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가구 총자산 중 부동산 비중 71.4%...생애자산관리 난항

[한스경제=박종훈 기자] '부동산 공화국'의 취약점이 노후준비에서 드러나고 있다. 이는 부동산 가격이 요동치면, 가구 자산도 함께 등락하기 때문이다. 결국 체계적인 노후준비는 물론, 생애자산관리 차원에서 전략을 세우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통계청 2023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가구 평균 총자산은 5억 2727만원이다. 이는 2022년에 비해 3.7%가 감소한 것으로 통계청이 가계금융복지조사를 실시한 이래, 상당히 큰 폭의 감소세를 기록한 것이다.

이는 부동산 가격 하락세 때문이다. 부동산을 비롯한 실물자산이 전년 대비 2506만원(5.9%)이나 줄어들며 총자산의 감소로 연결됐다. 즉 2022년까지 급등하던 부동산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한 결과다.

최근 5년 동안 우리나라 가구 평균 총자산은 25.4%나 증가했다. 2018년과 2023년을 비교하면 1억 691만원이 증가한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부동산 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지난해에 평균 총자산은 이례적으로 감소했다. 히지만 가구당 연 평균소득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지난 5년 동안 18.5%나 증가해, 2023년엔 6762만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 역시 직전 5년인 2013년~2018년 사이 27.4%가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기울기가 완만해지고 있다.

종합하자면 총자산과 소득이 증가하며 가구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 추세는 유지되고 있다지만, 고령화 추세가 더욱 가파르고 물가상승률 역시 최근 우려스러운 현실을 감안하면 미래는 낙관하기 어렵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김진웅 소장은 “지난 5년간 우리나라 가구들의 노후준비 수준은 수치적으로 더 안 좋아졌다"고 말한다.

우선 선진국의 선례와 달리, 우리나라의 예상 은퇴연령은 지난 2018년 67.5세에서 2023년 68.1세로 길어졌다. 신체 나이가 젊어진 덕분으로 볼 수도 있지만, 경제적인 부담으로 은퇴가 늦어지는 모습일 확률이 높다. 같은 기간 최소생활비는 월 197만원에서 231만원으로 17.3%나 증가했고, 적정생활비는 월 283만원에서 324만원으로 14.5%나 증가했다.

이처럼 최소생활비가 증가하며 그 조차 만족하는 은퇴자산을 만들기가 쉽지 않은 형국이다. 이는 노후준비가 잘 되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9.8%에서 7.9%로 줄어든 것이 대변한다고 하겠다.

김 소장은 이러한 우리나라 가구 경제의 변화 모습을 봤을 때 자산관리 측면에서 세 가지 원인과 문제점을 짚어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우선 앞서 언급처럼 부동산에 치우친 자산구성이 문제다.

가구주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금융자산 비중이 낮아지고 있는데, 은퇴 등으로 주된 직장에서 현금흐름이 끊기면 유동성 문제로 노후빈곤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김 소장은 은퇴 후 안정된 노후생활을 위해 경제활동기 금융자산을 좀 더 늘려놓을 것을 추천한다.

여전히 노후준비에 있어서 안전추구 성향이 높다는 점도 문제점이라고 볼 수 있다. 금융자산의 투자를 결정할 때 안전성 자산만으로 충분한 자산을 만들기에 아직 부족한 수준이란 것이다. 따라서 김 소장은 “최대한 빠른 시간에 종자돈을 만들거나 여유 금융자산이 있다면 금융투자상품에 장기 분산투자를 통해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은퇴 후 생활비가 필요함에도 많은 사람들이 장기적인 노후준비의 필요성을 제대로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역시 문제다. 이에 대해 노후준비는 연금으로 장기간 부담 없이 지속하는 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말한다.

최근 수년 사이 부동산 시장의 급등락을 경험한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향후 자산운용의 추세가 어떻게 변화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여유자금 운용방법으로는 저축과 금융자산 투자가 50.4%로 가장 높은 비중이긴 하지만, 부동산 구입이 23.9%, 부채 상환이 21.6%로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중 부동산 구입은 지난 2021년엔 27.1%까지 올라간 바 있다.

금융자산 투자 때 우선 고려사항은 앞서 언급처럼 안전성에 대한 고려가 67.5%로 압도적이다. 그런데 2018년보다 7%p가 줄어들었다. 그에 반해 수익성에 대한 고려는 19.3%로 같은 기간 5.5%p나 증가했다. 자산운용의 주된 고려 포인트가 수익성 금융자산으로 서서히 이동 중이라는 게 NH투자증권의 분석이다.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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