 강화 등을 통해 수익성 개선에 사활을 걸 전망이다.

11번가 측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오픈마켓 사업의 손익분기점(BEP) 달성으로 흑자전환의 가능성을 봤다. 5~7월 3개월 연속 오픈마켓 EBITDA(상각전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한데 이어, 12월 또다시 오픈마켓 EBITDA 흑자를 기록했다. 11번가는 올해 1분기 내 오픈마켓 사업이 온전한 수익 기조에 들어서고, 연간 흑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안정은 11번가 사장은 올해 초 사내 타운홀 미팅에서 2024년 수익성 강화를 위해 올해 ▲판매자 성장 ▲가격 ▲트래픽 ▲배송 ▲AI 등 5개의 신규 '싱글스레드(Single Thread, 이하 ST)' 조직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먼저 11번가는 2010년부터 진행해 온 '티켓11번가' 서비스를 지난 1일 종료했다. 약 14년간 이어온 서비스를 과감하게 정리한 것이다. 지난해 11월에는 '홈앤카' 서비스를 종료하기도 했다. 같은 달 창립 이래 처음으로 만 35세 이상 직원 중 근속 연수 5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기도 했다. 본격적인 비용 효율화를 취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군살을 빼는 대신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신규 역직구 서비스를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11번가는 구매·판매 약관에 '글로벌11번가' 내용을 새롭게 추가했다. 이와 함께 내달 1일부터는 오픈마켓 사업자를 대상으로 판매수수료와는 별도로 서버 이용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오픈마켓 사업 비중이 높은 11번가 특성상 비효율적인 사업은 정리하고 역직구 서비스, 오픈마켓 자릿세 부과 등을 통해 수익 개선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매각 직전까지 기업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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