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세계식량가격지수 하락세 지속
곡물 유지류 가격 '뚝'
원재료값 하락에도 식료품 물가 고공행진
지난 28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28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연합뉴스.

[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식품의 주요 원재료인 국제 곡물가격이 절반 가량 떨어졌으나 식료품 판매 가격은 여전히 높아 소비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원재료 가격이 급등할 때와 달리 가격 하락에는 제품 가격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지난해 12월 119.1에서 올해 1월 118.0으로 1.1포인트 하락했다. 이 지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인 2022년 3월 역대 최고치인 159.7을 기록한 뒤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수를 구성하는 5개 품목(곡물·유지류·육류·유제품·설탕) 가운데 곡물과 유지류 가격이 크게 떨어져서다. 곡물과 유지류 가격지수는 2022년 고점 대비 각각 25%, 30% 내려 글로벌 식료품 원가 하락을 이끌었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곡물가격지수도 2022년 중순 730선을 훌쩍 웃돌았다가 현재는 390선으로 하락했다.

개별 품목별로는 곡물가 하락세가 더 뚜렷하게 드러났다. 시카고상품거래소(CBOT) 선물 시장의 밀의 1부셸(27.2㎏)당 가격은 2월 평균 5.84달러다. 지난 2022년 5월 11.46달러의 절반 수준이다. 같은 기간 옥수수 가격도 부셸당 7.84달러에서 4.27달러로 45.5% 떨어졌다. 2022년 3월 부셸당 16.73달러로 치솟은 대두 가격도 지난달 11.74달러로 29.8% 감소했다.

원재료 가격은 하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의 체감 물가는 높다. 식료품 물가가 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곰표 밀가루 중력다목적용(이하 100g)은 지난달 198원으로, 2022년 5월 154원보다 44원 올랐다. 백설 소면은 353원에서 379원으로, 옛날국수 소면은 405원에서 452원이다. 각각 26원, 47원 오른 금액이다.

식용유 가격도 마찬가지다. 오뚜기 콩기름 100ml는 552원에서 673원으로, 해표 맑고 신선한 식용유는 493원에서 556원으로 상승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식료품 물가는 1년 전보다 6% 상승했다. 이는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 폭(2.8%)의 두 배를 뛰어넘는 수치다. 식료품 물가는 넉달째 6%대 오름세를 이어갔다. 작황 부진으로 크게 오른 과일과 채소 가격뿐 아니라 전반적인 식료품 물가가 잡히지 않는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내려간 원재료값으로 식품업체들의 영업이익은 오르며 수익성이 개선됐다. 해외 수출 성과 등 영향도 있지만 원재료 가격 부담이 낮아지며 수익 개선에 도움이 됐다는 관측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원가 하락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는 어렵다는 목소리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곡물가가 내렸다고 해서 당장 제품 가격을 내리긴 힘들다. 전기요금을 비롯한 물류 비용 등 전반적인 비용이 모두 올랐다”라며 “식품기업이 영업이익을 많이 낸 건 이전에 단행한 가격인상 효과도 있지만 외식 물가 상승으로 인한 가공식품 수요가 크게 증가했고 해외에서 거둔 성과 영향이 크다”라고 말했다.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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