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리스크 관리하며 시장 연착륙…돌려막기식 산업 구조가 큰 부담
/이보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이보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한스경제=박종훈 기자] 2022년 말, 춘천 레고랜드 사태를 시발로, 지난해 새마을금고의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 지난해 말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사태에 이르기까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감독 당국도 이에 대해 바짝 고삐를 죄고 있다. 지난 5일 2024년 금융감독원 업무계획 기자간담회에서도 “예상 손실을 100% 인식하라”고 주문하는가 하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시장퇴출”도 불사하겠다며 표현의 강도를 높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나라 부동산 개발은 실제 사업 추진은 물론, 자금조달 레벨부터 불필요한 절차와 단계에 매몰돼 있다. 어느 한 구석의 톱니바퀴가 제대로 돌지 않을 경우 개발 중단의 위험이 커진다. 상대적으로 상황이 양호한 기업이나 사업장까지 리스크가 전이되는 구조다.

사실 그동안 나타난 몇 차례 계기 때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우선 덮어두고 가려두는 미봉책에 급급했던 게 현실이다.

부동산개발은 △토지매입과 인허가 단계 △개발과 분양이 시작되는 시공 및 공사 단계 △준공 후 단계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일정 요건만 충족하면 부동산개발업자로 등록해 부동산개발에 참여할 수 있다. 건축물의 연면적 2000㎡ 또는 연간 5000㎡ 이상이거나, 토지의 면적이 3000㎡ 또는 연간 1만㎡ 규모 이상의 부동산개발의 경우는 자본금이 법인 3억원, 개인 6억원을 갖추면 등록할 수 있다. 2022년말 기준으로 2715개 업자가 등록돼 있으며 미등록 개발업자까지 포함하면 6만여 개에 달한다.

그런데 이들 부동산개발업자가 부동산개발의 총사업자금 중 5%에서 10% 수준의 적은 자본금만 가지고 토지매입을 시도한다. 가령 대표적인 거주용 부동산인 아파트개발사업은 시행사가 총사업자금의 10% 정도를 출자해 초기사업비와 토지매입금의 일부로 사용한다. 나머지 70%에서 90% 이상의 토지매입 금액은 금융기관의 브릿지론으로 조달한다. 

이처럼 시행사나 시행사가 설립하는 SPC의 초기 자금력 부족으로 인해, 건설단계에서 조달한 본 PF 자금은 토지매입 금액을 상환하는 데 쓴다. 본 PF가 건설자금으로만 쓰이는 게 아니라, 브릿지론의 상환재원으로 연결돼 있다. 당연히 본 PF 단계의 자금조달 부담이 크고, 유사 시 각 대출기관이나 투자자간의 리스크 전이 우려도 크다.

여타의 산업과 비교할 때 부동산개발은 전혀 이해가 안 되는 구조인 것은, 수(受)분양자의 자금으로 사업비를 충당하는 게 일반적이라는 점이다. 아파트개발처럼 대규모 주거용 부동산개발은 보통 착공 직후 선분양이 이뤄진다. 이때 분양을 받은 이들의 계약금과 중도금대출 상당 부분이 사업비로 사용된다. 이런 이유로 수분양자는 토지 및 건물의 담보권에 있어서 대주단과 우선순위가 비슷해진다.

그런데 주택분양의 이행 또는 납부한 계약금과 중도금의 환금을 책임지기 위해 30가구 이상의 주택을 선분양할 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을 의무적으로 요구한다. 즉 수분양자 보호를 위한 조치다. 따라서 대주단은 유사 시 보증기관에 담보물의 소유권을 이전해야 하는 등 온전한 담보권 확보가 어렵다.

그동안 우리나라 부동산(아파트)시장의 가격상승 시기를 떠올려보면 당연히 수분양자는 분양권 취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크다. 분양권 취득 시 얻을 수 있는 프리미엄이 적다면, 주택가격 하락이 예상된다면 수분양자가 줄어들어 사업비 조달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친게 된다. 때문에 미분양 비율이 너무 높은 경우 공사가 중단되기도 한다.

기업의 비즈니스나 개인의 일상사나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식의 미봉책은 그 한계가 역력하다. 부동산개발에 있어서 그 시작인 토지매입 비용의 상환부터 수분양자 자금의 사업비 전용 등, 돌려막기 행태가 하나 둘이 아니다. 당연히 본 PF 대주단은 토지나 건물 등에 대한 온전한 담보권 확보가 어려운 만큼, 신용보강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애초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이라는 건 미래의 불확실한 가능성에 대한 펀딩이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러한 신용보강의 주체가 다양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시공사 의존도가 높다는 게 우리나라 부동산개발의 큰 특징이다. 브릿지론이나 PF의 대주단은 시공사의 신용등급, 시공능력평가순위 등을 토대로 대출 여부를 결정하고 시공사의 책임준공이나 조건부 채무인수 등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유동화증권 발행 시에도 유동화증권의 신용등급이 신용사의 신용등급과 연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증권사가 제공하는 매입보증 등은 시행주체나 시공사의 신용등급 하락시 의무가 면책되는 구조인 경우가 많다.

그나마 과거 2011년 저축은행 사태를 겪으며 신용보강과 관련한 내용이 개선됐다. 저축은행 사태는 부동산 PF에 투자한 저축은행이 부실화되며, 삼화저축은행을 시작으로 2년 동안 24개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뱅크런 등을 겪었던 것이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부동산시장 침체와 건설업 불황의 끝에 발생했던 사태다. 이후 규제가 강화돼 저축은행의 경우 타 업권과 달리 PF 대출 실행 시 시행사에 자기자본 20%를 요구하며, 건별 대출한도를 100억원으로 제한한다.

그러나 당시의 조처는 ‘돌려막기’ 식인 부동산개발 사업의 근본적인 문제를 수술하지는 못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2023년 3분기 기준으로 부동산 PF 전체 규모는 약 134조원에 달한다. 브릿지론이 30조원, 본 PF가 104조원 규모다. 금융권 전반의 PF 대출 연체율은 2022년 말 1.19%인데, 2023년 3분기 말에는 2.42%로 상승했다. 그런데 같은 기간 저축은행 PF 연체율은 2.05%에서 5.56%로 급상승했다.

금융감독 당국의 '예상 손실을 100% 인식'하라는 요구는 이에 대비한 충당금 설정을 충분히 하라는 것임과 동시에 사업성이 낮아 손실로 인식된 PF 사업장의 토지 경매나 공매 등을 원활하게 돌리겠다는 복안이다. 앞서 부동산개발 사업의 개략적 구조에서 언급한 것처럼 경매나 공매를 통해 낮은 가격으로 토지 매입이 가능해진다면 부동산 시장의 리스크를 연착륙시킬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그러나 결국 금융권을 중심으로 사업자금의 대출이 막힌다면 토지매입가가 낮아지는 것과 무관하게 다시 사업전반의 톱니바퀴가 어긋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손실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충당금 대비까지 충실히 하고자 한다면 부동산 PF에 유동성을 공급하긴 어려워진다.

한국금융연구원 이보미 연구위원은 “현재 건설사의 신용도, PF 관련 우발채무 및 신용보강 기관 등을 고려할 때 현재의 위험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겪었던 건설업 불황 및 저축은행 사태에 견줄만한 수준이라고는 보이지 않으며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판단된다”고 말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건설업 불황을 겪으며 3년내 신용등급이 있는 건설사 중 회사채와 CP의 등급이 투자부적격인 기업은 약 40%에서 그 이상에 달했다고 한다. 그에 반해 현재는 회사채 19%, CP 2% 수준이다. 또한 이전과 달리 유동화증권 발행과 관련한 신용보강을 주로 증권사가 제공하는데, 일반적으로 증권사가 불황기의 건설사에 비해 위험관리 능력이 뛰어나고 자본여력도 크기에 과거와 같은 PF발 위험의 확산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정부 차원의 최근 상황에 대한 대책에 대해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부동산 PF 부실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줄이는 차원에서, 상대적으로 양호한 사업장이나 기업까지 자금경색으로 인한 위험이 전이되지 않도록 적시에 유동성 등을 공급할 필요가 있다. 그런가하면 이런 지원이 부동산 활황기에도 무리한 확장을 하지 않고 위험관리에 힘쓴 기업에 상대적인 불이익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평가와 시장원리에 기반한 지원이 필요하다. 지원이 필요할 수 있지만, 업계의 모럴헤저드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단 의미다.

앞서 언급한 우리나라 부동산개발 및 시장에 대한 근본적인 ‘이상함’은 단기적으로 구조개선이 어려울 수 있다. 결국 시장참여자들이 오랜 기간 부동산 가격 상승을 주로 경험해 왔다는 점 때문이다. 달리 대한민국이 ‘부동산(아파트) 공화국’이겠는가. 이에 대해 이 연구위원은 “정책 당국은 시장참여자들의 인센티브를 잘 이해하고 믿음과 행태를 바꾸는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PF 시장구조를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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