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성환] 사철 그렇지만, 겨울 밤, 한옥은 더욱 기묘한 공간이 된다. 뜨끈한 아랫목에 등 대고 누우면 뼛속까지 사무친 삶의 한기 사라지고 온몸의 긴장은 벌써 봄인 듯 풀어진다. 채한 듯 먹먹했던 마음이 상쾌해지니 고단한 일상을 다시 마주할 용기도 생긴다. 이게 ‘힐링’이다. 하얀 눈 소복하게 쌓이고 달빛까지 영롱하면 효과는 훨씬 더 빠르다. 한국관광공사가 이 겨울 가기 전에 어서 묵어보라고 전국의 예쁜 한옥마을들을 2월에 가볼만한 여행지로 추천했다.

▲ 낙안읍성민속마을은 조선 시대 모습이 잘 보존된 성 안 마을에 지금도 100세대 가까이 살고 있어 '살아있는 민속박물관'으로 불린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 전남 순천 낙안읍성민속마을

낙안면 낙안읍성민속마을은 ‘살아 있는 박물관’이다. 조선 시대 모습이 잘 보존된 성 안 마을에 지금도 100세대 가까이 살고 있다. 객사, 동헌 등도 있다. 옛집에 사람까지 사니 마을 구경하다 보면 시간이 잊힌다. 마을에서는 길쌈ㆍ풀무ㆍ그네 타기ㆍ천연염색ㆍ국악기 연주 같은 체험도 할 수 있다. 초가 민박에서 하룻밤 묵을 수도 있다. 초가집인 겉모양과 달리 내부에 욕실, 화장실 등이 갖춰져 있다.

마을을 에두른 읍성은 1397년(태조6) 김빈길 장군이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쌓았다. 길이가 1,410m이고 동ㆍ서ㆍ남쪽에 각각 성문이 있다. 동문으로 들어가 관아 지역을 구경한 뒤 민가를 둘러보며 각종 체험을 하며 마을을 돌아본다. 또는 동문 바로 위 낙풍루로 올라가서 성곽을 따라 한 바퀴 돌며 마을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다. 특히 성곽 따라 걸으면 고즈넉한 마을 풍경을 느긋하게 조망할 수 있다.

▲ 영동지역 최고의 고택으로 꼽히는 선교장. 한국관광공사 제공

■ 강원 강릉 선교장ㆍ오죽헌

겨울바다 보러, 또는 스키장 오가다 들러본다. 오죽헌은 죽헌동에 있다. 조선의 대학자 율곡 이이의 외갓집이자 그가 태어난 곳이 오죽헌이다. 율곡의 모친은 그 유명한 사임당. 친청 어머니 돌보려고 이곳에 머물다 아들을 낳는다. 율곡이 태어난 건물은 ‘몽룡실’이다. 몽룡실 주변으로 검은 대나무가 자란다. ‘오죽헌’이라는 이름이 검은 대나무(烏竹)에서 비롯됐다. 몽룡실도 보고 오죽도 알현한다. 선현의 흔적 서린 가람에는 온기가 여전하고 서까래에서는 은은한 나무 향이 풍겨 마음 차분하게 만들어준다. 오죽헌 옆 오래된 매화나무는 사임당의 그림이나 율곡의 벼루 장식 소재가 됐다고 전하니 이것도 잊지 말고 챙긴다. 오죽헌 앞 강릉오죽한옥마을에서 묵을 수 있다. 30여개 방이 있는데 모두 전통 온돌방이다.

오죽헌에서 선교장이 가깝다. 운정동에 있는데 경포생태저류지 넘어서면 선교장이다. 300여년 된 영동지방 최고의 고택으로 꼽히는 곳으로 효령대군의 11대 손인 이내번이 지었다. 세종대왕의 형이 효령대군이다. 연못 옆 활래정이 유명하다. 선비들은 이곳에서 경포호 바라보며 풍류를 즐겼다. 안채, 사랑채인 열화당, 서재로 활용하던 서별당의 건축양식이 각각 다른 것도 흥미롭다. 특히 열화당은 개화기에 서양 문물의 영향을 받은 차양이 고스란히 남았다. 선교장의 고택에서도 하룻밤 묵어갈 수 있다. 뒤뜰 언덕의 노송 숲이 참 우아하다.

▲ 외암마을의 대표 고택으로 꼽히는 건재고택. 한국관광공사 제공

■ 충남 아산 외암마을

송악면 외암마을은 예안 이씨 집성촌이다. 전통 한옥 60여채가 돌담을 따라 모여있다. 전통 가옥마다 실제로 사람이 산다. 한옥 사이로 난 고샅을 따라 마을을 돌아본다. 마을을 에둘러 흐르는 외암천을 구경하고 낮은 언덕에 우거진 솔숲도 기웃거려 본다. 고즈넉한 마을 풍경 천천히 음미하면 마음 참 푸근해진다.

건재고택과 참판댁은 꼭 본다. 마을에서 가장 유명하다. 건재고택은 영암군수를 지낸 이상익이 살던 집. 마을 이름의 유래가 된 외암 이간이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또 참판댁은 이조참판을 지낸 퇴호 이정렬이 고종에게 하사받은 집이다. 퇴호는 고종의 아들 이은(영친왕)의 스승으로 을사조약 당시 울분을 참지 못하고 고종에게 상소를 올리지만 거부 당한다.

참판댁, 신창댁, 풍덕고택 등에서는 숙박이 가능하다.

▲ 개실마을의 대표 체험프로그램인 엿만들기 체험. 한국관광공사 제공

■ 경북 고령 개실마을

쌍림면 개실마을은 조선시대 학자 김종직의 후손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다. 김종직은 홍문관, 경기도관찰사, 형조판서 등을 역임하고 사후 영의정에 추증된 인물이다. 이 마을 60여 가구 중 80% 정도가 기와집. 기와집과 주위를 둘러싼 논, 대숲, 솔숲이 어우러진 풍광이 참 평화롭다.

점필재 종택은 꼭 본다. 1800년경 건립한 안채는 1878년에 중수했고 사랑채는 1812년에 지은 것으로 추정된다. 가문에 전해지는 유물의 사진(원본은 대가야박물관 소장)과 김종직 선생의 일생을 보여주는 서림각이 사랑채 옆에 있고, 돌담을 휘돌아 가면 선생을 모신 사당이 나온다.

마을에는 싸움소를 기르는 사육장, 후학을 가르치기 위해 건립한 도연재, 도자기체험장, 그네뛰기와 굴렁쇠 놀이 등을 할 수 있는 민속놀이마당 등이 있다. 민박을 하는 한옥도 여러 군데다. 내부에 주방과 욕실을 갖춰 이용하기 편하다.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겨울에도 즐길거리 많다. 전통 방식을 고수하는 엿 만들기와 딸기 따기 체험이 인기다.

▲ 아기자기한 도심형 한옥이 주를 이루는 북촌한옥마을. 한국관광공사 제공

■ 서울 북촌한옥마을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가 그 유명한 북촌한옥마을이다. 조선시대 고관대작들의 거주지로 경치가 수려하고 궁궐에서 가까워 살기 좋았다.

북촌이 아담한 도심형 한옥으로 자리 잡은 데는 정세권의 역할이 컸다. 정세권은 1920년대 ‘건양사’라는 주택 개발사를 운영한 민족자본가다. 일제에 토지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정세권은 북촌의 대형 필지를 사들인 뒤 중산층과 서민을 위해 작고 생활하기 편한 개량 한옥을 지어 분양했다. 덕분에 북촌은 전통을 계승하며 살아남을 수 있었다.

북촌 구경은 ‘북촌 8경’을 찾아 돌아보는 것이 편하다. 북촌의 명소를 하나로 꿰는 코스가 북촌 8경이다. 1경이 창덕궁 전경, 2경 원서동 공방길, 3경 가회동 11번지 일대, 4경 가회동 31번지 언덕(북촌전망대), 5경 가회동 골목길(오르막길), 6경 가회동 골목길(내리막길), 7경 가회동 31번지, 8경 삼청동 돌계단길이다. 북촌문화센터는 북촌 탐방의 베이스 켐프다. 북촌의 역사와 여행정보를 얻을 수 있다. 지하철 3호선 안국역에서 가깝다. 락고재, 명가재, 효선당, 고운당 등 한옥스테이도 많다.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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