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IRP·ISA 등, 세제혜택계좌 가입률 높여야...혜택 상향 등도 필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면서 노후 버팀목이라 할 수 있는 퇴직연금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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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박종훈 기자] 공적연금만으로 안정적인 노후를 준비하는 것은 어렵다. 따라서 전 세계 많은 국가들이 개인의 자발적인 퇴직자산 축적을 돕기 위해 임의가입 세제혜택계좌를 운영하고 있다.

세제혜택계좌는 다양한 금융상품을 편입할 수 있는 저축계좌다. 일정 조건이 충족되면 세제혜택이 주어진다. 우리나라에서도 연금저축계좌·개인형퇴직연금(IRP)·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이 운영되고 있다.

연금저축계좌와 IRP는 연금계좌다. 세제혜택 및 저축한도 등이 통합 관리된다. 세제혜택은 저축액 중 일부에 대한 세액공제와 계좌 운용수익 과세이연이 핵심이다. 연금으로 인출하면 저율과세하는 구조다. 세제혜택을 받은 금액을 중도인출하면 정상과세된다. 또한 연금계좌란 특성에 따라 위험성이 높은 자산 편입은 일부 규제된다.

ISA는 연금계좌들과 달리 세제혜택은 적은데, 반면 편입가능 상품 폭은 더 넓고 만기가 짧다. 만기 때 연금계좌로 이전하면 세액공제 혜택도 주어지는 등, 가입자들이 유연하게 계좌를 운영할 수 있다.

세 가지 중 연금저축계좌가 지난 1994년부터 도입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개 세제혜택계좌 합산 적립액은 빠르게 증가했다. 2021년 말 기준으로 220조원을 넘어섰다. 당시 DB형과 DC형을 합해 의무가입 퇴직연금 적립액이 249조원이었다. 자율적인 선택으로 만드는 세제혜택계좌 적립액이 여기에 근접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10년 사이 적립액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 이는 IRP와 ISA 도입 등이 영향을 미친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 연식이 오래된 연금저축계좌 적립액이 가장 크지만, IRP와 ISA 적립액도 꾸준히 늘고 있다.

이처럼 적립액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가입률 자체는 낮은 편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의 김재칠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30년 연식을 가진 연금저축계좌도 2021년 기준 가입률이 13.3%에 불과하다. 이는 계좌별로 공시된 가입자 수를 인구 수로 나눈 것이다.

이는 미국 IRAs 등, 선진국의 유사한 임의가입 세제혜택 저축에 비해 현저하게 낮다. 미국 IRAs는 2022년 기준 41.9%, 영국의 ISA는 2021년 기준 40.5%의 가입률이다.

그 원인은 뭐라 딱 잘라 설명하기 어렵다. 실제로 이런 세제혜택계좌 가입은 소득 수준을 비롯한 다양한 원인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또한 세제혜택 자체가 부족한 수준이라 가입률이 저조한 것일 수도 있다. 2018년 OECD 추정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금저축계좌의 세제혜택 수준은 비교 대상국 중 가장 낮은 그룹에 속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총 기여금의 현재가치 대비 총 세금 축소액의 현재가치 비율로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연금저축계좌는 약 18% 내외다. 비교대상 OECD 36개국 중 28위 수준이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또한 계좌 운영과 관리의 유연성이 떨어지는 것도 연금저축계좌 가입에 제약 요인이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노후자산을 활용돼야 한다는 기본 전제 때문에 연금저축계좌는 가격 변동성이 큰 주식 직접투자가 불가능하고 적립금 중도인출에 대해서도 제약이 크다.

현재 연금저축계좌의 전신인 舊개인연금저축은 2000년까지 판매됐는데, 편입가능 자산이 매우 제한적이었다.

세제헤택계좌 중 가장 뒤늦게 도입된 것은 ISA다. 2016년 도입됐지만, 가입률은 이미 IRP를 넘어서고 있으며, 특히 젊은 연령대가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재칠 선임연구위원이 금융감독원과 통계청, 금융투자협회 등의 자료를 기반으로 비교해 본 결과 20~29세 연령대의 경우 ISA 가입률이 3대 세제혜택계좌 중 가장 높다. 연금저축계좌나 IRP는 가입률이 50대에서 가장 높다. 

ISA는 납입금에 대한 세액공제가 없고 운용수익금에 대해서도 일부 과세된다. ISA 운용수익은 손익통산 후 200만원이 공제되고, 나머지 이익에 대해선 9.9% 저율로 분리과세된다. 만기인출시 추가과세는 없다. 이처럼 연금저축계좌나 IRP에 비해 세제혜택 규모가 작다고 평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 층을 중심으로 ISA 가입률이 빠르게 늘고 있으며 선호도가 높은 것은 편입가능 금융자산의 폭이 넓고, 유동성 제약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2013년까지는 연금계좌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이 2014년부터 세액공제로 전환된 것 역시 가입률이 미흡한 것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여진다. 김 선임연구위원이 가계 미시자료를 활용해 2012년과 2019년의 연금저축계좌 가입률을 소득분위별로 측정한 결과, 모든 소득분위에서 가입률이 큰 폭으로 떨어졌음이 확인됐다. 전체 가구 기준 연금저축계좌 가입률도 2012년 24.1%에서 2019년 14.9%로 하락했다.

특히 소득이 낮은 그룹일수록 가입률은 더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한국은행 국민소득통계와 함께 살펴보면, 이 기간 중 가계 총 저축률은 상승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세제혜택계좌 가입률 하락은 소득이나 저축 하락의 영향과 연결 짓기는 어렵다.

정부가 세액공제 방식으로 전환한 것은 저소득층의 상대적 혜택 증가와 가입률 제고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실 양상을 다르게 나타났다. 요컨대 세액공제 전환은 연금저축계좌 가입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국가들이 임의가입 세제혜택계좌를 운영하는 이유는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의무가입 공적연금이나 퇴직연금만으로는 개인이 충분한 노후 퇴직자산을 축적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취지로 도입한 제도이니 그 효용성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즉 미흡한 가입률을 어떻게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김재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세제혜택 수준을 가입유인이 될 수 있을 정도로 올리는 한편, 세제혜택계좌 중 연금계좌의 운용 및 관리에 있어서 유연성을 보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세졔혜택 수준 향상과 관련해 연금저축계좌와 IRP 같은 연금계좌에 대해선 세액공제를 소득공제 방식으로 재전환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연금계좌 세제혜택 방식을 세액공제로 바꾼 것은 저소득층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세제혜택을 부여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저소득층 상당 수는 과세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결국 저소득층의 세제혜택계좌 가입 유도를 위해서는 직접적 지원이 불가피하다.

본인 기여금에 대해 정부가 매칭 기여해주는 방식 등을 검토해 볼 수 있을 텐데, 이런 방식의 효율성에 대해선 OECD도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연금계좌 등 세제혜택게좌는 근로소득이 발생하기 시작하는 시점부터 가입하면 그 효과가 극대화된다. 그러나 앞서 연령대별 가입률 현황 등을 언급했던 것처럼, 30대 미만의 세제혜택계좌 가입률은 극히 낮다. 왜냐하면 자산운용에 규제가 크기 때문이다. 연금저축계좌나 IRP에선 주식 직접투자가 불가능하고, IRP의 경우 예금 등 안전자산을 적립액의 30% 이상 유지해야 한다.

국내 상장주식에 대한 직접투자가 가능한 ISA가 20대 가입률이 여타 상품에 비해 가장 높다는 점을 주목하면 된다.

유연성 확대를 위해선 △주식 직접투자를 적립액 일정 수준까지 허용하는 것 △안전자산 의무 보유 규정의 삭제 △인출 제약 완화 등의 방안을 강구해볼 수 있다. 물론 연금계좌의 특성상 가입자들은 퇴직 시점까지 인출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게 정책적 효과로서 바람직하지만, 애초에 이런 규제들로 인해 가입 자체가 안 되고 한다면 정책의 의미 자체가 없는 것이 된다.

생애주기 차원에서 생각할 때 젊은 세대들의 경우, 거주비용과 관련한 유동성의 수요가 높다는 점도 세제혜택계좌를 기피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세액공제 받은 자기부담금 및 운용수익 중도인출시 3.3~5.5% 저율 연금소득세가 적용되는 법적 사유에 무주택자의 주택구입이나 전세보증금 항목을 포함시키는 것도 고려해 볼만 하다. 현재는 무주택자의 주택구입과 전세보증금 목적의 중도인출은 16.5%의 기타소득세가 적용된다.

세제혜택계좌 개설과 관리를 담당하는 금융회사들 또한 자산관리와 자산운용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 미래의 연금소득 창출을 위해 적립하는 계좌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금융상품에 비해 장기적인 시각으로 자산을 배분하고 운용해야 한다. 자산배분, 상품 선택, 리밸런싱 등 개인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 제공이 시급하다. 최근 AI 기술에 기반해 서비스 비용 절감도 가능해지고 있으므로, 소액 투자자들에게도 이와 같은 개인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 제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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