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 회장, 정용진 신세계 회장 / 각사 제공 
신동빈 롯데 회장, 정용진 신세계 회장 / 각사 제공 

[한스경제=이수민 기자] 국내 유통 시장을 평정한 쿠팡에 맞서 롯데와 신세계가 돌파구를 찾는다. 

신세계그룹은 정용진 회장을 필두로 '새로운 리더십'을, 롯데그룹은 전 계열사 'AI 체계'를 재정비했다. 급변하는 시장 환경을 대비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본격적인 대비책 마련에 나섰다.

올해 국내 유통시장은 큰 변화를 맞이했다. 쿠팡이 지난해 연매출 31조8298억원을 기록하며 국내 유통업계 1위로 올라섰다. 연간 영업이익은 6174억원으로 첫 영업흑자를 냈다. 같은 기간 연매출 29조4722억원을 기록한 이마트는 쿠팡에 처음 1위 자리를 내줬다. 롯데쇼핑 연매출은 14조5559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마트는 1위 자리를 내줌과 동시에 사상 첫 적자를 안으며 부침을 겪었다. 이마트 측은 영업손실 주요인을 신세계건설의 실적 부진으로 꼽았지만, 사업부 또한 영업이익 감소로 큰 힘을 내지 못했다. 

그룹 내 위기감을 느낀 신세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사실상 비상경영을 펼쳐왔다. 신세계는 지난 9월 정기 임원인사에서 전체 최고경영자(CEO) 40%를 교체하는 물갈이 인사를 단행했다. 이어 정용진 부회장은 그해 연말 경영전략실을 기능 중심의 컨트롤타워로 개편하고 대대적 혁신을 주문했다. 올해 초에는 신년사를 통해 "조직은 성과를 내기 위해 존재하고 기업은 수익을 내야 지속가능할 수 있다는 명제를 다시 한번 바로 세워야 한다"며 성과주의 경영을 최우선 과제로 내걸었다. 

신세계그룹 제공 
신세계그룹 제공 

지난 8일에는 정용진 부회장이 그룹 회장으로 약 18년만에 승진했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인사에 대해 정용진 회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을 '정면돌파'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그룹은 "녹록지 않은 시장 환경 속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혁신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최고의 고객 만족을 선사하는 '1등 기업'으로 다시 한 번 퀀텀 점프하기 위해 이번 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정용진 신임 회장 승진의 의미는 가볍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 '1등 유통 기업'의 자리에 머물지 않고 한 단계 더 도약할 기로에 서 있는 신세계그룹이 정 신임 회장에게 부여한 역할은 막중하다.

날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유통 시장은 과거보다 훨씬 다양한 위기 요인이 쏟아지고 있다. 그만큼 강력한 리더십이 더욱 필요해졌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롯데지주 제공
롯데지주 제공

롯데그룹 또한 위기를 넘어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일찍이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AI 트랜스포메이션(변화)'를 주문해왔다. 

신 회장은 지난해 하반기 사장단 회의에서 처음 공개적으로 AI를 언급한 이후, 올해 신년사를 통해 "이미 확보된 AI 기술을 활용해 업무 전반에 AI 수용성을 높이고 생성형 AI를 비롯한 다양한 부문에 기술 투자를 강화해 달라"고 주문했다. 

롯데지주는 지난해 9월부터 ESG경영혁신실 산하에 AI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계열사별로 수행할 과제를 발굴하고 있다. AI TF는 롯데정보통신과 아이멤버 커스텀 챗봇의 기술 고도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유통군에서도 작년 11월 자체 AI TF를 구성하고 쇼핑에 특화된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달 생성형 AI를 활용한 프로그램 개발을 염두에 두고 지난달 '라일락(LaiLAC-Lotte ai Lab Alliances&Creators)' 상표를 출원했다. 라일락은 생성형 AI 추진체로 지난해 9월 롯데쇼핑이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이후 첫 결과물이다. 

지난 7일 롯데월드타워에서 'AI+X 시대를 준비하는 롯데'를 주제로 전 계열사 대상의 'AI 컨퍼런스'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날 AI 컨퍼런스에는 신동빈 롯데 회장을 비롯해 각 사업군 총괄대표, 롯데지주 실장, 전 계열사 CEO와 CSO 약 110명이 참석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AI의 활용범위를 단순히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수단을 넘어 혁신의 관점에서 각 핵심사업의 경쟁력과 실행력을 높이는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며 "이를 위해서는 CEO가 먼저 AI를 제대로 이해하고 비즈니스에 적용하겠다는 의지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이번 AI 컨퍼런스를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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