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크 일리치/사진=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미국 메이저리그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는 1901년 아메리칸리그(AL)의 창설과 함께 생겨난 116년 전통에 빛나는 명문 구단이다. 역대 월드시리즈(WS) 우승을 4차례 차지했지만 1994년 노조 파업을 전후해 극심한 침체기를 걷는다.

한 번 무너진 팀을 재건하는 데는 많은 인내의 시간이 필요했다. 타이거스는 1992년 마이크 일리치 구단주를 맞아들였으나 1994시즌부터 2005시즌까지 12년간 한 번도 5할 승률을 넘지 못했고 치욕적인 100패 시즌도 3번이나 당했다.

일리치는 1982년 북미아이스하키(NHL) 디트로이트 레드윙스를 사들여 1997~1998년, 2002년, 2008년 스탠리컵(우승 트로피)을 들어 올린 성공의 기운을 타이거스에도 불어넣고자 부단히 노력했다. 개인 재산을 털어가며 통 큰 투자를 감행한 끝에 2006시즌을 기점으로 타이거스를 10여년 만에 다시 정상권의 팀으로 탈바꿈시켰지만 다음 10년간 여러 번의 기회에도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 타이거스는 2006년과 2012년 AL 챔피언에 오르는 데 그쳤다.

"타이거스의 WS 우승을 보는 것이 마지막 소원"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고령의 구단주는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하고 지난 11일(한국시간) 향년 87세로 눈을 감았다.

일리치의 별세에 디트로이트는 큰 슬픔에 잠겼다. 쇠퇴해가는 도시 디트로이트에 고(故) 일리치가 남기고 간 큰 울림 때문이다. 남부 유럽의 작은 나라 마케도니아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난 일리치는 미국 3위의 피자 회사를 스스로 일궈냈다. 디트로이트의 쿨리 고등학교에서 야구 선수로 활약한 그는 해병대 복무를 마친 뒤 타이거스와 계약을 맺고 마이너리그에서 유격수로 뛰었다.

하지만 3년간의 마이너리그 생활에도 승격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기 도중 무릎을 다쳐 선수 생활을 접었다.

야구 선수로는 실패했으나 이후 사업가로 변신한 그는 놀라운 수완을 발휘했다. 디트로이트 서부의 소도시 가든시티에서 가게 하나로 시작한 리틀시저스는 피자헛ㆍ도미노피자에 이어 미국 3위 피자 체인으로 성장했다. 일리치 가족 회사의 2011년 수입은 24억 달러(2조7,600억원)에 달했다.

일리치는 피자 사업이 순항하자 고향을 위해 무얼 할 수 있을지를 오랫동안 고민했다. 미국 자동차 산업의 쇠퇴로 도시가 활력을 잃어가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고 스포츠 사업으로 시민들에게 위안을 주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타이거스에 남은 정열을 모조리 쏟아 부었다. 비록 마지막 소원은 이루지 못했지만 디트로이트 시민들의 기쁨을 위해 최선을 다해온 일리치였기에 그는 사후 스포츠 계와 지역 사회로부터 모두 존경을 받는 흔치 않은 구단주로 영원히 남게 됐다.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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