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이 기자간담회를 통해 은행권을 적극 옹호했다.
 
하 회장은 20일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증권사 법인지급결제에 대해서는 ‘전업주의’와 ‘은산분리’ 원칙을 내세우면서 반대했다.
 
하지만 불특정금전신탁이나 수탁재산 집합운용을 은행에 허용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겸업주의’로 금융산업의 파이를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서는 은산분리 완화를 요구했다.

▲ 하영구 은행연합회장

하 회장은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의 ‘기울어진 운동장’론에 대해 ‘종합운동장’론을 맞서 들고 나왔다. 은행권은 ‘겸업주의’로 몸집을 계속 불려야하고 증권사를 비롯한 금융투자업계는 ‘전업주의’에 묶여있어야 한다는 일종의 ‘궤변’이다.
 
그간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등 다른 업권의 비판에도 침묵을 지켜왔던 하 회장이 작심하고 반론을 들고 나온 것은 최근 은행의 수익성이 낮다는 지적이 강하게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 회장 역시 “국내 은행의 낮은 수익성을 개선하려면 규제를 풀어야 한다”며 수익성에 문제가 있음을 시인했다. 지난해 NH농협금융지주 내에서 가장 높은 순이익을 올린 것은 NH농협은행(1,111억원)이 아닌 NH투자증권(2,361억원)이었다.
 
금투협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기준 은행권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08%로, 생명보험 5.83% , 손해보험 9.60%, 증권 6.87%, 자산운용 12.44%에 비해 크게 낮았다. 지난해 3분기까지도 은행의 ROE는 2.09%에 그친 반면, 증권사는 5.20%, 생명보험 6.53%를 기록했다.
 
이처럼 수익성이 떨어지자 은행권이 다른 업권 업무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은행권은 펀드·보험·일임업 등으로 야금야금 업무를 확대해왔다.
 
법인지급결제 또한, 금투업계에서는 은행의 고유업무가 아니고 은산분리와도 관계가 없다고 반박한다. 증권사가 예치한 자금은 한국증권금융으로 들어갈 뿐 아니라 돈을 남에게 전해주는 지급결제 업무를 하는 건 은산분리와도 무관하다는 것.
 
정수섭 금투협 기획조사실장은 “예금과 이에 따르는 대출만 은행권의 고유업무로 봐야한다”며 “법인지급결제나 외환업무는 은행이 하고 있는 것 뿐이지 고유업무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법인지급결제를 은행 고유업무로 본다면 대부업체는 물론, ‘삼성페이’와 같은 결제 플랫폼도 은행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또 초대형 투자은행(IB)에 허용된 종합투자계좌(IMA)도 하 회장이 주장하는 것처럼 과거 은행의 불특정금전신탁과 동일한 상품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신탁업은 당초 은행만의 고유업무였다가 2007년 자본시장통합법 제정 때 자본시장법에 포함돼 증권사 고유업무가 됐다.
 
IMA는 기업금융에 조달자금의 70%를 운용해야 하고 부동산 관련 자산에는 10% 이상 투자할 수 없는 등 여러 가지 제약이 있는 자산운용상품에 가깝기 때문이다.
 
한 금투업계 관계자는 “기존 은행이 신용등급 1등급 우량기업에 대한 대출이나 담보대출만을 고집하면서 기술 중견기업에 자금조달이 안 돼 IMA가 도입된 것인데, 불특정금전신탁과 동일하다는 것은 분명한 논리적 비약”이라며 “증권사의 노하우로 ‘될성부른 나무’를 골라내 투자하는 것이 IMA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대출이라는 측면에서 불특정금전신탁과 IMA가 같다면 이미 예금을 대출해주는 은행은 신탁업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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