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경제성장에 따라 시장 성장 가능성 커
아세안 10개국 /코트라
아세안 10개국 /코트라

[한스경제=박종훈 기자] 포화시장, 경쟁과열이라고 묘사되는 보험업계의 신성장 가능성으로 이웃 아시아국가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는 비단 보험업만이 아니라, 금융업권 전반에서 글로벌 진출은 주요 전략이 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상황이 그러한 것처럼 금융산업은 어느 국가나 나라 차원의 규제가 심한 게 사실이다.

여하한의 어려움을 차치하더라도 우선 아시아 시장, 특히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소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시장은 매력적인 해외 진출의 교두보로 여겨지고 있다.

과거 1950년대만 해도 전 세계 중산층의 90%는 유럽과 북미에 거주했다. 2015년 30억명 수준인 전 세계 중산층 인구는 2022년 40억명에 이르렀다고 추정되는데, 이처럼 늘어난 10억명의 대다수는 아시아에서 나온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인도와 중국이다. 그러나 이들 양국을 제외해도 아세안 시장은 넓다. 가령 아세안의 인구 규모는 인도의 절반에 불과하지만, GDP는 인도의 1.3배다. 또한 연평균 5%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지역이란 점도 주목할 만하다.

말레이시아·태국·인도네시아·필리핀·베트남 등, '아세안5'는 전체 아세안지역 인구의 87%, GDP의 83.4%를 차지하고 있는 등,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의 가장 매력적인 시장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 금융권, 그 중에서도 보험업권에선 특히 아세안 지역 해외 진출이 가장 활발하다. 모두 14개사가 해당 지역에 진출해 있다.

지난 2월 보험개발원(원장 허창원)이 필리핀·말레이시아·태국 등, 아세안 3개국 보험정책당국 등의 유관기관을 방문해 각국 보험산업 발전을 위한 MOU를 체결한 점은 이와 같은 추세를 잘 보여주고 있다. 각 기관은 상호 이익과 보험산업 발전을 증진시킬 수 있다는 점에 공감하고 협력 방안을 구체화하자고 합의했다고 한다.

보험개발원은 보험산업 태동기에 있는 동남아 시장에 보험요율 산출 및 통계 관리시스템 구축 등의 각종 인프라 설계를 지원하며 한국의 성장모델을 전파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위험평가를 위한 통계관리 ▲가격산출 기법 선진화 ▲상호 교류 ▲연수 등의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겠다. 각국의 보험산업 발전 단계에 맞춰 맞춤형 협력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필리핀 보험감독위원회(IC, Insurance Commission)의 경우 "보험개발원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한국 보험산업의 선진 인프라와 시스템 등 베스트 프랙티스를 배우기를 희망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보험개발원은 필리핀 IC에 가격산출 기법, 보험 상품 신고시 위험률 확인 프로세스 등 요율·계리 분야 연수를 실시하고 통계집적 및 관리 방안과 함께 향후 정보활용을 통한 IT 인프라 구축도 지원할 예정이다.

말레이시아 보험서비스기관(ISM, nsurance Services Malaysia Berhad) 대표도 "우리의 화두는 보험산업의 디지털 전환이며, 이를 위해 보험개발원의 경험을 벤치마킹하겠다"고 언급했다. 특히 AI를 활용해 보상업무를 효율화하고 사업비를 절감하는 보험개발원의 'AOS 알파 시스템'에 대한 기술 굥유로 자국 내 응용 가능성을 탐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AI를 이용해 사고 차량 사진을 기반으로 손상 부위 판독을 통해 수리비 견적을 자동으로 산출하는 시스템이다.

태국의 보험요율산출기관(IPRB, Insurance Premium Rating Bureau) 회장은 "태국은 태풍, 홍수 등의 자연재해 피해가 큰 나라로, 자연재해보험의 제도 운영과 상품개발을 20년 이상 주도해 온 보험개발원의 지식 공유가 필요하다"며 "보험 제도의 설계, 요율산출, 리스크 평가 모델 개발 등 한국의 정책성보험 제도 운영의 한 축을 담당하는 보험개발원의 운영 경험을 전수받겠다"고 전했다.

한편 보험개발원은 앞서 지난해 12월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OJK)과 MOU를 체결한 바 있으며, 올해 상반기 베트남과도 추가 협력을 예정하는 등 아세안 각국에 대한 협력을 지속할 예정이다.

참고로 보험개발원이 최근 집중했던 필리핀과 말레이시아, 태국은 세부적인 주요 현황도 눈여겨 볼만 하다.

인구 규모가 가장 큰 국가는 필리핀으로 1억 1105만명에 달한다. 태국이 6995만명말레이시아가 3276만명 규모다. 3국의 경제성장률은 각각 5.9%·2.5%·4.0%이다.

수입보험료를 총 인구로 나눈 값이 보험밀도인데, 필리핀이 미화 67달러, 말레이시아가 592달러, 태국이 369달러이다. 우리나라는 3541달러이며, 세계 평균은 853달러다.

또한 수입보험료를 명목GDP로 나눈 값이 보험침투율인데, 세계 평균은 6.8%이지만 우리나라는 11.1%에 달한다. 그에 반해 필리핀은 1.9%, 말레이시아가 5.0%, 태국이 5.3%에 불과하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의 연간 수입보험료는 1823억달러, 한화로 약 247조원 규모인데 반해, 이들 아세안 3국은 연간 300억달러를 넘는 시장이 없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가령 필리핀은 생·손보 합해 77억 1800만달러, 말레이시아가 201억 1500만달러, 태국이 252억 2700만달러 규모의 시장이다. 수치로만 봐도 아세안 국가들은 보험업 시장의 블루오션이라고 말할 수 있다.

국내 보험사들 중 눈에 띄는 글로벌 행보를 보이고 있는 곳은 DB손해보험이다. 일찌감치 베트남을 아세안 시장의 교두보로 점찍은 DB손보는 지난해 2월과 6월 손해보험시장 점유율 10위인 VNI(Vietnam National Aviation Insurance)와 9위인 BSH(Saigon-Hanoi Insurance)의 지분 인수계약 체결을 진행했으며 올해 초 최종 계약을 마무리했다.

DB손보가 지분을 인수한 양사는 모두 지난 2008년 설립됐다. VNI는 총자산 2019억원, 연매출 1519억원 규모며 현지 시장점유율은 4.05%이다. BSH는 총자산 1978억원에 연매출 1653억원이며, 시장점유율은 4.41%다.

베트남의 손해보험시장은 연간보험료 기준 3조 8000억원 규모며, 최근 10년간 약 12% 성장했다. 현지의 전체 손해보험사 수는 32개며, 보험침투율이 0.73%에 불과하기에 베트남의 인구 9885만명을 감안하면 매력적인 시장이다.

한화그룹의 보험 양대 계열사인 한화생명과 한화손보는 지난 2009년 국내 보험사 중 베트남에 첫 발을 내디딘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안착하는 데 시일이 걸렸지만 지난 2016년 흑자로 돌아서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첫 해 16억원이었던 수입보험료는 2022년 2410억원까지 늘어났다.

또한 지난해 4월 한화생명 인도네시아 법인은 한화손보와 함께 인도네시아 재계 순위 6위인 리포그룹 자회사 리포손해보험의 지분 62.6%를 인수하기도 했다. 한화생명이 47.7%, 한화손보가 14.9%를 가져갔다.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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