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과 옐레나. /KOVO 제공
흥국생명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과 옐레나. /KOVO 제공

[장충=한스경제 이정인 기자] 여자프로배구 흥국생명이 외국인 선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흥국생명은 17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GS칼텍스와 원정경기서 세트 스코어 1-3으로 패했다.

3연승에서 멈춘 흥국생명은 승점 50(18승 6패)으로 2위를 유지했다. 하지만 3위 GS칼텍스(승점 43ㆍ15승 9패)와 격차가 승점 7로 줄었다.

흥국생명은 최근 외국인 공격수 옐레나(27) 때문에 고민이 깊다. 2022년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에서 흥국생명의 선택을 받은 옐레나는 지난 시즌 김연경과 함께 팀 공격을 이끌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기복이 심해 팀 전력에 보탬이 되지 못하고 있다. 18일 현재 501득점(7위), 공격 성공률 39.98%(10위)에 그치고 있다. 외국인 선수 가운데 득점은 2번째로 적고, 공격 성공률은 가장 낮다.

옐레나는 3라운드 들어 경기력이 더 떨어졌다. 페퍼저축은행전(7일)에서 21점을 올렸으나 공격 성공률이 28.33%에 그쳤다. 한국도로공사전(12일)에서는 8득점에 공격 성공률 20%에 머물렀다. GS칼텍스전에서도 12득점에 공격 성공률 37.04%에 그쳤다. 공격 효율은 0%였다. 상대 외국인 선수 실바가 37점(공격 성공률 47.95%)을 몰아치며 맹활약한 것과 대조를 이뤘다.

주포 역할을 해야 할 아포짓 스파이커 옐레나의 부진 때문에 왼쪽 날개 공격수인 김연경의 공격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마르첼로 아본단자(54) 흥국생명 감독은 "김연경이 좋은 해결사지만, 계속 지금처럼 할 수 없다. 분배가 이뤄져야 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아본단자 감독은 GS칼텍스전 후 옐레나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모두 알다시피 옐레나의 경기력이 좋지 않다. 팀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라며 “경기력이 안 좋아도 동료들을 도와줘야 하는데, 태도가 아쉽다. 더 열심히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지적했다.

흥국생명 팬들 사이에선 옐레나의 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 팬은 최근 흥국생명 본사에 항의 메시지를 담은 메시지를 보내는 '시위 트럭'을 통해 옐레나의 교체를 주장하기도 했다.

흥국생명도 옐레나의 반등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대체 외국인 선수를 물색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한국배구연맹(KOVO) 규정에 따르면, 시즌 중 대체 외국인 선수는 직전 트라이아웃에 신청했던 선수 중에서만 영입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옐레나보다 나은 기량을 가진 선수를 찾기 쉽지 않고, 적임자를 찾아도 원소속팀에 이적료 등을 지급해야 하는 등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아본단자 감독은 "다른 나라 리그는 경기력이 안 좋은 선수가 있다면 교체하거나 벤치 내부의 경쟁을 통해 개선되는데, 이곳은 외국인 선수가 한 명이고 자유 계약 시장이 아니라 한계가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럼에도 흥국생명과 옐레나의 불편한 동거는 조만간 막을 내릴 분위기다. 흥국생명은 후반기 시작 전까지 대체 외국인 선수 영입을 마칠 전망이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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