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샷을 날리는 타이거 우즈/사진=우즈 트위터

[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아마추어들에게 골프 드라이버는 야구의 홈런에 비유된다. ‘딱’하는 시원한 타격음과 함께 쭉 뻗어나가는 드라이버 샷의 묘미에 골프를 즐긴다는 사람들이 많다.

골프를 조금 친다는 대부분의 아마추어 골퍼들은 자신이 250야드(약 229m)를 거뜬히 날린다고 자랑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영국왕립골프협회(R&A)가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 남자 아마추어 골퍼의 평균 드라이버 샷 비거리는 213야드(195m)에 불과했다.

1996년부터 영국 7개 골프장에서 아마추어 골퍼들의 비거리를 측정해온 R&A는 1996년 처음 조사 때 200야드(183m)였던 비거리가 20년 동안 고작 13야드(12m)가 늘어났다고 밝혔다.

눈 여겨볼 점은 2005년 당시 217야드(198m)였던 아마추어 평균 비거리가 지난 11년간 오히려 2야드 줄어들었다는 사실이다. 골프라는 스포츠에 과학적인 기술이 접목되면서 장비와 공의 기능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이는 프로 선수들의 비거리 증가에 도움을 주지만 아마추어에게는 그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는 않다는 뜻이다.

아마추어 골퍼들의 비거리는 단계별로도 차이를 드러냈다. 핸디캡(평균타수에서 기준타수를 뺀 수치)이 높을수록 비거리는 덜 나갔다. 즉 골프 초보자이거나 하수일수록 비거리가 짧았다.

핸디캡 21 이상의 아마추어 평균 비거리는 182야드(166m)였고 핸디캡 13∼20 수준의 아마추어 골퍼는 평균 199야드(182m)를 쳤다. 핸디캡 6∼12의 실력자는 225야드(206m)로 뛰었고 핸디캡 6 이하의 고수는 245야드(224m)에 이르렀다.

다만 프로의 경우는 아마추어와 조금 다르다. 미국골프협회(USGA)와 R&A가 연간 7개 주요 투어 선수들이 때린 약 28만5,000회의 드라이버 샷을 토대로 분석한 2016년 세계 5개 프로골프 투어의 평균 거리는 2003년보다 0.2야드(1.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 같은 둔화세는 USGA와 R&A가 장비 성능 규제에 적극적으로 나선 결과다.

프로 골프는 1993년부터 2003년까지 드라이버 샷 비거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PGA 투어에서는 1980년대 258야드(236m)에 불과했던 비거리가 2013년 285.9야드(261m)로 늘어난 적도 있었다. 하지만 2002년 5월에 나온 양대 기구의 규제 공동 성명 발표를 기점으로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는 4.1야드(3.7m) 증가에 머물렀다.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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