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 Mr . 마켓 <103회> 글·김지훈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다가 바닥을 지나…… ‘텅 빈 어둠’에 닿은 느낌. 비어 있기에 추락은 계속된다. 낯익은 풍경…… 사진 액자가 놓여 있는 책상, 주황색 선반과 베이지색 책장, 연두색 옷장, 벽에 걸린 샤갈의 그림, 그림 밑에는 그녀가 직접 쓴 문구가 적혀 있다. ‘삶에 감동이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창밖으로 보이는 푸른 하늘……. 그녀의 방이다. 짓물러 가던 피부는 방금 샤워를 마친 것처럼 말끔하다.

“이제 걱정 말렴.”

어머니는 그녀의 손을 감싸듯 붙잡고 있었다. 민은 어머니의 손을 가슴으로 가져갔다. 뭔가 이상하다. 예전에 느껴지던 애틋한 감정이 사라졌다. 모든 사물이 뚜렷하지만 그 이면에 있던 감성이 보이지 않는다. 전에 느꼈던 세상이 푸른 바다라면 지금은 바짝 말라 버린…… 텅 빈 사막.

그녀는 어머니가 원하는 말과 행동을 ‘계산’할 수 있지만, 공감할 수는 없다. ‘지금은 어머니가 바라는 대로 하자, 그녀가 필요하니까…….’

“엄마…… 영생을 …. 이식받는 꿈을 꿨어.”

“꿈이 아니란다.”

어머니는 민을 토닥거렸다. 민은 놀라는 모습을 보이지만, 이미 알고 있었다. 텅 빈 어둠을 자각한 순간, 만물에 깃든 감성이 증발한 순간, 모든 것이 자명했다. 지금 그녀를 지탱하는 것은 죽음에 대한 반발감뿐 …. 그저 살아야 한다는 원시 본능의 껍데기……. 그녀는 안면 근육을 움직여서 미소를 지었지만 가슴은…… 텅 비었다.

준은 잠깐 딴생각을 했다. 우주의 티끌이 모여 행성이 되었고, 태양과 지구도 그렇게 생겨났다. 지구를 이루는 원소는 한때 우주의 티끌이었다. 나무도 동물도 인간도……. 그는 머리를 쓸어 넘긴다.

“우리는 모두 별이었어. 내 머리카락은 중성자별이었을지도 몰라.”

“교훈이 있는 이야기야?”

캐러멜 마끼야또를 마시던 민이 물었다. 그녀의 찬란한 아름다움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당겼다.

“그냥 마음을 편하게 해 주는 ‘진실’이야. 아무리 기이하고 낯선 것일지라도 그것도 한때 별의 일부였다는 생각을 하면…… 친근하게 느껴져.”

“내가 기이하고 낯설어?”

“그런 뜻은 아니야.”

준은 고개를 내저으며 괜한 소리를 했다고 후회했다. 지금 민은…… 예민하다.

“부모님들은 네가 나를 살려 준 거라며 고마워해야 한다고 하지만, 나는 조금도 감사하지 않아. 솔직히 말할게. 이제 나는 장수 편이야. 장수가 한 모든 행동을 이해할 수 있어. 나도 사람의 피를 마시고 심장을 씹고 싶어. 특히 널 뜯어 먹고 싶어. 아직도 내가 친근하게 느껴지니?”

그녀의 목소리는 사냥하지만, 얼음처럼 차갑다.

“그 이상이야……. 사랑해.”

“지금의 나는 전혀 다른 존재야. 아직도 날 사랑한다면, 그것은 사라진 민을 모욕하는 거야.”

그녀는 고양이가 쥐를 바라보듯 노려봤다. 준은 줄에 매달린 시체처럼 침묵했다. 민의 눈이 반짝인다.

“역시! 넌 알고 있었어. 영생자가 어떤 존재인지……. 내가 어떻게 변하게 될지……. 너무해! 왜 나를 이 꼴로 만든 거야!”

그녀는 커피 잔을 집어 던졌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준은 커피로 얼룩졌다. 이마에서 피가 났다.

“미안해. 식물인간이 된 너를 그냥 둘 순 없었어.”

“이 바보야! 넌! 내 죽음을 훔친 거야! 지금 난 …. 보기 좋은 좀비가 된 느낌이야!”

민은 뒤돌아보지 않고, 준을 떠났다. 준이 사랑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그녀는 준을 떠났다. 그에게 상처를 주고 싶었다. 

한국스포츠경제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