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이사회 내 여성 임원 비중도 15% 넘겨...법개정 이후 급증하다 둔화세

[한스경제=박종훈 기자] 지난해 매출 100대 기업의 여성 사외이사 수가 처음으로 100명을 넘어섰다. 전체 사외이사 중 여성 비중도 지속 높아지고 있지만, 법 준수 차원에서 최소 인원을 확보한 수준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대표이사 김혜양)는 ‘2023년 기준 국내 100대 기업 사외이사 현황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100대 기업 전체 사외이사 인원은 452명이며, 이중 여성 임원은 107명이었다.

100대 기업의 여성 사외이사 수는 지난 2020년 35명(7.9%)에서 2021년 67명(15%), 2022년 94명(21%) 등 지속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100명을 돌파하며 전체 사외이사 중 23.7% 수준까지 증가했다.

여성 사외이사가 없는 기업 중 6곳은 여성 사내이사가 활약하고 있었다. 이를 포함해 100대 기업 중 여성이 사내이사든 사외이사든, 이사회에 한 명이라도 진출해 있는 기업은 94곳이었다. 2022년 86곳에 비해 1년 사이 8개 기업이 늘었다.

이와 같은 변화의 배경엔 자본시장법 개정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자산 2조원이 넘는 기업에서 이사회를 구성할 때 특정 성별로만 채워서는 안된다는 관련 규정이 2022년 8월부터 본격 시행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당 법규정을 어긴다고 해서 별도의 제재 조항이 없고, 중도에 여성 사외이사가 사임하거나 주주총회에 맞춰 적절한 여성 사외이사 인재를 찾지 못한 기업도 있을 수 있다.

지난해 파악된 100대 기업 전체 사외이사 452명은 출생년도로 구분하면 1960년~1964년생이 137명(30.3%)으로 가장 많았다. 1955년~1959년생은 114명(25.2%)으로 뒤를 잇는다.

단일 출생년도로 보면 1958년생과 1961년생이 각각 31명이었다.

1970년생 이후는 70명(15.5%)인데, 이중 MZ세대 문턱에 들어가는 1980년생 이후는 6명(1.3%)이다. 이들은 모두 여성으로 

△한화손해보험 김정연(1980년) △한화오션 현낙희(1980년) △BGF리테일 최자원(1981년) △롯데쇼핑 전미영(1981년) △HL만도 박선영(1982년) △E1 박소라(1983년) 사외이사 등이다.

100대 기업의 107명 여성 사외이사만 따로 떼어 살펴보면 1966년생과 1967년생이 각각 9명씩이다. 1966년생은 △한국전력공사 김재신 △삼성중공업 조현욱 △SK가스 전현정 사외이사가 포함됐고, 1967년생은 △삼성전자 유명희 △현대모비스 강진아 △LG이노텍 이희정 사외이사 등이다.

동일인이 100대 기업 중 두 곳 이상에서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여성 인재도 6명이다. 이는 △김태진(SK이노베이션, 현대해상) △신미남(S-Oil, LG에너지솔루션) △여미숙(CJ대한통운, LG에너지솔루션) △조승아(삼성SDS, KT) △조화순(기아, LG화학) △최혜리(롯데하이마트, 삼성증권) 사외이사 등이다.

지난해 전체 100대 기업 사외이사를 주요 경력별로 구분하면 대학 총장이나 교수 등 학계 출신이 44.2%로 가장 많다. CEO나 임원 등 재계 출신은 25.9%이다. 국세청,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지자체 등에서 재직한 행정관료 출신은 15.9% 수준이다. 판·검사나 변호사 등 법조계 출신은 12.2%다.

전반적으로 2022년과 비교하자면 CEO와 임원 등 재계 출신은 3.4%p 증가한 반면, 행정관료 출신은 3.1%p 줄어 대조적이다. 이런 배경은 기업의 생리를 상대적으로 더 잘 아는 재계 임원 출신을 사외이사로 영입하려는 경향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특히 100대 기업 중 여성 사외이사만 떼어서 보면 학계 출신이 52.3%로 더욱 비중이 높다. 재계(26.2%)와 법조계(18.7%)가 그  뒤를 잇고 있다. 2022년과 비교하면 학계 출신 비중이 7.7%p 높아진 반면, 법조계는 5.8%p 감소했다.

또한 국내 100대 기업 사외이사 중 장·차관급 고위 관료 출신은 35명이었다. 이중 여성 사외이사만 보면 △유영숙 前 환경부장관(포스코홀딩스 사외이사) △정현옥 前 고용노동부 차관(풍산) △이인실 前 통계청장(한화생명)이 포함됐다.

지난해 3분기 보고서 기준 100대 기업 중 여성 사외이사가 가장 많은 곳은 SK이노베이션이다. 모두 6명의 사외이사 중 △김주연(1967년) △이복희(1967년) △김태진(1972년) 등 절반인 3명이 여성이다. 이중 김주연 사외이사는 P&G 한국·일본지역 부회장 출신이고, 이복희 사외이사는 듀폰코리아 대표이사 등을 역임한 바 있다. 김태진 사외이사는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을 제외하고 100대 기업 내 여성 사외이사가 2명 이상 활약하는 기업은 18곳으로 파악됐다. 여기에는 △삼성전자 △현대차 △SK하이닉스 △기아 △LG디스플레이 △S-Oil △한국가스공사 △LG화학 △삼성화재 △SK텔레콤 △삼성SDI △롯데쇼핑 △LG에너지솔루션 △대우건설 △삼성전기 △금호석유화학 △아모레퍼시픽 △SK(주)가 속했다. 

이중 한국가스공사 CEO는 여성인 최연혜 사장이어서 이사회에 참여하는 여성 이사만 모두 3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 네이버는 여성 사내이사만 2명 활약 중이고, LG생활건강은 여성 사내이사와 사외이사가 각각 1명씩 활동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100대 기업 이사회에서 여성이 2명 이상되는 기업은 21곳에 불과했고, 나머지 기업은 여성 이사 1명만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좀 더 범위를 넓혀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100대 기업에서 전체 이사회에 이름을 올린 등기임원은 모두 728명이다. 이중 여성 사내이사 9명을 합쳐, 100대 기업 이사회에서 활약하는 여성은 모두 116명이다. 특히 △호텔신라 이부진 △LG생활건강 이정애 △네이버 최수연 △한국가스공사 최연혜 대표이사가 100대 기업 CEO급에 해당된다.

이처럼 100대 기업 이사회에서 여성의 비중은 15.9%까지 올라왔다. 이는 2020년 5.2% 수준과 비교하면 빠른 변화다. 이후 2021년 9.2%, 2022년 13.7% 등 지속 증가 추세다.

한편 이번 조사와 관련해 유니코써치 김혜양 대표는 “100대 기업 중 상당수는 최소한의 법 규정만 충족하기 위해 여성 이사 1명 정도만 이사회에서 활약하는 곳이 많다”며 “이러한 흐름이 이어질 경우 2024년 올해 여성 사외이사 증가 속도는 다소 더뎌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2020년 이후 100대 기업 여성 사외이사 증가율은 다소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아직까지 법규정에 최소한 충족하는 수준에서 여성을 이사회에 진출시켜 놓은 기업이 많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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