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이사회 2곳 겸직도 90여명...절반이 올해 주총 전 임기만료

[한스경제=박종훈 기자] 지난해 기준 국내 50대 그룹에서 활동하는 사외이사가 1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절반 정도가 올해 주주총회 전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소장 오일선)는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대기업집단 중 공정 자산 기준 상위 50개 그룹이 지난해 5월 대기업집단현황 공시에서 공개한 임원 현황을 토대로 이와 같은 내용의 현황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우리나라에 사외이사 제도가 도입된 것은 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1998년 첫 시작해 30년 가까이 흐르고 있다. 상장사 등에서 기업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최고기구는 이사회다. 이사회는 기업 내부 경영진인 사내이사와 함께 외부 출신의 비상근 이사인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미국을 비롯해 선진국이 이 사외이사 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는 내부 인사보다 외부에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관점에서 기업 경영을 견제・감시할 수 있을 거란 까닭에서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외이사 제도는 여전히 기업 경영의 견제나 감시보다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매년 100% 가까운 이사회 안건 찬성률만 해도 사외이사 존재 의의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국내 50대 그룹과 계열사 기준 이사회에 참여하는 전체 사외이사는 모두 1218명(중복)이었다. 동일인이 2개 회사에서 사외이사를 겸임하는 경우를 제해도 1132명이다.

그룹 총수가 있는 대기업집단 중에선 SK그룹 계열사에서 활동하는 전체 사외이사가 98명으로 가장 많았다. 계열사 숫자가 많다보니 상대적으로 사외이사 명패도 많은 셈이다. 이어 50명 이상인 곳은 ▲현대차(74명) ▲롯데(70명) ▲삼성(66명) 그룹 순이고, ▲한화(47명) ▲카카오(46명) ▲현대백화점(44명) ▲LG(38명) ▲CJ(34명) ▲HD현대·LS(각 31명) 그룹도 30명 이상 사외이사가 활동하고 있었다.

1218명의 사외이사 중 628명(51.6%)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올해 주총 사이 임기가 만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올해 주총에서 재선임되거나 다른 인물로 교체되는 갈림길을 맞는다. 또한 709명(58.2%)은 해당 회사 이사회에 처음 진입한 신임 사외이사였고, 509명(41.8%)은 2회 이상 연임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상법에는 ‘해당 상장회사 외의 2개 이상의 다른 회사 이사・집행임원감사로 재임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즉 사외이사는 최대 2개 회사에서만 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 사외이사는 다른 직업의 겸직도 가능하기 때문에, 2개 회사에서 사외이사를 맡는 이들은 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 클 뿐더러, 급여와 각종 혜택도 누릴 수 있기에 ‘급’이 다른 사외이사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 2개 이상 회사 이사회에 참여하는 사외이사는 중복 포함 172명이었다. 개별 인원으로 보자면 실제 86명인 것이다. 이들이 차지하고 있는 172개석의 사외이사 자리는 50대 그룹과 계열사 전체 사외이사 자리의 14.1%에 해당한다. 참고로 86명의 사외이사는 남성이 68명(79.1%)으로 압도적으로 많고, 여성은 18명(20.9%)에 그쳤다.

‘급'이 다른 이들 86명 사외이사의 연령대를 좀 더 구체적으로 보자면, 1965~1969년생 사이가 26명(30.2%)으로 가장 많았다. 1960~1964년생은 22명(25.6%), 1955~1959년생이 20명(23.3%)이었다. 1970년 이후 출생자는 11명(12.8%)으로 1955년 이전 출생자 7명(8.1%)보다 많았다.

이중에서 올해 58세인 1966년생이 8명(9.3%)으로 가장 많다. 대표적인 인물은 ▲이동열(현대위아, 대한전선) ▲조현욱(삼성중공업, 롯데칠성음료) ▲조화순(LG화학, 기아) 사외이사 등이다.

이 가운데 이동열 사외이사는 서울서부지방검찰청 검사장 등을 거쳐 현재는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로 활동 중이고, 조현욱 사외이사는 전주·인천지방법원 부장 판사 등을 거쳐 현재 더조은 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로 재임 중이다. 제10대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도 역임한 바 있다. 조화순 사외이사는 현재 연세대 정치외교학 교수이면서 한국정치학회 회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경력을 살펴보면 대학 총장·교수 등 학자 출신이 33명(38.4%)으로 가장 많았다. 학자 출신은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높다는 점에서 사외이사 영입 1순위로 꼽힌다. 대표적인 학자 출신 중에는 정갑영 전 연세대 총장이 눈길을 끈다. 그는 대한항공과 CJ대한통운 사외이사로 활동해왔는데, 이중 CJ대한통운에서만 지난 2018년부터 사외이사를 6년 연속 맡아와 올 3월에 물러나게 된다. 한 사람이 같은 회사에서 사외이사로 활동할 수 있는 법정 한도는 6년이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각광받는 것은 고위직을 역임한 행정 관료 출신으로 30명(34.9%)이다. 고위 관료 중에서도 전직 장・차관 출신이 14명(16.3%)이었다. 대표적인 게 김현웅 전 법무부 장관이다. 그는 2015년 7월부터 2016년 11월까지 장관직을 역임했는데, 현재 법무법인 바른 대표변화사이면서 호텔신라와 HD현대오일뱅크 사외이사로 활동 중이다.

2011년 1월부터 그해 11월까지 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낸 최중경 전 장관도 상장사 2곳에서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현재는 한미협회(KAA) 회장을 맡고 있으면서 삼성물산과 CJ ENM 사외이사도 겸하고 있다. 특히 삼성물산 사외이사로서 임기는 올해 3월 만료인데 최근 재선임됐다.

판・검사와 변호사 등 율사 출신은 13명(15.1%)이다. 김태희 전 서울행정법원 판사는 법무법인 평산 대표변호사이면서 신세계아이앤씨와 에스엠엔터테인먼트에서 사외이사로 활동 중이다. 검사 출신 중엔 구본선 전 광주고등검찰청 검사장이 눈에 띈다. 구본선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면서 한진과 한화시스템 사외이사다. 그에 반해 기업가 출신은 10명(11.6%) 수준이다.

이번 조사와 관련해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IMF외환위기를 계기로 사외이사 제도가 국내에 도입된 지 30년 가까이 되고 있지만 내부 경영진을 견제하고 독단적 결정을 감시하는 역할에 충실하기보다는 대표이사 등 실권자에게 힘을 실어주거나 외부 공격에 대해 방어막 역할을 하는 다소 굴절된 양상을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이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사외이사 가운데 1명 이상은 주주 권리 보호 차원에서 주주 추천 인사로 선임하거나 사외이사 중 일부는 일정 기간동안 상근하면서 지속적으로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 도입 등 장기적 관점에서 우리나라 경영 풍토에 맞는 다양한 사외이사 제도 도입 등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훈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